영문법에도 확고한 정답이 있는 거죠? , 영어공부 방법론(사전을 찾느냐 마느냐)

1.

 

아주 어릴 땐 학교에서 배운 영어와 실제로 본 영어가 너무 달라서 혼란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mister 라는 단어를 가르치면서 그 뒤에 성을 붙여 부르며, 그 단어가 혼자 놀지는 않는다고 배웠는데, 집에 와서 다른 영어 교육 교재(성인용)를 들어보니 "헤이, 미스터!" 라고 부르더라는거죠. 지금은 그런 정도는 철저하게 교과서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일상영어의 차이라고 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좀 더 고급 영어를 접하면 접할수록, 솔직히 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습게도 혼란이 오는 건 어려운 단어를 못써서인 것도 있지만, "이럴 때 명사 앞에 a 를 붙여야 하나 the 를 붙여야 하나 아예 안붙여야 하나" 뭐 이런게 어렵습니다.

 

한국어는 제가 너무 자연스럽게 쓰고, 그렇다보니 정작 어려운 한국어를 안파고 들어서 그런지... 제가 한국어 문법을 몰라서 못쓰거나 잘못 쓰는 경우는 봤어도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뭔가 잘못쓰고 있으면 주변에서 잘 아는 분들은 명확한 근거와 함께 정답을 제시해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영어에서는 이게 안됩니다. 나름 영어로 먹고 산다는 전문가들조차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답이 오락가락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이 붙는 경우도 많지요. "의도하는 바가 ... 라면 a 를 써야하고, 그게 아니라 ... 라면 the 를 써야하고.." 하는 식. 가끔은 "뭐야 이거. 정답 없는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간 공부 하다가 잘 안되니까 엄한 데서 시비나 걸게 되는군요 ㅠㅠ 이게 다 정확한 답이 있는데 선무당끼리 갑론을박 하는 거겠죠? ㅠㅠ

 

2.

 

저도 듀게에 이런 저런 영어공부 방법론을 여러 번 문의했었는데, 결국 내린 결론은 "아무 방법으로나 열심히 하는게, 아무 방법으로도 안하는 것보단 분명히 낫다"는 거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이 방법만이 정답이며, 저 방법으로 하면 오히려 영어실력을 까먹는다"고 말하는데 그런건 그냥 장사꾼으로 취급하기로.

 

하지만 여전히, 나름 한다는 사람들이 다른 말을 하면 참 혼란스럽습니다. 얼마 전 영어 책 읽을 때 사건 찾아야 하냐는 질문에 링크로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그 글을 쓴 분은 누군진 몰라도 대단히 확신에 차서 반드시 사전을 찾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안찾아도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 환경을 잘 모르거나 지도 영어 어설프게밖에 못하면서 까부는 거라는.

 

하지만 그렇게, 사전 없이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 중에는 감히 누구도 영어 못한다고 까기 어려운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가 끼어있다는 걸 생각하면.. 골아파요. ㅡㅡ;; 전 이 이슈는 대강 이렇게 타협하기로 했어요. 당시 댓글에도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고요. 안정효가 주로 교재로 추천한 소설들은 자세한 서술과 묘사가 워낙 잘 되어있어 특정 단어를 몰라도 그 뒤의 문장들을 보다보면 그 단어가 유추되지만, 그게 아무 글에나, 특히 신문기사나 잡지에까지 통하는 건 아니다. 이 정도?

    • 나이 먹고 머리가 굳은 다음에 배우는건 어릴때 스폰지처럼 흡수하는거랑은 다르게
      체계가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ister 같은 경우 사전찾아보니까 말씀하신 용법도 다 설명이 되어 있네요.

      근데 사전을 찾으면서 읽어야 하냐 / 마느냐는 개인차이가 있을듯 한데요.
      본인에게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 안정효씨가 '사전 찾지 마라'고 한 건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만 얽매이지 말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사전은 많이 쓰이는 의미와 용례만 제시할 뿐이니까요. 그래도 사전은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독해가 잘 안되는 사람들의 특징은 사전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거죠. 맨 처음 나온 의미로만 해석을 한다든가, 찾아보고 바로 덮어버려서 제2의 의미가 있다는 걸 모른다든가, 그렇게 대충대충 찾는 특징들이 있어요. 그리고 용례를 찾아서 익혀야 하고요.

      저도 전에 같은 단어를 열 번 넘게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ㅎㅎ 안정효씨는 사전을 그런 식으로 활용하지 말라고 한 말씀일 겁니다.
    •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 옹법은 시중 문법서에 나와있는 규칙과 예외사항만 외우셔도 충분하고, 그런 다음 영자 신문에서 스터디 파트너랑 정관사나 부정관사 나오는 부분을 화이트로 지우고 알아맞히기, 퀴즈를 해도 빨리 익힐 수 있습니다. 원어민들은 글 쓸 때 관사 틀리는 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영어로 글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관사 용법을 익혀두는게 유리해요.
    • 아니 전자사전에 핸드폰에 사전찾기가 그리 쉬워진 세상에 왜 그렇게 사전찾기를 기피하는지 모르겠어요. 맨날 영어로 생각하고 읽고 쓰고 말해서 언제든지 모르는 단어를 안 찾아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네이티브라면 모를까 없는시간 쪼개서 읽는데 모르는 단어 나오면 찾아보고 다음에 나올때 기억해내자? 이런 생각 안 드나요? 안정효씨는 구식교육을 이미 받은 사람입니다. 반대급부를 더 강조하게 마련이죠. 그 분이 영어로 소설까지 직접 쓰면서 사전과 레퍼런스를 쓰지 않았을까요.저는 무척 회의적입니다.
      • 책 만 권 읽어봤는데 다 쓸모 없더라, 책 읽지 마라, 정도의 얘기 같은데 그걸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나 보군요. 하여간 꼭 책 많이 읽은 애들이 책 쓸데 없다 하고, 돈 많은 애들이 돈이 대수냐 하고, 사전 꽤나 뒤졌을 분들이..
        • 안정효씨는 아마 소설책의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통째로 집어삼키듯 읽었을 겁니다. 문장을 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안 그러면 고급 라이팅을 할 수가 없어요. 사전만 찾는 옛날식 교육법이 안 좋은 건 라이팅과 스피킹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전만 찾고 단어 외우고, 대강 단어들 엮어서 문장 해석하고 독해문제 맞으면 그 문장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잘못된 습성에 있어요. 비슷한 수준으로 말을 하거나 문장 쓰라고 하면 당장 관사와 전치사부터 틀리기 시작하죠.그렇다고 해서 사전 찾는 것 자체가 악덕이 될 수는 없죠.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인데, 오히려 사전은 비네이티브에게 지름길과 같습니다. 문법을 네이티브가 배울 필요가 없지만 비네이티브는 배워두면 좋은 것처럼요.
    • 사전 찾지 말라는 말의 또 다른 의미는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끊고 중간에 찾지 말라는 겁니다.
      The National Security Agency has obtained direct access to the systems of Google, Facebook, Apple and other US internet giants, according to a top secret document obtained by the Guardian.
      이런 문장을 읽는다 쳤을 때 security를 모르니까 멈추고 사전 찾고, 다시 읽다가 obtain을 모르니까 다시 사전 찾고 이러지 말라는 거죠. 쭉 읽고 문맥을 통해서 단어의 뜻을 유추하고, 정해진 분량을 다 읽은 뒤에는 반드시 사전을 찾아서 뜻을 확인해야 실력이 늡니다. 영영 사전, 영한 사전 상황에 맞게 모두 참고하고요. 물론 두 단어 걸러 하나씩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텍스트가 자기 수준에 비해 너무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더 쉬운 걸 읽어야 합니다.
    • 국영수 위주로 교과서만 보고 수능 만점받은 학생 하나 때문에 모든 학생이 학원다닐 필요 없는건 아니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사전 보는게 일반인은 좋다고 하는데 특이케이스 몇 보고는 자기도 그렇게 하면 똑같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좀..



      그냥 원류로 돌아가서. 사전 찾는 시간이 뭐 오래 걸리는것도 아니고 사전볼시간에 다른걸 하라 했으면 시간을 더 들여서 사전을 보면 되잖아요? 눈뜬동안 내내 영어만 할거 아니라면. 그리고 뭔가를 안보는것보단 뭔가를 하나라도 더 보는게 도움 되는건 당연한거구요.
    • 그놈의 문장의 흐름 보고 유추하라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인게. 유추 한 다음에 사전 찾아서 정확한 뜻 알고 여러 뜻 중에 어떻게 쓰였는지 체크하고 활용되는 문장 두어개 읽어 보고 시간 되면 다른의미도 읽어보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사전찾지 말라는 말이 무슨 짜게먹지말라 설탕 과하게 섭취말라 음주운전하지말라 이런식으로 금지된걸 하는걸 정당화시켜주는 느낌이에요. 사전찾으면 귀신이 잡아가는것도 아니고 영어실력을 깎아먹는것도 아니잖아요.
    • 조금 다른 얘기지만 한국어에는 관사가 없으니깐 (맞는지 위키낱말사전 찾아봤어요, "그 사람" 같은 경우에 '그'는 "지시 관형사"라고 하네요), 관사를 정확하게 쓰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 제가 관사에 대해서만 따로 영문법책을 낸 교수님 책의 서문을 보니 자기가 영어를 30년간 가르쳤지만 아직도 라이팅할때 제일 긴가민가 부분은 관사라고 썼더군요. 저도 관사가 어렵다는 걸 알고 마치 강박관념처럼 리딩할때마다 a/ an/ the/ 무관사 부분을 계속 신경써서 봤더니 뭔가 개념이 잡히는 것 같고 그렇게 일,이년 하다보니 관사가 굉장히 많이 자신감 있어졌습니다.
    • ㅋㅋ 사전 찾아야 한다는 사람이나 찾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이나 너무 양극화 되어 있어요. 제 생각엔 어느 정도 기간은 사전 없이 읽으면서 감을 키우고 또 몇 개월은 사전 찾으면서 단어 좀 외우고 그러다 지겨우면 또 사전 안 찾고 읽기만 좀 하고... 손에서 놓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공부되는 방향이 다를 거 같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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