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이 판타지라면.
과거 부분이야 뭐 패스하기로 하고,
저는 이 영화가 판타지냐 아니냐를 따질 때 유의미한 부분은
현재 승민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판타지가 아니었다면,
그는 애 둘 딸린, 서울근교에 20평형대 전세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대기업 건설사의 대리 혹은 초임과장 쯤이어야 합니다....쿨럭.....
매일 아침 애를 들쳐업고 어린이집을 향해 뛰어가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나들이삼아 대형마트를 한바퀴 돌고,
홀어머니 생활비 문제로 와이프와 기싸움을 벌이는.
옛 첫사랑과 우연히 조우하는 곳은,
그러니까,
이마트나 홈플러스 쯤........... ;;;;
그런데 영화에선 어쨌든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가지고 있으며,
옛 여친이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면 지어줄 수 있습니다.
이거이거 쉬운 일 절대 아닙니다. 건축과 나왔다고 다 가능? 아니므니다 ㅠ
승민처럼 대도시의 중하류층 출신 남성이라면
대학 졸업 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을 확률보다는
취직이 용이한 대기업 건설사에 들어갔을 확률이 오백배쯤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서른살쯤 직장이나 소개팅에서 만난 두세살 연하의,
역시 대도시 중류계급 출신의 평범한 여성과 만나
맞벌이 도시 핵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겠죠.
매달 생활비와 애 교육비와 전세대출 이자를 고민하면서.
그 사이에 납작하게 낀 자신의 영혼을 돌볼 여유도 없이 살겠죠.
........미모의, 경제력마저 갖춘, 아리따운 약혼녀라니!!!
.........게다가 홀연히 나타난, 미모의, 경제력마저 갖춘, 아리따운 (이혼녀) 첫사랑이라니!!!
제게 건축학개론이 판타지 영화로 읽힌 이유는 오로지 이것입니다.
다 쓰고보니 왜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걸까요?
전 남자도 아니고, 여자인데 말입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