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클럽> 근황입니다. 그리고 '허우 샤오시엔' 이야기

같이 모여 영어자막 한글로 번역하는 모임입니다.




지난주에는 루이 브뉴엘 <황금시대 1930>를 회원님이 번역하시고,


이번주에는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어리석은 아내들,  1922> 이었는데, 


하시기로 했던 분이 펑크가 나서,


제가 언젠가 해야지 하고 있었던 카사베츠 <남편들, 1970> 번역작업을 서둘러서 마쳤습니다. 


좋아하는 영화이긴 한데, 번역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왁자지껄 떠드는 장면들이 많아서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헷갈려, 이것들아!



중간 중간 번역을 위해 화면을 일시정지시켜놓고 바라보면, 


컷들이 다 비참하면서 에너지로 가득해서


넋놓고 바라보면서 가슴 찡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몇몇 장면에선 카메라 역시 똑같이 비참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연출들이 있었어요.



카사베츠 영화를 보다보면, 재밌는 점이,


방금 했던 말을, 그 말을 한 당사자가 바로 뒤집는 행동이나 말들이 나온다는 거에요.


어떤 인물이 처음에 비윤리적인 인물로 보이다가, 나중엔 극중 가장 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어떤 것에 가장 담담하게 반응하던 인물이, 사실은 가장 연연해하는 모습이나 말을 한다거나 하는거죠.


허장성세라고나 할까, 그런 와중에 그 인물의 복잡성과 인간다움이 느껴지고, 


그 인물을 내가 완벽하게 알지는 못한다는 자각이 들죠.


그렇게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갑자기 놀라움을 줍니다.



요새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좋다는 감정이요.



언젠가 '허우 샤오시엔'이 낙원동 아트시네마에 왔을 때, 김성욱씨였나 누군가가 감독님한테 물었죠. 


"영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감독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잊혀지지가 않아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허우 샤오시엔은 감독이 되기 전에, 자기 동네에서 건달이었다고 해요. 


<펑꾸이에서 온 소년>이나 <남국재견> 같은 자전적인 영화를 보면 그런 부분들이 나오죠.


들리는 말로는 사람도 죽여봤다고.


어느날, 그날도 마을을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어느집 마당에 높은 감나무가 있어서 


감서리를 하려고 담을 넘고 기어올라가


들키지 않으려고 그 중 높은 가지에 앉아 감을 먹고 있었다고 해요.


그렇게 높이 올라 마을을 내려다 보니


아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를테면, 구멍가게 최씨, 세탁소 정씨, 생선가게 아줌마, 동네 꼬마들...


시비가 붙어서 길가에 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두커니 앉아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쪽 저쪽 쳐다보면서 


처음에는 재밌어하면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쓸쓸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가엾게 느껴지는 거죠. 


그리고 자기 자신이 슬프게 느껴지더랍니다.


"나는 이렇게 재밌는데, 내가 여기 이 위에서 보고  있는 줄 아무도 모르는구나!"


"아무도 내가 있는 줄 모르는구나!"


마음은 슬픈데, 입에서는 감의 단 맛이 올라오고...


그 때의 감정.


감서리를 하러 올라가서 바라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아마 가장 영화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안 까먹을 꺼에요.



회원 상시모집합니다.^^ 없어요. 없어, 하겠다는 사람이^^  rhys74@naver.com

    • 뭔가 여행에서의 객창감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다들 분주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나만 혼자 이방인. 비정성시를 보고 무작정 떠난 대만 여행에서 쥬펀의 골목길 찻집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할 때 비슷한 감정이 일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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