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문제 행위들도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일베라고 칭하긴 했지만 이건 일종의 대표주자로 거론한 것일 뿐 좀더 정확히는 Cyber Mob.  그러니까 사이버패거리들을 의미합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인종. 외국인. 특정지역인들. 등에게 각종 비하와 명예훼손. 공포심 유발 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격까지 하는 패거리들 말입니다.
패거리가 아닌 개인이 개별적으로 하는 행위들도 당연히 포함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행위가 가장 크게 이슈가 되었던 과거의 사건은 아마도 월장 사건이겠죠.
이게 벌써 십년이 더 지난 일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참 없네요.  -_-;;
월장 사건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부산대 페미니즘 웹진 월장이란 곳에서 학내 남성중심 문화를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냈는데 예비역을 주제로 삼았어요.
그러면서 예비역 남학생들이 보이는 얼차려 문화. 음담패설. 술자리에서의 성희롱 등에 대한 비판을 담았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격분한 전국의 엄청난 예비역들이 궐기하듯 월장 사이트에 몰려든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인데.
문제는 그들이 몰려들어 한 행위들이 월장 회원들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사이버테러였다는 겁니다.
살벌한 욕설.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들은 기본이고 밤길 조심해라. 강간하겠다. 만나면 죽이겠다. 등등의 말들까지 넘쳐났었습니다.

심지어 월장의 일부 회원들 개인 정보를 알아내 성인 사이트에 올리는 짓도 했었죠.

 

흥미로운 건 같은해 같은대학의 교지에도 예비역 문화를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기사 때문에 교지가 공격을 받았다거나 기사 작성자가 공격을 당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내용이 크게 달라서?  아닙니다.  교지 기사 작성자가 예비역 남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사이버패거리들의 행위는 국내나 해외나 지구촌 시대답게 비슷한데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집단행동을 하는 집단에 속한 이들은 자신을 뚜렷한 개인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개인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 그들이 타겟으로 삼은 이들을 비인간화할 때 더욱더 공격적이고 파괴적이 됩니다.

즉. 피해자들을 개인의 정체성 따위는 없는 존재로 취급할 때 죄책감 없이 공격한다는 겁니다.

 

- 이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서로 확인하고 독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동일한 시각. 방향이 설정되면 좀더 극단적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나 사상에 대해 큰 자신감을 갖고 그 시각을 고착화하고 급진적으로 만듭니다.

 

 

일베의 문제 행위들도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어야 할까요?
표현의 자유를 논할 때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많이 거론되는데 이것이 가진 법철학은 사이버패거리들의 행위를 규제 대상에서 면제시켜주지 않습니다.
미대법원은 수정헌법 1조가 "진실에 이르는 단계로서 사회적 가치가 극히 미미하고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어떤 혜택도 질서와 도덕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표현에 대한 제한을 허용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이 아닌 거짓들. 협박. 불법을 선동하는 행위. 명예훼손. 모욕주기. 공민권 침해 등의 행위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수정헌법 1조만큼 많이 거론하는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입니다.
가끔씩 밀의 자유론을 운운하며 제한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까지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밀이 자유론을 쓴 목적과 상충됩니다.
밀의 가장 큰 주장은 "어떤 구성원이 다른 이들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을 제외하고는 사회가 개인의 의지에 반해 그의 자유에 정당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 입니다.  즉 위해의 원칙입니다.  또한 밀은 이 원칙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자유론 집필의 목적이라 했습니다.

 

착잡하지만 설명을 위해 조금은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이가 광주시청 앞에서 커다란 태극기를 펼쳐놓고 그곳에 홍어를 손으로 찢어 던지는 행위를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연 난리가 날텐데 대체 왜 그랬냐고 물으니 홍어 가격을 장난치는 중간 상인들의 횡포를 고발하기 위해 그랬다고 답했고 실제 그것이 맞았습니다.
다른 어떤 이가 광주에 사는 5.18 민주화운동 유족의 집앞에서 똑같은 행위를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더 난리가 날텐데 왜 그랬냐 물으니 5.18은 폭동임을 알리기 위해 일베에 도는 문제의 사진들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행위예술을 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전자와 후자의 행위 그 자체는 동일하지만 전자는 방식이 좀 세련되지 못했고 아이고 분위기 파악 참 못하시네. 라는 비판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특정한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한 행위는 아니기에 표현의 자유만 논하자면 이건 보호받아야 할 행위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행위는 5.18에 대한 역사적 평판을 비하하려는 의도. 희생자를 조롱하려는 의도. 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을 담은 위협적인 행위였다고

보기에 이건 보호받을 수 없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일베에서 활동하거나 옹호하는 이들은 소수자를 비롯한 각종 타겟들을 끊임없이 비하하고 공격하는 행위를 표현의 자유라 합니다.
천만번쯤 양보해서 표현의 자유라고 칩시다.
하지만 이 경우 문제는 자신들의 그러한 행위로 인해 타겟이 된 이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다는 겁니다.

 

월장 사태의 경우 이후에도 많은 논쟁들이 인터넷 곳곳에서 지속되었는데 그 논쟁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여성들이 논쟁을 참여하려면 사이버공격을 각오해야만 하는데 당시의 공격들은 여성들이 현실에서까지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심지어 토론장이 아닌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 의견을 적기만 했을 뿐인데 그것이 그들에게 발견되면 역시나 사이버공격을 당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사이트를 비공개로 돌리거나 댓글을 막거나 심지어 자신의 블로그 자체를 닫아야만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한마디로 인터넷 상의 자유로운 사적 활동까지 위축되고 표현의 자유를 불쾌감과 두려움 때문에 빼앗기는 거죠.

 

자신이 무언가를 주장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실제로는 자신들의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행위 때문에

타인이나 특정 집단 등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실질적인 위협과 공포를 준다면 그것은 결코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고 보호받아서도 안됩니다.

 

표현의 자유가 왜 보호되어야 하느냐에 대해 그건 사상의 자유가 보호받아야하기 때문이라 답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은 하등생물이고 야한 옷을 입은 여성은 강간을 해도 되고 5.18은 폭동이라 생각하는 건 나의 사상의 자유다. 라는 주장을 할 수 있겠죠.
그럴 수 있죠.  전 그런 사상의 자유는 인정해요. 
그리고 그런 사상 그 자체를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위에서 계속 보호받을 수 없다.  라고 한 것을 달리 표현하면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시 이런 법적 제재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 제재가 향하는 것은 그 편협하고 차별적이고 심지어 체제 전복적인 사상이 아니라 행위입니다.
달리 말하면 사이버공격을 하는 이들이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거나 그 사상을 기반으로 특정한 의견을

표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들로 인해 위에서 거론한 여러 형태의 피해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푹 빠져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이를 처벌하면 안되겠죠.
이건 사상의 자유 영역이니까요.  실제로는 하고 있지만.  -_-;;
하지만 그런 사상을 기반으로 실제 간첩 행위를 하거나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죠.
이 역시도 처벌의 대상은 사상이 아닌 행위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론은.
일베에서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려면 일단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부터?

 

@ drlinus

    • 월장사건 기억 나네요. 대단했었어요. 글쓰신 내용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와 존엄,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그것을 침해하면서도 인정받으려면 그를 상쇄할만한 공익이 있어야 하겠죠. 백분토론에서 변희재씨가 나와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데 말려서 못받아치는 반대 쪽 패널들을 보면서 답답했어요.



      규제를 하려면 사상이 아니라 행위라고 하시는 부분에도 동의해요. (차별금지법이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규제를 만든다면 국보법이 사실상 사상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잘 챙겨서 좀 더 안전망을 만들어야 할 거 같아요. 근데 이 부분이 어려운 거겠죠.



      덧붙이자면 저는 일베의 핫 이슈들 - 민주화 운동폄훼, 여성비하, 인종차별/다문화 -이 비교적 최근에 들어 사회적 합의가 어렵게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아직 그 합의를 체화하지 못했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뿜어내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법적 규제를 만들 때 가능하다면 이런 합의지점들을 다시 정리하고 공공히 해야 할 거 같아요.
      • 민주당이 바보 소리 듣는 이유야 넘쳐나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점이라 생각해요.
        개신교의 압력에 밀려 슬그머니 집어넣은 차별금지법 다시 꺼내들고 으쌰으쌰할 수 있는 엄청난 타이밍인데 이걸 그냥 흘려보내고 있으니. -_-;;
        차별금지법을 대체 왜 만들어야만 하는 지에 대한 근거와 필요성을 일베가 저리도 명명백백하고 리얼하게 매일매일 색다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엄한 폐쇄 타령이나 하고 계시니. 아흑.

        어찌보면 지난 5년과 새로운 5년을 합쳐 진정한 잃어버린 10년이 탄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그 합의지점들이 부족하지만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있던 것이 그 이전의 십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에도 그것들이 부족했고 혹은 조금 만들어진 것이 서툴게 손상되기도 했었는데 그것조차 단절되거나 퇴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생각이 들면 IMF가 정말 원망스러워요. -_-;;
    • 페이스북은 광고주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내용의 컨텐츠를 차단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네요. 앞으로 다른 사이트까지 확대될지 궁금합니다.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332548/FBRape-campaign-Facebook-agrees-block-content-makes-fun-sex-assaults-women-furious-campaign.html
      • 사실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 부분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하죠.
        구글. 페북. 트위터을 비롯한 거대 서비스 업체들 대부분이 미국 회사들인 지라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보니 사용자들에 대한 규제에 소극적이고 특히 국가 단위의 규제. 국제적 규제 등에 대해서는 꽤나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에 비해 EU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영토가 아닌 국제적 인터넷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거론하고 있죠. 물론 시도는 계속 실패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의 엄청난 발전 속도와 조세회피 문제가 겹치면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역시 속도가 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글로벌 서비스 때문에 각국의 국내법들이 효력을 상실하는 상황들이 늘어날텐데 이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지 솔직히 궁금하긴 합니다.
    • 보통 표현에 대한 책임을 신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논리가, 그러다 다른 표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건데요.
      본문처럼 다른이의 표현을 위축시키는 표현은 제한이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은 그 부분을 효과적으로 피해 들어갈 수 있는 논리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를 어떤 방식으로 제재하느냐가 문제인데, 요즘처럼 일베가 크게 어그로 끌 때 최대한 정치성 빼고 법조항 정비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네요.
    • 말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폭언)도 폭력의 일종입니다.
      일베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의 자유를 누리는 자들일 뿐이죠.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정리해주신 부분이 가장 중요한 논점같네요.
      저도 결론 및 차별금지법 찬성입니다만,

      표현과 행위의 구분이 입법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같아요.
      저는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된 경우는 행위로 간주하자는 의미로 이해했는데,

      정신적 피해발생여부에 의해 행위를 간주한다면, 일단 왠만한 네티즌들은 전부 다 소송대상이 될 거예요.
      게다가 정신적 피해발생이므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되므로 지금의 명예훼손죄, 모욕죄와 크게 다를 바도 없을 것 같네요.

      구체적인 표현을 하는 것만으로 처벌하려면
      금지어 목록을 만들거나 표현불가능한 일종의 성역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구요

      결국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데
      지금도 이 두 죄는 형법에서 애매하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저는 차라리 인터넷 윤리심의위원회 따위를 만드는게 현실적인 방안처럼 느껴져요.
      물론 거기엔 반대합니다만
    • 아니면 지금도 사이버수사대에서 음란물, 폭탄제조, 마약관련 사이트들에 대해서는 차단하고 있잖아요. 그 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겠네요
      범죄모의나 강력범죄행위를 옹호하는 불건전 표현 등에 대해서 사이버 수사대에서 해당사이트에 경고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사이버 수사대 사람들도 참 곤란해지겠네요.
      대형 커뮤니티들은 사실상 완전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걸 자신들도 알고 있을 건데..
      신고가 쏟아져서 업무 마비될 듯.
    • 이런 얘기의 반복은 아마도 한국사회에는 인격권이나 평등권과 같은 인권 개념이 부재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그에 반해 자유권을 억압하는 국보법이 엄존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자유권의 제한은 다수에 의해 지지되므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선으로 후퇴하자는 건데..

      한국사회에서 폭넓게 지지되는 권리는 재산권 뿐이려니 생각하곤 하는 썩은 중년으로써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그건 아니지' 싶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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