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감정적인 잡담
저에게 미확인생물체였던 아이가 성별을 알게 되고 나서 확인생물체로 변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제 안에 있는 미지의 생물체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는데 성별이 확인됨으로서 내 아기구나라는 실감이 났다구나 할까요?
하지만 모성애는 아직 느껴지지 않아요. 이맘때쯤 다른 분들은 희노애락을 경험한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은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ㅠㅠ
며칠 전 자는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이 아이는 자기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저는 한번도 제가 태어난 걸 감사해한다던가, 기뻐한 적이 없습니다. 태어난 걸 후회한 적은 아주 많습니다.-_-
남편을 만난 이후엔 달라졌지만요.
죽음이 무섭다는 걸 처음 느낀 건 신혼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였어요. 난기류를 만나서 굉장히 흔들렸거든요.
남편이 제 손을 꼭 잡더라구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신혼도 제대로 못 즐기고 죽으면 어떡하지라구요. ㅎㅎ
이제 막 내 삶의 동반자를 만나서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 기쁨도 못 느끼고 덜컥 죽어버리면? 이 생각에 비행기 안에서 멀미로 고생했다는..;
지금도 그래요. 엄마인 저도 나란 인간은 왜 태어났는지 고민하는데 제 아이는 어떨까요.
적어도 세상은 살 만하고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저도 잘 못 느낀 것을!)
저를 닮으면 까칠하고 비관적인 삶을 살테고 남편을 닮으면 낙관적이면서 자기 삶에 충실할테죠.
그래도 세상에 태어나서 다행이야라고 아이가 생각하게 하려면 얼마나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