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극적인 소재로 점철된 막장극에는 큰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한국 드라마에서 피와 고문으로 얼룩진 잔혹극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물론 공중파에서 힘들겠지만요.
하지만 한국의 막장극들은..참 무슨 파블로프의 종 같아요.같은소재를 가지고 익숙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계속 반복되는게..
이사를 하고 옵션으로 딸린 티비때문에 요즘 드라마를 자주 봐요.
예전엔 드라마 보는 사람들 잘 이해가 안갔는데..티비를 켜니..드라마를 보는 맛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습관성,연속성...적당히 늘어지는 전개.뻔하지만 벌려놓은 이야기 마무리 짓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아침드라마,저녁드라마,주말드라마등등 여전히 한국의 막장드라마 컨셉이 계속 되고 있더군요.
정신이상에 가까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악역과 그 파행들,출생의 비밀,가족간의 치정극...
진부해죽겠어요.
아무리 그런 소재들을 써야 주 시청자들이 안심하고 본다고는 해도..어쩜 하나같이 다 똑같은 포멧인지.
막장극이라고 해도 소재가 다양해질 수 있잖아요.왜 다들 평범한 가정드라마포멧에 악당과 치정극과 출생비밀로
뒤섞은 똑같은 잡탕들을 몇년째 쏟아내는 건지..
제게 있어서 흔히 얘기하는 '막장드라마'의 첫 기억은 80년도 말인가 90년도 초에 했던 '빙점'이었어요.
요즘 한국드라마들의 막장컨셉과는 좀 다르지만 이 드라마도 방영당시 한창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던게
기억납니다.
원작은 일본소설인데 이게 일본드라마의 리메이크인지 단지 원작만 빌려온건지는 모르겠어요.
내용만으로 느껴지는 긴장감과 페이소스가 있죠.
딸을 유괴살해당한 부부가 아이를 입양했는데 그 아이가 알고보니 지금은 교도소에 수감된 그 유괴범의
자식이더라...하는 얘기.
드라마의 관점은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위태로움에 초점이 맞춰있었던것 같고요.
지금 다시보고 싶은 소재에요.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고 그 안에서 펼쳐질 과잉감정들의 폭풍도 느껴보고 싶고.
좀 신선하고 재밌는 소재의 막장극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한국드라마의 막장극은 뭔가 막장극 패러디로 시작된것 같았던 '아내의 유혹'에서 끝을 냈어야 했어요.
원래 그런 패러디작품이 나오면 그 소재는 끝물이라는 뜻이고 대중들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지기 마련인데
이놈의 한국 치정극 망령들은 죽지를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