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를 봤는데...우울해졌습니다-_-;(스포 있습니다)

일단 무지 주관적인 코멘트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누굴 설득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설득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영화 자체로는 잘 나온 것 같아요.

이게 아이언맨이 아닌 다른 영화였다면 참 재미있게 봤을 텐데, 문제는 아이언맨이란 거지요.

저는 시리즈 영화들이 회를 거듭하며 뭔가 색다른 시도를 한답시고 시리즈가 가진 고유의 개성이나 일관성을 해치는 걸 아주 싫어하는데,

아이언맨3는 그중에서도 갑중갑이에요.

듀나님 리뷰를 봐서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짜증이 심하게 나네요.

영화가 뭔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어벤저스를 비롯한 이전 시리즈들과 분위기 차이가 너무 심하고,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맘에 안 듭니다.

아무리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시리즈 영화를 맡았으면 최소한의 일관성은 남겨 놔야죠.

킥애스처럼 처음부터 뒤집어 엎으면서 시작한다면 또 몰라도...(전 힛걸을 싫어하는 소수파라 안 봤긴 하네요)


마지막 부분도 맘에 안 들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예, 토니 스타크입니다. 근데 왜 마지막에 페퍼가 날뛰어야 하죠?

전 이런 식으로 주인공이 응당 차지해야 할 위치를 빼앗아가는 게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히어로 영화에서는.

아크 리액터는 또 왜 버린대요? 2편에서 한 고생들은 다 뭐가 되나요. 개량된 아크 리액터에는 하워드 스타크가 남겨 준 유산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걸 자아를 찾았답시고 '껍질은 가라'외치며 바다에 던져 버려요?


제일 용서가 안 되는 건 만다린입니다.

아무리 평행우주가 어쩌고저쩌고 해도 만다린은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빌런이 아닙니다.

슈퍼맨의 렉스 루터요, 배트맨의 조커란 말이에요. 마블 사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의 아치 에너미를 이런 식으로 거짓말로 만들어 버리면 어떡합니까?

진짜 솔직한 마음으로 말하는 건데, 전 원작이 있는 작품은 뭐가 됐건 원작에 대한, 원작 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존중합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저도 각색과 수정에 그리 빡빡한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캐릭터의 존재 자체를 홀라당 가짜로 만들어 버리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죄악입니다. 용서할 수 없는 폭력이자 횡포입니다!

화나는 걸 넘어 우울해졌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 보고 우울해보기는 난생 처음인 것 같아요;


앞으로 셰인 블랙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뭐가 됐든 안 봐요.

저에게 이 작자는 자신의 에고로 시리즈의 개성을 박살내버린 용역깡패나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해요.



    • 디즈니에서 스타워즈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나의 분노와 비교해도 될까요
    • 아크 리액터를 버리는 엔딩은 왠지 제작사 입김도 있을거 같아요. 워낙 벌려놓은 히어로들이 많으니까 숨고르기를 하자는 차원?

      저는 이 영화를 무지 재밌게 봤는데....심지어 만다린, 아니 트레버 슬래터리를 연기한 벤 킹슬리도 너무 웃기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간만에 영화 프랜차이즈로 잘 나온 코믹스 히어로 물에서 불구대천의 악당 캐릭터를 저렇게 만들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도 들어서 글 쓰신 분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만다린을 허수아비로 만든 설정이 엄청난 반전이라던지 아니면 극의 재미를 특별하게 강조한 것도 아닌거 같아서요. 굳이 열개의 반지를 안끼워도 충분히 위험한 캐릭터로 만들 수 도 있었을테고요.

      그래도 어쩝니까. 자꾸 머리속에서는 트레버의 대사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블러디 헬, 블러디 헬! 마이 네임 이스 트레버 슬래터리..터리..... 오레 오레 오레 오레.....
    • 어차피 멀티버스 세계관일텐데 원작파괴를 논할 것까지야 있나 싶네요.
    • 영화와 같이 만다린이 가짜였던 이슈도 있었다고 들었어욤
    • 또 하나의 Marvel Universe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페퍼가 날뛰는 것도, 아크 리액터를 버리는 것도. 저는 그럴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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