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그 생각을 안 한것도 아니지만요...^^;;; 제가 많이 부족해서요. 이십대 때에도 단 한번도 소개팅이나 선 자리가 들어오지 않았었습니다. 이유야 다 아는 그런 이유. (직업, 외모, 나이...) 그런데 위에 언급했던 그 소개팅 제의하셨던 분은 그런 제 부족한 것들 때문에 망설이자, "곱순씨 별로 안 뚱뚱하고요, 그리고 직접 남편 먹여살리시게요?" 이렇게 호탕하게 웃으셔서, 잠시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음, 굉장히 복잡한데요. 만약 저 분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나가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상대가 나를 당연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텐데, 어떻게 말을 해야 예의있게 "진심으로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상대방이 예의 차리면서도 편하게 날 거절할 수 있게 할까. 뭐 이런거요. 식사도 내가 절반 내고...
...... 네, 이런 마음가짐이 올바르지 않은 것 잘 압니다. 저의 이런 주눅든 마음가짐 때문에 이곳 분들이 항상 진 빠져 하신다는 것도 잘 알고요.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만남 자체를 거절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 한번의 만남 자체가, 저에겐 감사하고 소중해서요. 그분과의 그 이후를 기대한게 아니라요^^;;
라곱순님. 저 역시 라곱순님과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환경이라 님이 표현하시는 것들이 어떤 느낌인지 얼마나 괴롭고 외로운지 절절히 공감하며 글을 보아왔습니다. 말과 글에 담겨있는 에너지를 알기 때문에 표현하지 않을뿐 님의 글 그대로가 제 생각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흠 잡히는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염시킬게 우려되기 때문인게 제일 크고 그런 생각 자체가 내가 아닌데 누군가 나의 그런 표현으로 저를 함부로 판단할까봐 부정적 생각으로 꽉 차 있을때도 정신과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는 잘 표현하지 않으려합니다. 자기비하적이고 부정적인 생각들은 우울증의 결과일뿐 원래부터 님이 우울하고 비관적인 사람으로 태어난건 아닙니다. 안쓰럽다.. 힘내라.. 이런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어디 내 마음 좀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부정적이고 자기비하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억지로라도 생각을 바꾸는 연습을 하셨으면 좋겠네요. 활력이 생기도록 억지라도 운동을 하세요. 지역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에 가면 에어로빅 프로그램이 있을거예요. 사람들하고 같이 즐겁게 춤춰 보세요. 땀을 흠뻑 흘리면 자신이 좀 더 멋져보일겁니다. 다른 분들이 부정적인 모습 고쳐보라고 조언하고 곱순님도 고쳐보겠다고 몇번이나 얘기하고 되려 미안해 하는 모습을 여러번 본 것 같은데 전혀 바뀌지가 않네요.. 라곱순님과 세상을 가로막는 이 단단한 꺼풀이 존재하는 한 좋은 인연도 라곱순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쳐 갈것 같아요.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 그리고 동네에 있는 정신과에 한번 방문해 보세요. 보험처리 하면 8천~1만원 가량 밖에 안합니다. 라곱순님의 변화하려는 용기를 격려해 드리고 싶네요. 따스한 봄기운이 라곱순님의 용기에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저번 글(지워버리신 거 같네요)에서는 소개팅 제의에 그런거 못한다고 거절하는 투로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제의하신 분이 다음에는 빼지 말라고 하시고 가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그 분도 라곱순님이 거절한거라고 인식한 거 아닌가요? 뭔가 제의 받았을 때 그에 대한 의사표현도 확실히 해야 상대방도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는거죠. 아쉬우시면 라곱순님이 소개팅 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해보세요. 그런 시도도 없이 상대방을 순식간에 "빈말"쟁이로 만들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한테 욕먹게 만드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날카로운 말씀들이 좀 보여서 괜히 생판 남인 제가 나서봅니다. 곱순님은 자기연민에 취해있는 걸까요?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이게 뭐 삶이 무료해서 키운 병도 아니고 단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인 건데 그게 왜 나빠요? 몇 번이나 말만 하고 왜 바뀌지 않냐고요? 그렇게 쉽게 떨쳐낼 수 있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괴롭지도 않지요. 저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지 못 하는 것 자체를 곱순님이 괴로워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제가 바로 그런 스타일이기 때문에....
근데 여기서 또 뻔한 이야기를 하자면....저는 그나마 상태가 안 좋아지면 전문적으로 내 하소연 들어주는 분에게 간다는 출구전략을 지난 몇 년 거치면서 세웠어요. 확실히 혼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봤자 좋은 방향으로 풀리는 경우는 없는데 타인의 눈을 빌리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