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라는 것에 대하여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강신주 철학박사의 벙커원 다상담 특강 팟캐스트를 듣고 있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살아라 는 것이 큰 주제인걸로 파악이 되는데

지인은 강박사의 특강이 하루하루의 행동에도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상점의 주차장이 빈 곳에서는 잠깐 물건을 사고 나올 경우에

그려진 차선에 맞추어 차를 대려고 시간과 신경을 쓰지 않고 대강 두 선 걸쳐 차를 댄다든지,

어떻게 하면 이젠 나를 위주로 살까 생각한대요.

평소에도 이기적인 사람이 이런 말 하면 기가 찼겠지만 참으로 소심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당당?자신감? 뭐랄까 하여간 좋아보이더라구요.

 

사랑, 일, 고독 등의 주제가 있던데 '일'이라는 주제의 특강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사랑 이런거 저 멀리 지나갔고 하루하루의 돈 벌고 쓰는 생활이 더 중요하니까 그런거겠죠.

 

제가 듣기로는 인상적인 내용은 이런 거였습니다.

 

1.일단 대전제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가 되어야 하며

쟁기질을 못하게 되자 곡기를 끊은 백장스님의 예를 들었어요.

이때의 일은 꼭 돈으로 환산되는 일은 아니고 몸과 정신을 움직여 내 밥값은 해내라는 의미였어요.

그게 안될 때 인간은 죽는다고.

 

2. 돈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다.

연봉을 많이 준다면 18시간이라도 일하겠는가? 아니다.

한 나라 시민들의 삶의 척도는 얼마나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데에 쓸 시간이 얼마나 있느냐다.

  

3. 남의 일을 하는 것은 노예다, 어차피.

'아, 나는 이 일이 너무 좋아' 하며 순종적인 노예로까지 살지 말아라.

남이 하라는 대로 스펙 다 쌓아서 최고급 노예가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게 지금 이 사회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돈벌이까지 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다들 남 돈벌어주는 일에 동원되어 있다.

노예라도 자존심을 지켜라. 일 많이 하지 말고 충성도 하지 말고.

 

4. 주인의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말아라.

출산 휴가를 간 부하직원의 일을 다 떠맡는 거 이런거 절대로 하지 말아라.

출산 휴가때는 당연히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다 떠맡으면 고용이 창출되지도 않고.

내가 일잘한다며 오로지 고용주만 좋을 뿐이며 앞으로 나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기만 한다.

게다가 부하직원은 그런 상사를 보면서 죽을 맛일 거다.

 

5. 몸을 보호해라. 일 없는 직장은 로또다.

최대한 가만히 다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여유와 체력을 직장에서 보강해서 와라...

향유(enjoy)가 없이 일만 하는 것은 아무런 삶의 목적이 없는 거다.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도 된다.

옛날 사람들은 들소를 잡는 노동을 해도 밤에 벽에 동굴벽화를 그리는 예술활동이라도 했다.

당신은 뭔가.

 

 

물론 끝에는 기본적으로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쳐줘야 한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양념도 아끼지 않은 살뜰한 특강이었네요.

 

"근면 이데올로기는 자본가가 주입한 노예의 도덕" 이라는 것이 강박사의 철학이었구요.

(동의가 되는 이 기분은 뭐지...)

직장을 고를 때 내가 향유를 할 수 있나 없나를 기본적으로 놓고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보다 먼저 내가 무엇을 향유할 건가

직장 일이 다 끝났을 때 내가 사랑하는 무엇을 위하여 나의 진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인간은 남과 데이트 하기 전에 자기랑 데이트를 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도 기억이 났고..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일하다 죽고 싶다. 누군가의 등을 쳐먹고 싶지는 않다..는 상념도.

 

한국 사람들은 워낙 평생을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어디서나 워커홀릭이 판을 치는 것 같아요.

분명 좋은 점도 있겠지만 속으로 썩어가는 워커홀릭이 결국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해 고급임원이 되는 사람의 수가 극소수인 사회에서

일만 하는 게 도대체 삶인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무리 좋은 직장이래도 마흔 후반쯤에 떨려나던데...

그 다음 인생은 뭘까요.

 

 

듀게에 직장에 관한 고민이 많이 올라오는데

강박사의 의견도 한번 귀담아 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써봤습니다.

 

http://radio.ddanzi.com/index.php?document_srl=1038932&mid=Bunker1special

여기 가면 들을 수 있는 것 같네요.

 

 

 

 

 

 

    • 주옥같은데염

      3번 특히 공감해요

      대충대충 합시다
    • 직장의신에도 3번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역시 직신짱
    • 직장의 신을 꼭 보아야겠군요. 그런 통찰이라니.
    • 열심히 해서 팀장되고 임원되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열심히 안하고 충성심 안보이면 이직하거나 새출발하기도 어려운 40대 초반쯤 잘리니까 문제죠. ㅠ.ㅠ
    • 지금 읽은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 전 사실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것같아서 없던 충성심이 생겨나고 있어요

      날잡아서 야근이란걸 한번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ㅎ
    • 현실은 대전제 1 같은건 개나 주고 3 만 죽어라 사수하는 인간들이 많다는게 함정.. 한때 정년보장 되는 직장다녔었는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회의가 생길 지경이더군요. 공산주의가 이래서 망했구나 싶고-_-.
      • 강박사 철학에 따르면 그건 고용주가 알아서 할 고민이래요...
        노예가 고용주 생산성 걱정을 왜....
        뒤집는 시각인 건 맞지요, 참. 저는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
        • 아.. 생산성같은 복에 겨운(?) 고민이 아니구요. 우리나라같은 군대문화에서 당장해야 될 일의 절대량이 N인데 윗사람들이 다 3번 같은 태도면 그 일이 다 어디로 갈까요? 직장 다녀보니 우리나라 회사들 대부분은 아직 생산성이라든지 창의성이라든지 그런 고급한 레벨의 조직문화를 논할 단계가 아니더라구요.
          • 제가 저 논리에 별로 공감을 못하겠는게 저렇게 살아도 일자리 보전되는 사람들한테나 통할 논리고 현실은 그들도 누군가에겐 그 알량한 일자리로 갑질하는 사람들인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죠. 글쓴분에겐 신개념이라지만 정년 보장되는 공공기관 쯤 다니면 대부분 다 본문처럼 저렇게 삽니다 ㅋㅋ 자기 할일 안하고 인턴이나 알바생 부려먹으면 되거든요.
    • 어맛, 제가 산 책의 저자님이시군요!
    • 제가 좀 싫어하는 화법을 사용하는 편이라 좀 불편했지만 꾹 참고 다 들었어요. 결과적으론 듣기를 잘했다 싶더군요. 가슴에 새길 말도 많았구요. 실제로 실생활에 조금씩 사용하고 있습니다.
      뻔뻔하면 좀 어때~~ 뭐 이렇게요. 사실 이 글의 첫 부분에 주차 얘기도 동의는 안되고 전 안 그럴테지만 뭐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다 싶어요. 대신 그 책임도 본인이 져야 되겠죠. (테러를 당할 수도 있고 , 딱지 끊길 수도 있고, 욕 먹을 수도 있죠. 본인이 감안하겠다면야 뭐..)
    • 나도 팔자 편하게 철학자가 될껄 그랬어요.
      전쟁터 밖에 있는 자가. 전쟁을 어찌 압니까.

      세상 참 편하군요. 그들에겐.
    • 큰 주제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 나는 이 일이 너무 좋아' 하며 순종적인 노예로까지 살지 말아라. 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군요.

      좋아서 일하는 것도 죄인가요?;;
      일이 재밌지만 이건 노예의 생각이니 난 재미없어해야 돼! 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본인은 강연할 때 너무 재미 없지만 먹고살자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열심히는 안 할거다, 하는 마음으로 하는 걸까요.

      요새는 과장된 화법으로 말하지 않으면 아예 들을만한 얘기로도 쳐주지 않는 사회인가보네요.
      • 저는 제일 공감 가는 항목이었는데...
        좋아하면서 재밌어하면서 일하지 말아라, 가 아니라 좋고 재밌더라도 받을 건 다 받아라... 아닐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내가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받은 것보다 더 열심히 하진 말라는 거겠죠. 받을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요구하라...

        제가 직장생활 몇 년 해보니... 자기 일 좋아하고 열정 가지고 있는 신입들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의 한계가 명확히 보이더라구요. 좋아서 하는 일이든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이든 일한 만큼 받아야 한다, 일한 만큼 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식 열정 페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요.
        태클은 아니고 그냥 제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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