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얘기 코미디 소재로 삼는 거 좀 불편한 분들 없나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재밌게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엔 산통 깨긴 싫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좀 불편합니다.


군대라는 조직은 집단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개개인에게 육체적인면이나 정신적인면에서 많은 통제를 하잖아요.


그 와중에 여러 부작용들과 보통의 상식으론 이해가 안되는 얘깃거리들이 생기는데 이걸 코미디 소재로 삼는단 말이죠.


대놓고 말하자면 푸른거탑이나 일밤의 진짜 사나이요.



푸른거탑의 꾀부리는 말년병장 캐릭터야 그러려니 합니다만...


같은 분대장이나 선임들은 후임들을 괴롭히지만, 다른 분대에게서 지켜주는 든든한 빽이고, 우리는 결국 하나의 동료다.. 라는 식의 에피소드는 충공깽이었습니다.


특히나 진짜 사나이는 민간인을 군인으로 '길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걸 그냥 웃고 넘기기엔...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폭력을 보는게 좀 괴롭습니다. 특히나 저 역시도 같은 경험을 겪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폭력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군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과 군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 모두 저런 류의 코미디를 보고 있는데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누구는 자신이 겪었던 폭력을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넘기고, 누군가는 원래 저런거구나 하고 여기겠구나 하고요.



개인적으로 군대에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군대 소재 코미디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거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뭔가 좀, 그래요.


마치 점점 더 빡세져가는 대학 입시 때문에 고등학생 때부터 스펙 쌓아가는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구나' 하고 남일이라는 듯 그냥 흘려버리는 기분도 들고 말이죠.


그냥 '그 땐 그랬지'하고 넘어가기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일이고, 단순히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잘 보고 있는 분들한테 이런 말을 궁시렁거려봤자 짜증과 불쾌감만 안겨주겠습니다만...

    • 전 그걸 군대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둔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푸른거탑에서 배경이 되는 군대를 일반 기업으로 옮긴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싶어요.
    • 군대라기보다는 조직 자체가 그런 폭력성? 강제성? 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폭력인지는 모르겠고, 강제성 같네요.)
      사회 첫 발 내딛었을 때, 조직 내 명령체계가 (실제로는 업무협의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형식상으로는 회사의 사장이 '명'하고 이를 '받드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조금 신기하면서도, 이런 게 조직통솔의 구속력이구나 하고 실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육아휴직 같은 걸 실제로는 직원이 쓰겠다고 해서 쓰는 거지만, 공문상으로는 사장 명의로 며칠에서 며칠까지 육아휴직을 명함. 하고 나가는 거요. 페이퍼상으로는 그럼 사장이 저거 거부해버리면 어쩔건데..?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실제로 사기업 중에서는 그런 강짜를 부리는 데가 많기도 하고..
      • 우리나라 사회조직의 그런 모습이 군대문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 폭력성의 원형을 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사회가 폭력에 무감각해져 있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저도 그래요. 군대를 다녀온 입장에선 마냥 즐겁게 웃을 수 없는 것들이죠. 명백한 폭력이고,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면이 군대라는 시스템 하에서 묵인될 수 있다고 비춰지는 게 좀 못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저의 경우 <진짜사나이>는 조금 더 리얼한 포맷이어서 불편해서 전혀 안봤구요(군생활을 TV로 보는 것 자체부터 짜증납니다), 상대적으로 코미디에 콩트포멧을 갖춘 <푸른거탑>이 그나마 좀 소프트하게(?) 느껴져서 이건 몇 번 봤는데요.. 말년 최병장이 찾아라 드래곤볼! 하면서 베개 속 톱밥을 뿌리면서 찾아오게 시키는 장면 같은 것들은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겐 웃을 수 없는 것들인 것 같아요.

      갑자기 생각나는 건데.. 관물대에 세면백이 조금 삐뚤어지게 놓여있다는 이유로 관물대를 바닥에 확 엎어버리면서 다시 정리해 이 개새X야 라고 외치던 선임이 생각나네요. 이 상황이 웃기신 분들도 계실까요? (<푸른거탑>에서 싸이코 김호창 상병이 이랬으면 재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 저도 무진 불편하긴 해요.

      저에게 군생활은 하나의 공황으로 다가올 정도니까요.

      하지만 코미디 소재가 못될건 뭔가 싶기도 해요. 요즘은 별개다 코미디 소재니까.

      다만 코미디가 문제라기 보단, 코미디를 통해서라도 할 수있는 말이 저것보단 많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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