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바낭-오늘 관창이 죽었어요
오늘이 아니고 어제군요.
대왕의 꿈이 끝나갑니다.
관창 이야기는 삼국 통일 이야기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어린 화랑 관창의 돌격과 그를 돌려보내는 계백. 굉장히 기품있는 장수의 이미지인 계백이 죽으니 이야기가 참 처연하죠.
관창 역을 많은 배우는 얼굴이 꽤 익숙한데 누군지는 모르겠어요. 여럿이 나올 때 외모가 눈에 띄어서 쟤는 대사를 주겠구나 싶더니 과연 관창.
계백에게 붙잡힌 관창은 그냥 악에 받친 사춘기 막바지 아이 같았습니다. 관창 이야기를 읽을 때 그려지는 것처럼 처연한 아름다움 같은 건 없었어요. 하긴 아름답긴 뭐가 아름다워요. 사람이 목이 잘려 죽는데.
대를 위해 희생하는 이의 숭고함 같은 건 보이지 않고 그냥 아저씨한테 대드는 열 받은 십대 같더라니까요. 의도한 건지 배우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저랬을지도 모르지 싶더군요. 이 드라마 보면서 귀를 막아버리고 싶어지는 대사가 '삼한 일통이 어쩌고 저쩌고' '삼한의 백성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부분이에요. 실제로 삼한이 어쩌고 하면서 '통일'을 한 건지 그냥 옆 나라를 먹은 건지 김춘추의 속셈은 후자에 걸겠지만 어쨌거나 나라가 하는 일이니 백성인 너 따위는 기꺼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얼마나 주입해 왔겠어요. 십대 소년이 계백 나쁜 놈. 백제 개새끼 하면서 돌격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그나마 이름이라도 남긴 관창은 좀 나...은지도 확신이 안 서지만 몇 명의 군사를 잃었다라고만 나오는 그 수 많은 죽음들이 무얼 위해 죽었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당시엔 어차피 굶어 죽고 전염병으로 죽고 이래 죽고 저래 죽고 현대 사회와는 상황이 다르긴 했겠지만요.
관성으로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오늘은 좀 열심히 봤네요. 최재성이 계속 사극에서 얼굴을 보였지만 계백만큼 잘 어울리는 역은 못 봤어요. 여전히 연기는 예나 지금이나 징하게 늘지도 않는다 싶은데 사려 깊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우수가 깃들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얼굴이라 제가 상상하던 계백과 꽤 잘 어울리더군요. 물론 나이들면서 좋아진 이 양반의 풍채도 장수의 외양에 일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