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인식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내 얘기
제가 미필입니다.
미필은 미필인데 좀 애매한 미필이라, 훈련 비슷한거 몇번 왔다갔다 하고 얼마 있어 현역 입대를 하게 됩니다.
근데 그건 별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뭐 글 자체가 별 중요한 얘긴 아닐겁니다 아마;)
제 위로 누나가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훈련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쩐내나는 전투복을 세탁기 돌리고 널어놓고 있는데, 누나가 그거 나중에 다릴거냐고 묻더라구요. 왜 군인들이 줄 쫙 잡아서 멋있게 입고다니잖아요.
근데 전투복이 원래 다리면 안되는 거라고 전 배웠거든요. 좀 되서 이유는 까먹었는데, 줄잡으면 적에게 들키기 쉽다던가 뭐 그런 이유였을 겁니다.
그래서 또 입바른 소리 좋아하는 제가 누나한테 구구절절 설명을 했죠. "이게 이러이러해서 원랜 다리면 안돼 다리는게 잘못된거야 그래서 이러저러.." 제가 딱 그런 타입이거든요. 여자들이 싫어하는, 아는 거 티내는 남자
듣다가 누나가 피곤했나봐요. 팽 웃으면서 아이고 애국용사 납셨네 한마디 딱 하는데
참 별거 아닌데
순간 화가 울컥 나는 거에요.?!
속에선 막 으어 씅나! 내가 누구 대신 총맞겠다고 살태워가며 이 고생하는데. 말 몇마디 했다고 하이고 애국용사? 애국용사?!
이런 개소리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아는척 하면서 꽁한 남자)
이런 꽁함을 표출하고자 "그렇게 얘기하는거 아니야" 라고 얘기하려다가
아는척에 꽁하고 훈계까지 하는 삼관왕은 피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결국엔 그냥 웃고 말았네요.
그런다고 우리 누나가 군인들 살인기술 배우는 나쁜 집단으로 아는 모지리가 아니라는건 저도 잘 알고, 천안함 연평도 터질 때마다 안스러워하고 고마워하는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가끔 저렇게 별거 아닌 일들로, 억울함 비슷한 감정이 튀어나올 때는 있습니다.^^;
내가 이 것을 위해 배우고 하는 일들이 저 사람들은 그냥 별거 아닌 걸로 여겨지나? 하는 의문이 가끔 들기는 해요. 오히려 군가산점제니 여성 의무복무니 하는 거창한 이슈로는 별로 그러지도 않습니다. 그것들은 정말 생각할 게 많은 문제니까요.
그런것보다는 오히려 생활속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들에서 저런 기분을 종종 느끼죠. 서운함과 아쉬움의 중간 정도?
뭐 하고 싶어서 하는거 아니고, 딱히 열정을 불사른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며, 중요하지 않은 일도 아니고,
당신에게 도움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더구나 그 도움 줌을 자부심 삼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보상에 갈음해서 버티는 일인데
그 자부심마저 근거를 희미하게 만들어버리면, 서운하긴 하지요. 감정적인 문제라 어쩔수 없네요.
공치사까지 바라는 건 아닙니다. 고마워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고마워해준다면 나도 참 고맙겠다. 딱 이 정도인것 같아요. 보통의 병무 대상자들이 바라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전 사실 이런 글 쓰긴 부끄러운 미필)
고마워해준다면 고맙겠다. 고맙다니 참 고마워.
안 고맙다면 서운하겠지만. 뭐 별수 없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