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묘하네요: 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하루 종일 생각해도 기분이 묘해서 주절주절 써봅니다.

 

저상 버스는 아니고 계단이 두 개 있는 일반 버스였어요.

버스 운전기사석 두 칸 뒤, 그러니까 바퀴 때문에 자리가 조금 높은 곳 말고 그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었어요.

창문이랑 창문 바로 아래 차 벽면에는 노약자석이라는 표시가 붙어있긴 하지만 의자 커버는 그냥 일반 회색인 자리였죠.

 

창 밖을 멍하게 보고 있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 타는 걸 봤어요.

몇 사람이 올라오고 그 뒤 버스를 타는 어떤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랑 눈이 살짝 마주쳤는데요.

그 분이 대뜸 창문 밑에 노약자석임을 알리는 노란색 스티커를 아무 말도 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아저씨를 0.1초 쳐다보다가 냉큼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했어요.

 

그리고 그 자리 조금 뒤에 서서 집까지 왔는데요.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일단 그 아저씨는 나이는 지긋해보이시긴 했는데 건강하신 것 같았어요.

옷도 정장에 바바리코트까지 챙겨 입으시고 티끌 하나 없는 진고동색 구두를 신으셨고요.

 

전 일단 임신부한테는 자리 양보 잘 하는 사람이에요.

딱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생각되는 분한테도 자리 양보 하고요.

하지만 아줌마 아저씨한테는 음...솔직히 반반인 것 같아요.

 

일단 그 자리가 노약자석이니까 저보다 연장자이신 분이면 양보를 하는 게 맞죠.

제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는 양보한다 생각하고 앉아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양보를 하는 건 좀 이상해요.

 

아저씨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대신 자리 좀 양보를 해달라고 했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앉으면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했으면 찜찜한 기분이 안 들었을텐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드네요.

 

 

    • 자발적인 양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꼭 앉아야 할만큼 노약자도 아닌 양반이 당연한 권리인듯 뺏았으니 당연히 기분 나쁠만 합니다. 차라리 말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지 아랫거도 아닌데 손짓으로...에휴~
    • 맞아요 저도 그런 적 있어요. 환갑 좀 안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거기 노약자 석이라고. 저는 그래서 다른 어르신 있나 주변을 살펴보았다가 당신이 앉으신다고 해서 멍.. 내릴 때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비켜드렸지만 참 그랬어요 마음이.
    • 오래 서서 가기 힘든 사람을 위해 있는 자리일 뿐인데...
      나이든 사람이 우선 앉아갈 권리가 있다니 무슨 신분제 같지 않아요? 천 것은 자리에서 썩 비킬지니라~
    • 제일 궁금한게 본인들은 젊었을때 자리양보를 잘했냐는것. 보통 좋은 어른들은 애들이 공부한다고 고생한다고 오히려 자리양보 안받고, 젊었을때 쓰레기처럼 어른들 공경 안한 인간들이 자기 나이 대면서 대접하라는거 자주 봤어요.
    • 사과식초/ 그쵸? 그냥 말씀을 하시지...혹시 청각장애인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_-;

      echoic/ 이게 좀 애매해요. 일단 그런 자리는 연장자가 양보해달라고 하면 별 말 없이 양보하는 게 도리인 것 같긴 한데, 아줌마아저씨들한테는 양보를 꼭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웬만하면 내가 양보하면 우리 엄마도 누군가한테 양보 받을 수도 있겠지 하면서 자리를 뜨긴합니다.

      ikywg/ 오늘 그 분은 예순은 넘어보이긴 했어요. 그래도 엄청 건장한 체격에 건강한 느낌이었거든요...흐음;;

      27hrs/ 보통 나이 있으신 분들이 오래 서서 가기 힘드니까요. 특별히 피곤하지도 않고, 무거운 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냉큼 일어나긴 했는데
      저랑 같은 정류장에 내려서 좀 빠직-_-+ 했습니다.ㅋㅋㅋ
    • 이게 노약자에 대한 젊은층의 '배려'로 인식되지가 않고
      나이든 윗사람에 대한 '예우'로 인식되니 요구하는 사람도 당당히 요구하게 되는듯 합니다.
    • 헐 손짓이라니 기분나쁘셨겠어요. 말을 못하는분인가..덜덜<br />너무 싫음..
    • 양보라는건 강제적인게 아니죠
    • 전 노약자석=연장자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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