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본 일본 미스테리 물이 얼마
되지 않아요. 때문에 비교군이 매우
적네요. 그래도 모리무라 세이치의
명성과 대표작인 인간의 증명이야
알고 있었죠.
전 일본 미스테리 물이 점점 마음에
안들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추리는 단서가 없고, 육감에
의지하며, 우연에 기댑니다.
형사 둘이서 범인의 행적을 '상상'하는
장면에서는 소설을 써라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와요. 그들은 상상을 하지
추리하지 않아요. 대부분 억측인데
그게 사실이 되어버려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리 없는 우연들이 실마리를
제공하고, 필요한 인물들이 마침 거기 있으며, 쓸데없는 행동들이 사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죠.
굉장히 실망했어요... 몇몇 다른 작가의
소설들도 그런 식이었고...
추리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봐야
할런지도 모르겠네요.
소설은 안 읽었고 마츠다 유사쿠가 주연을 맡은 영화랑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나온 드라마를 봤는데, 둘 모두 좋았어요. 마음을 깊이 울렸고요. 갸우뚱한 부분이 있기는 했는데 아마 주로 캐릭터 구현에 관해서였을 거예요. 다시 보고 싶네요. 드라마 속 오가타 켄 님도 그립고요.
ㅇㅇㅇㅇ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계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야마모토 슈고로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네. 네? 나 좋아하거든. <사부> 같은 작품은 엄청 울었지. 소설 같은 거 읽으십니까? 응. 자넨... 안 읽으려나. 네. 시간 낭비 같아서. 시야가 넓어진다네. 화악 하고. 화악. 허구 아닙니까. 상상력 풍부한 녀석들이 만들어 낸. 제겐 그런 걸 즐길 여유 따윈 없습니다. 쓸데없는 시간이라는 것도 인간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일세. 저 녀석한테 야마모토 슈고로 읽혀서 울려 보면 좋을 텐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요. ^__^ 근데 시대배경이 1970년대 아니던가요? 그당시로 본다면 요즘의 과학수사같은 철저함은 좀 부족한 게 오히려 고증(?)에도 맞지 않을까...전 그러면서 읽었어요. 결정적으로 전 추리물이라 생각 안 해서 쉽게쉽게 용서가 되었던 것일런지도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 결정적 물증은 없지만 범인이 인간임을 믿어본다며 무대뽀(!)로 심문하겠다던 무네스에의 모습과 마지막 취조 장면은 그래서 오히려 더 강렬했어요.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나온 드라마도 재밌게 봤는데 설정이 좀 다른 부분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책이 더 좋았습니다.
저에게 이 소설이 더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분의 반미감정인데, 너무 적나라해서 좀 귀엽기까지 하더군요. ^^
과학 수사를 바란 게 아니예요. 더 오래된 코난 도일이나 크리스티에게서도 이런 우연의 남발은 본 적 없었어요. 고증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군데군데 그런 장면이 거슬려요. 우연히 주은 곰, 죽은 노파와 우연히 겹친 날짜, 우연히 들어간 하녀, 육감 수사, 증거가 없음에도 '그렇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 그들이 증거라고 내세우는 건 다 쓸모없는 것들이고요. 형사들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요. 그들에게는 뭐 하나 결정적인게 없었어요. 이런 것들을 참을 수 없는 거였죠. 저도 추리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잊어야 하나 봅니다.
모리무라 세이치나 마쓰모토 세이초는 정통추리파가 아니고 사회파 추리작가예요.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처럼 논리적으로 퍼즐을 푸는데 중점을 두는게 아니고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사회병리 현상을 고발하는데 중점을 두는 작풍이죠. 본격 추리파 작품을 읽고 싶으시면 요코미조 세이시를 읽어 보세요.
조언 감사합니다. 모리무라 세이치나 마쓰모토 세이초는 귀에 익은데 요코미조 세이시는 처음 들어보네요. 그래도 추리가 들어갔는데... 추리형식을 빌려온 사회고발물이라고 해도 우연이 너무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요. -_- 특히 곰 인형이 수용이 안되네요. 훨씬 후배들인데 미야베의 화차, 미나토의 고백, 히가시노의 X의 헌신 쪽이 더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