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자소서를 쓰다보니 소설가가 될 것 같아요.



...T.T...


선배형아누나일찍졸업한여자동기...들이,

자소서는 (자)소설을 쓴다는 마음으로 써야한다고 말했던 것을,

이제야 이해하고 있습니다 T.T...


제 자신이 성인으로서 살아온 시간들은...

군대 빼면 이제 기껏해야 4~5년이거늘...

(사실 여기서 정신 놓고 있었던 대학교 1학년 때를 제외하면 3년!)


기업들의 자소서란에서 요구하는 덕목과 가치 및 경험 등등등을 보자면,

저런 것들을 모두 경험하려면 최소한 10년은 더 살아봐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T.T...

또한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학점이나 어학, 기타 스펙을 만족시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도서관 및 학교 주변 어딘가에서 죽치고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다가 뭔가 '스펙타클하고, 로맨틱하고, 교훈이 담겨있는' 경험과 깨달음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이 사람들은 진심 사람을 뽑고 싶은건가 슈퍼맨을 뽑고 싶은건가 궁굼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T.T..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다 못해, 스펙도 빵빵한

무적의 청년들이 넘쳐나는 곳이 대한민국이니...


없으면, 없는대로 지어내서 써야하는 상황...

그래서 요즘 정말 소설을 쓰는 기분입니다.

내가 살지 못한 삶과 해보지 않은 경험을 내가 살았고 누렸노라 쓰고 있자니,

뭔가 취업을 위해 영혼을 팔아버리는 기분이에요.


물론 대부분은 그나마 있었던 일에 기반해서 쓰려고 하지만,

가끔은 장사나 창업, 극적인 여행이나 궁극적 삶의 가치관을 깨닫게 된 경험들을 묻고 있으니..

도저히 기존 경험에서 유추를 못하면 역시 창작 T.T..


...

하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서글프네요.


한국 대기업들이 원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좋은 학벌을 얻을 수 있을만큼의 전국%를 유지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대학생 때는 유수의 정성정량적 스펙을 모두 쌓으며,

심지어 그 사이에서 영성적 깨달음을 이끌어주는 체험과 경험을 하고,

가끔 여행도 하고, 창업도 해보고, 

뭔가 '오!'소리나는 스펙타클한 일도 겪어본...


그런 인재가..


..

있을까요?...

제 위로 엄청난 슈퍼맨들이 있으니까 제가 떨어지는 거겠죠? T.T...

크흐흥


아직 써야할 기업들이 엄청 많은데, 

지쳐갑니다.

토닥토닥해주세요.

현기증나요 T.T... 



    • 제 자소서 포인트는 그냥 '저 회사 들어가면 그 다음날부터 일 할 수 있습니다.'를 어필했습니다. 물론 약간은 과장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뻥도아닌 수준? 처음엔 여느 자소서 처럼 자기인생 구구절절 소설처럼 써봤는데 제가 봐도 지루한데 남이보면 오죽할까싶더군요(...)
    • 딴건 몰라도 제가 본의아니게 오! 소리나는 스펙타클한 일 많이 겪어 교훈을 얻고 삶의 가치관에 한 두번쯤 지진이 와본 사람인데요..
      프리랜서 작가활동할 거 아니고 그냥 기업에 취직하려고 그런거 자소서에 솔직하게 쓰면 대부분의 경우 분명 망할 거 같은데..;;;;;;
      취업을 위해선 그런 경험과 시련도 정해진 걸 겪어야 하는 걸까요ㅋㅋㅋ
    • 창작자소서..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손발 오글거림과 자학의 피아노줄 위에서 휘청거리신다면 그냥 즐기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죽이는데! 나라도 날 뽑겠어! 이런 마인드로요. 취중 작성도 좋은 방법이에요...
    • 회사에 들어오는 이력서와 자소서를 1차로 거르는 일을 담당합니다. 가끔 면접관으로도 들어가구요.

      요즘 자소서는 스펙타클해서 보는 사람도 난감해요.
      자소서 작성에 너무 예술혼을 불태우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신입사원채용인데 자신의 업무능력이 너무나 뛰어난 것처럼 써놓은 경우도 많고,
      (공모전이나 클래스의 팀작업에서의 자신의 능력이 당장 현업에서도 바로 써먹힐 것처럼 치환해서 써둔다거나)
      (학교나 아카데미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업계 내부에서만 알 수 있는 노하우 같은 것들이 많은데도 마치 다 알고 있는냥 너무 자신만만하다거나)
      떨어진 공모전인데도 리스트를 줄줄이 써놔서, 마치 수상경력인양 보이려는 경우도 많고-
      취미나 어학연수 경험들도 대개 비슷해서
      보는 사람도 여러모로 구별하기 쉽지 않거나, 당황스러워서 난감할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력서와 자소서만으로 인재를 뽑는 기업은 없으니-
      제가 추천하는 자소서 창작방향(?)은, 딱 면접에서 얼굴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만-
      그 사람이 궁금해질 정도로만 정보를 담아내는 쪽입니다.
      훌륭한 위인 전기를 한 편 다 읽는다고 해서, 그 위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지진 않거든요.
      너무 훌륭해보이려 하지마시고,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픈 상대로 어필하시는 것이 방법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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