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요즘 들어 생각나는 음식.

호르몬 때문에 감정의 기복이 생겨서인지 옛날 생각이 종종 나는데요.

요즘은 남편과 데이트할 때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나요.

 

사귀기로 하고 나서 첫 데이트 때 저흰 콩국수를 먹었어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택시기사분들께 할매집이라고 물어보면 다 안다는 맛있는 콩국수 집이었어요.

강원도산 콩을 걸쭉하게 갈아내어 애호박 볶음과 김가루를 올리고 반찬으로는 청양고추가 전부인 집이에요. 늦게 가면 줄서서 기다려야 한답니다.

생각해보면 첫 데이트의 음식으로는 다소 쑥쓰러운 먹거리이긴 한데 남편이 밀가루 덕후라서 제가 그 집을 선택했거든요.

얌전한 척하면서 한가닥씩 먹고, 입가나 치아에 묻을까봐 되게 조심조심해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남편과 관련없는) 이것저것 안 좋은 사건이 많았던 저는 확신이 없었는데요.

남편에게 어느날까지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먹쉬돈나에 가서 떡볶이도 먹고 밥도 볶아 먹자고 했죠.

나중에 신혼집을 구하러 갔을 때 들려서 먹었답니다. ㅋㅋ

 

연애할 때 남편은 평일에 휴일이 있어 종종 저를 만났는데요.

한번은 제가 너무 아픈데도 내려와서 저를 만나려고 하길래 아프니까 쉬고 싶다고 오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기어이 찾아 와서 저에게 홍시를 주더라구요. 감기에 좋다니까 얼른 먹으라구.  달착지근하면서 시원해서 열이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그 때가 문득 생각나서 남편 보고 홍시를 사오라고 해서 먹었는데 그때 그 맛은 안나더군요.

 

그 외에 남편이 이직하면서 월급이 더 나왔다고 맛있는 거 사준대서 둘이서 스테이크와 봉골레를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던 기억도...

예물하러 갔다가 기분이 상해서 제가 화를 잔뜩 내고 남편은 달래주고 그러다가 가서 먹었던  트라토리아 몰토의 음식들도 생각이 납니다.

기념일 겸 해서 미리 예약해 두었는데 취소하고 집에 가버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남편이 혼자 살 때 자주 가던 포장마차의 떡볶이 집을 저에게 소개해줬던 기억도 나고...

더운 여름에 하회마을 갔다가 한시간도 못되서 gg치고 시원한 미숫가루를 마시면서 버스 오길 기다렸다가 타자마자 둘이 머리를 맞대고 졸았던 기억도...

 

하지만 지금은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는 게 함정. 하아.

생각나는 추억의 음식이 있으신가요?

 

    • 난 또 먹고 싶지 않으면 다 잊어버려서 생각이 안나요.
      전 옆사람이 맛있게 먹었던게 기억나지만 특별한 음식은 아니고.
    • 갑자기 콩국수가 매우 땡기네요. 아직은 콩국수 먹기엔 좀 춥지만요.

      추억의 음식이라고 하니, 저는 어릴때 엄마 손잡고 갔던 경양식집의 돈까스가 생각나요.
    • 요즘도 아니고 아주 오랫동안 종종 생각났던 음식은, 저도 엄마랑 같이 먹었던 돈까스요. 경양식집도 아닌데 빵도 주구 스프도 주구 소스도 달착하니 맛있었어요. 남자랑 먹었던 건... 피렌체에서 먹은 티본 스테이크랑 내장버거요. 추억이라기보담 그냥 너무 맛나서 또 먹고 싶은 ㅠㅠ젤라또도 그렇고. 대판 성질 부린 날 입에 물려주던 달달한 빵도 그렇고, 일 끝나고 지친채로 걸어가서 싹싹 비워먹은 존슨탕도 종종 생각나요
    • 저는 핫초코요. 겨울과 함께 항상 아련하게 기억나요. 겨울에 첫사랑과 단 둘이 서서 누굴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때 첫사랑이 손에 쥐어준 것이 테이크아웃 핫초코였 거든요. 제 생에 첫 핫초코였어요. 손 끝도, 뺨도, 마음도 따뜻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눈이 내렸는데, 찰나에 어찌나 많이 오던지, 뚜껑을 열고 마시던 핫초코에 눈이 들어가서 초코슬러쉬라고 서로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직도 가끔, 입김 나오는 한 겨울에 혼자 핫초코를 들고 서있어요. 딱히 누굴 기다리는 건 아닌데, 기다리는 사람 같이..
    • 본문과 댓글 보니 음식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가 중점인 듯
    • 저는 호박꿀맛나를 비롯한 불량식품이요

      하나씩 까먹으며 집에가는 길은 참 신나고 즐거웠죠

      초딩판 커피
    • 저는 지금 임신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결과를 모르는데 자꾸 음식이 당겨요. 어젠 진하게 멸치국물 우려낸 잔치국수가 먹고싶었고 오늘은 떡볶이. 다 어렵지 않게 먹을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상하게도 못먹고 있네요. 차라리 어느집의 어떤음식이 먹고싶다면 찾아가서 먹을텐데 말이죠. 글 읽고 저도 몰토의 파스타가 생각나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8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0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