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좋았던 '안나 카레니나'

영화평이 기대보다 평범해서 영화 자체를 별로 기대 안해서인지 막상 영화는 좋았어요.

특히 연극적 요소를 쓴 건 기발하거나 새롭다기보간 뭔가 장인정신 비슷한 게 느껴져 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너무 면전에 대고 진실과 가장, 삶과 연극을 대비하는 듯한 장치이긴 했지만 나름의 효과는 본 듯 합니다.

'안나 카레니나' 원작은 여러번 읽다 끝까지 못읽고 포기한 전력이 있어서 담정적으로 말하진 못하겠는데 톨스토이의 필체가 제인 오스틴이나 헨리 제임스 풍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인물들의 내면을 심연 깊이 물고 늘어지듯 분석하기보다는 인물 군상의 상호작용을 장기판 말 움직이듯 조작하는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런 원작의 느낌도 잘 살린 거 같아요.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보다도 더 톨스토이적이었다고 생각.

방대한 소설의 줄거리를 나름 2시간 반 가량의 시간 안으로 깔끔하게 잘 축약한 거 같고 극적인 장면 연출은 감정을 몰아붙이는 게 대단해서 좋았습니다. 어톤먼트 도입부에서 타자기 소리만으로 사람 휘어잡는 능력이 어디갈까 싶은...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었건 거 같아요. 지극히 제 기준인데 보통 호불호 갈린다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는 바로 그 키이라 나이틀리의 한결 같은 발성과 표정연기 때문에 매번 볼때마다 빠져들게 되네요. 왕년(?)의 미청년 쥬드로의 새로운 모습은 아쉽다기보다는 저렇게 분장해도 저 정도니 역시 미남이 어디가나? 이런 생각만 들었고 특히 목소리는 예전의 꽃청년 시절 그대로라.. (내가 특이 취향인지..) 브론스키 백작 역의 배우도 기대보단 괜찮았고, 특히 레빈과 키티 배우는 98년작보다 훨씬 제 상상에 가까운 인물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암튼 저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 주드로는 갈수록 연기력에 믿음이 가네요. 이젠 꽃중년도 아니고 대머리아자씨도 연기하고..
      나이틀리는 그 특이한 발음이 좀 지겨워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영화평들이 좋아서(전 그렇게 느꼈어요. 요런 시대극에 극찬 어렵죠)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피 마르소 팬이라 그 버전도 여러번 봤는데 그녀의 연기 빼고는 범작이었죠. 카리스마도 부족하고. 의상 미술 기대하고 있어요~~
      톨스토이나 헨리 제임스를 못 봤지만 제인 오스틴이 그런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그 점에서 좀 만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책으로 읽기엔 지루하기도 해요. 차마시고 대화하고 산책하는 내용이 거의 전부라;;
      • 미술이나 의상은 약간 의도한 바인지 퓨전? 비슷한 느낌이 풍겨서 호화스러운 느낌은 있는데 정통사극? 다운 느낌은 마르소 주연작보단 덜해요. 그점은 조금 아쉽.. 감안하시길!
    • 미국 개봉때 본 거라 좀 시간이 흘렀지만 저도 연극무대 비슷한 연출이 제일 좋았어요. 스토리는 음, 영화 연출이 좋았다는 얘길 게시판에서 종종 보는데 저는 영화 보고 안나 저 나쁜ㄴ (표현 죄송-_-;;) 하는 생각 밖엔 안 들더라고요. 미국 개봉 당시엔 원작소설 팬들의 분노가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 같고요.
      • 같이 본 친구는 안나 카레니나 줄거리를 전혀 모르고 봤는데도 막상 포기하니 너무 아쉬운 사회적 삶과 낭만적사랑의 아슬한 관계에서 갈등하는 여인네 모습에 동감이 갔다고 해서 원작 나름 절반 읽고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속으론 뜨끔 .. 역시 절반 읽는건 안읽느니 못해요 ㅋㅋ 근데 원작에 비해서는 더 나쁜.. ㄴ 같이 나오긴 했나봐요? 역시 중간까지 읽고 포기해서입이 열이아도 할말이 없네요.. ㅋㅋ
    • 레빈 역 배우는 섀도우 댄서에서 봤을 때는 정말 아일랜드인이라고 이마에 써논 외모 같다고 생각했는데, 수염 덕분인지 안나 카레니나에서 볼 때는 또 제일 러시아인 같고...
    • 저도 레빈 역 배우가 맘에 들어서 IMDb를 찾아보니 브렌단 글리슨의 아들이래요. 역시 재능은 유전...!
      브렌단 글리슨이 나온 <킬러들의 도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한 보석 같은 단편 <식스 슈터>에도 나왔고요.
      그러고 나서 필모를 뒤져보니 제가 스크린에서 꽤 봤더라고요. 해리 포터 죽음의 성물, 네버 렛 미 고, 트루 그릿... 다 제가 극장에서 본 영화들인데 기억을 못하고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서야 이 신인배우는 안나 카레니나 감상의 가장 큰 수확이다! 이러고 있었으니...ㅋㅋ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8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8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6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6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5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