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 헌법재판소 또 쌈박질 ㅡㅡ;;

1.

 

박정희의 긴급조치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좋아지자, 본인이 받은 형사처벌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박정희의 긴급조치는 위헌이다. 위헌인 긴급조치가 적용된 형사처벌은 취소임. 무죄." 라고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긴급조치는 법률이 아니니까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판단한다."고 한 방을 날립니다. (헌법에 법률의 위헌여부는 헌재가, 그 하위의 규칙 등의 위헌여부는 대법원이 판단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런데 그 사건을 헌법재판소에도 가져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얼마 전 "박정희의 긴급조치는 위헌이다." 라고 선언합니다. 긴급조치 자체가 나가리 되었으니 이제 이 사람뿐만 아니라 당시 긴급조치로 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헌재 결정만 앞세우면 그냥 줄줄이 재심에서 무죄가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는 사실상 법률이다. 위헌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뭐라 할 자격이 없고 우리 헌법재판소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서로 결론은 같았지만, 자기 결론만이 유효하다고 우기는 상황입니다. 이제 많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헌재 결정문을 들고 법원으로 갈텐데, 이때 법원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결론은 공유하고 있으니 재심을 안받아주진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헌재 결정문 따윈 효력도 없으니 내다버리라고 또 속을 긁을지...

 

2.

 

그나마 위 사례는 두 기관이 싸워가며 피해자를 서로 구제해주려고 한 경우입니다. 그렇지 않은 아름답지 않은 사례가 오늘 나왔네요.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73682&kind=AA&page=1

 

얘기가 복잡한데, 대강 요약하자면 기업들이 법에 의해 세금을 맞았습니다. 취소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졌습니다. 그러자 헌재로 달려가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는데, 헌재는 "그 세법을 이 기업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기업들은 신이 나서 헌재 결정문을 들고 다시 대법원에 왔습니다. "헌재가 이런 법 나한테 적용하면 위헌이래요. 세금 돌려줘요."

 

그러나 대법원 왈. "헌재는 법 자체가 위헌이다 아니다만 말할 수 있다. 요리조리 어떻게 해석할까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대법원이 끝판왕이다. 우리가 아니라면 아닌거임. 헌재 꺼져."

 

어? 이거 뭐지? 기껏 헌재까지 가서 위헌 결정을 받아왔는데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 이 기업들의 선택은 아마 "대법원이 헌재 꺼지라고 했어요" 라고 헌재에 징징거리는 거고, 헌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법원 이 색히! 대법원 판결이 위헌이라서 취소!" 라고 하는 거겠죠. 근데 그걸 들고 다시 대법원에 와서 "헌재 꺼지라는 판결 취소래요. 돈 줘요." 하면? 대법원이야 뭐 또 "아 꺼지라니까!" 하겠죠. ㅡㅡ;;

 

대법원과 헌재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싸움. 이렇게 되면 최후의 승자는..... 변호사?? ㅡㅡ;;

 

한편으로는 옛날처럼 화끈하게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청와대에 불려가서 한 소리 듣고 그 분의 선택을 받지 못한 쪽이 깨갱 하는 상황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도 듭니다. ㅜㅜ

    • 묘한 기대감(....)이 있기는 합니다만, 제발 그런 화끈한 모습 좀 안봤으면 싶네요
    • 뭣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1은 헌재말이 더 맞는 거 같고 2는 대법원 말이 더 맞는 거 같고 그래요. 근데 헌재가 한정위헌 합헌 결정 계속 내는 이유도 있긴 있을텐데 싶기도 하구요.



      예전부터 드는 생각인데 막연하게 왠지 헌재가 좀더 높을 것만 같은 느낌이거든요? 근데 가만보면 대법원과 투닥거리는 게 헌재는 자기 권위를 찾으려하고 대법원은 헌재를 좀 만만하게 보려고 하는 거 같아요. 얼핏 헌재로 가는 거 보다 대법관 되는 걸 더 쳐준다는 얘기도 들은 듯 하고... 실제로 그런 걸까요?

      다른 나라에선 헌재위상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네요.
      • 어디 헌재따위가 대법원의 위상에 감히... 괜히 삼권분립의 한축이 대법원을 필두로 하는 법원이겠습니까? 만약 헌법이 개정된다해도 헌재는 사라지고 미국처럼 법률의 위헌심사를 대법원이 해버리면 그만이죠. 그와는 별개로 권력은 분리되는편이 좋겠죠.
        •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슨 소리입니까?

          헙법재판소는 대법원 위에 있는 기관입니다.

          한 마디로 헌법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헌재 따위라뇨...

          헌재는 헙법 개정으로 없엘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헌법재판소 연구하는 학자들이 들으면 기분좋을 말이네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위에 있다는 말은 헌법재판관들도 인정하진 않을것 같은데요. 많이 해봐야 동급으로 생각해 주길 바라겠죠.

            고등학교 시간에 그렇게 배우는 것 같더군요. 헌법의 최후의 보루라고요. 그렇지만 그 위에 주권자가 있지요. 헌법의 최후의 보루는 주권자인 국민이죠. 그래야 저항권의 근거가 되는 것이고요. 주권자가 헌법 해석의 권한을 헌법상 헌재에 위임을 한 것이고요.

            이미 헌법개정으로 헌재를 없애 버린 역사가 있었죠. 레이디 가카의 애비되시는 분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유명무실하지만 명시되어있던 헌재를 없애 버렸죠.
    • 1번 같은 사례는 헌재 출범하자마자 싸우기 시작한 사례 아닌가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떡밥인가보네요 ㅋㅋ
      헌재에서는 법률뿐 아니라 하위규범인 규칙이나 명령, 조례도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면 자기들이 위헌 여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헌법 해석을 하던데
      저 사례는 직접 침해한게 아니라서 긴급조치는 법률이라는 주장을 하나보네요 ㅎㅎ
    • 독일은 헌재가 대법원 보다 상위에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에도 헌재가 있는 이유가 그게 아닐까요?
    • 헌법도 폐지하고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한 긴급조치가
      법률이 아니라는 말이 더 웃긴거죠.

      하긴 법률 따위가 아니라
      '어명'에 더 가깝기는 하죠.

      헌제 따위가 감히 박통의 위대함에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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