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비싼 교재 사기(팔기) 잡담

밑에 진행되는 토론과는 별로 관계도 없고 간접적으로 귀감이나 교훈이 되는 얘기도 전혀 없는 잡담입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부담되는 게 이 교재값인데요, 특히 수업마다 한권에 정가 100불은 가볍게 뛰어넘는 교과서가 교재로 지정되고 (게다가 한 과목에 교재 한권이 아닌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보니 이건 정말 재정적 부담이 장난 아니죠. 첫학기는 잘 모르고 학교 서점에서 싹 새 책으로 샀습니다. 첫학기가 끝나면 같은 서점에서 책을 되사줍니다. 상태, 개정판 출판 여부에 따라 조금씩 가격을 달리 매기지만 한 50%는 쳐줬던 것 같아요. 그것마저 아끼려면 아예 싸게 중고로 사는 겁니다. 대학원엔 메일링 리스트가 있었는데 이름하여 코스의 리스트. course가 아니고요,  거래비용과 관련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 Ronald Coase의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미국에서도 드물게 우리나라처럼 공부하는 애들이 많은 과정이었는데 (여러가지 의미로요), 교과서에 줄 긋고 메모하고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앞서나가는 토끼, 바로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섯 가지 색을 쓰는 칼라코딩 시스템을 이용하였습니다. 사실 관계는 연두색 형광펜, 결론은 핑크색 형광펜... 이런 식이죠. 그렇게 한학기 공부하다보면 교과서에 애착이 꽤 생기는데 중고로 사서 미친듯이 줄친 책도 학기가 끝나면 팔았습니다. 물론 메일링리스트에 그런 사실 포함 책 상태를 알리고요. 저도 책이나 다른 물건에 한 애착 갖는 편인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으면 짐이 되고, 내용은 1,2년에 한번꼴로 개정되니까 옛날 책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도 없고요.


하여간 학기 시작할 무렵엔 학교 건물 어디 앞에서 만나는 약속을 잡고 책과 현금을 교환하는 거래를 꽤 했습니다. 교재 얘기 하니까 그 생각이 나네요. 네가 [토끼]니? 여기 책. 상태 확인해봐. 응 오케이. 여기 돈. 그래 이번학기 잘 쓰렴! 이런 대화를 하고 거래는 성사되는 패턴이죠. 그러고보면 코스의 리스트라는 이름은 참으로 잘 지었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드네요.

    • 뉴욕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 곳에 Coase의 숨결이 미치고 있다니
      새삼 미국도 좁은 곳이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매우 큰 곳이지만요;;
      • 우리 뉴-욝사람들도 시카고사람들 못지 않게 합리적이거든요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건 경제학이 아니고 경제학계도 잘 모르면서 한번 질러본 농담입니다)
    • 우왕. 형광펜 시스템 인상적입니다. 저는 눈으로만 보는 타입이라; 교재가 인문학 중에 가장 비싼 편인 전공이었는데.. (한글판도 비쌌는데 원서도 많이 써서ㅠ) 저도 토끼 님처럼 많이 팔아봤어요. 건물 앞에서 만나서요ㅎㅎ 책이 너무 깨끗해서 좋아했을까요 도움 안돼서 안 좋아했을까요;; 철회하거나 공부 하나도 안 한 거 아니거든요!라는 말이 매번 목구멍까지..;;;;;
      • 어머 체홉님 오랜만입니다. 원래 공부 잘하는 사람은 중요 부분만 콕 찍어서 공부하죠. 저는 칼라코딩뿐 아니고요, 여백에 빽빽하게 요약도 적었습니다. 저한테 책 산 애들은 "으으 그 양배추머리가 엄한데 줄치고 이상하게 요약했어" 이랬을지도요;;;;;
    • 확실히 미국 책값 비싸더군요.
      요즘은 경영학과 수업에서 미국 책을 교재로 쓰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아예 미국/캐나다 버전과 인터내셔널 버전의 가격책정 자체가 다르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국 책이 다른 점은 하드커버인 것밖에 없어 보이던데;;;
      • 그래서 어떤 유학생이 외국판매용 교과서를 미국에 되사와서 팔다가 지적재산권 문제로 소송이 있었단 얘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요.
    • 돌이켜보면 이럴 거면 왜 책사라고 했나 싶은 수업들이 있긴 있었어요. 그러니까 참고자료 수준이지 교재로 쓰이지 않는 책들 말이죠. 그래도 수업을 들으려면 교재없이는 안되겠던데요. 저도 학비벌어 공부했던 학생이라 3월 9월에 들어가는 책값 감당 못해서 힘들기도 했었구요.



      그 때 덕을 본 건 학교 벼룩시장이었는데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판매하는 책 + 학생회에서 방치된 사물함 따서 판매하는 책들이 매물로 나와서 대부분의 교재들은 거기서 해결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일이네요.



      마교수 저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무조건 책을 새로 사야된다가 아니라 수업을 위해 자신만의 교재를 가지고 있어라의 취지였던 거 같은데(양도받으면 사유서로 대체가능하다는 걸 보니) 책장사 소리들을 일은 아닌 거 같아요.
      • 학교 벼룩시장도 좋은 제도네요. 몇 년 전 기억을 되새겨보자면 여기는 책값, 특히 교과서값이 워낙 비싸기도 하고, 공부량 자체도 많아서 그런지 필수 교과서와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참고하면 좋은 교재를 나눠서 알려주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셨어요. 그보다 한참 전 학부때는 수업에서 사라고 하면 당연히 사야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 물론 저 대학생땐 요즘만큼 팍팍하진 않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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