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 존재와 당위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http://djuna.cine21.com/xe/?mid=board&comment_srl=5720696&page=1&document_srl=5720399

 

 

댓글로 달려다가 포인트가 좀 다른듯 싶어 새로 글을 세웁니다.

 

예전에 소년보호사건의 국선보조인으로 활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소년보호사건이란,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일반 형사재판이 아닌 가정법원관할사건으로 처리하는 제도인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교도소가 아니라 소년원에 보낼지 결정하는 재판절차라고 보심 됩니다.)

 

성인이라면 징역 5년 10년정도 받을 수도 있는 중한 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참 많이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거의 대다수가 결손가정출신입니다.

 

양상은 다양하죠. 부모에게 버려졌거나, 부모가 이혼했거나 부모중 일방이 가출했거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생계에 쫓긴 나머지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 주지 못해거나 등등...

 

이 경우에 fact는 "청소년이 범죄나 심한 비행을 보이는 경우, 결손가정 출신인 경우가 많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손가정이라고 해서 청소년들이 다 삐뚤어지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결손가정임에도 올곧게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손가정의 청소년이나 또는 결손가정에서 자란 사람에 대해서

 

"저사람은 결손가정 출신이니 인성이 잘못되었을 것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부당한 편견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만약, "결손가정 자녀들의 비행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인 조치, 예컨대 방과후에 건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적, 물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이 있을 경우,

 

여기에 대해 "결손가정 출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다"라는 비판이 타당한 것일까요?

 

이것은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는 결과일 뿐입니다.

 

 

성범죄도 마찬가집니다.

 

성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의 평소 행실 등을 들어 "사건 발생 자체에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범죄자의 처벌을 낮추어야 한다"라는 주장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함께 모텔에 가서 술을 마셨더라도 성관계 자체에 대해 동의가 없었다면 성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심지어는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는 합니다.

 

예컨대, '성범죄자는 피해자의 외양에 신경쓰지 않는다' 라는 주장에 대해서,

 

성범죄자도 사람이고, 나름 취향이 있습니다. 야한 옷을 보면 성적인 충동이 일어나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충동을 실행에 옮기느냐로 범죄자와 일반인이 갈리는 것 뿐입니다.

 

"함께 모텔에 갔다고 해서 당연히 성관계를 허락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타당한 것이겠으나,

 

"성관계할 생각이 없다면 남자와 함께 모텔에 가면 안된다"라는 충고를 여성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 제약으로 받아들여 반발하는 것은 한마디로 미련한 생각입니다.

 

전자는 '당위론'의 문제고 후자는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반론 환영합니다.

    • 결손가정의 예를 들어봅시다.



      야한 옷차림을 하고 밤에 거리를 돌아다니면 안됩니다. 라는 말은

      문제상황을 고려해서 다양한 조치를 취하자와 비교될.것이 아니라 '결손가정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은 문제상황에 노출될 위험이 많으므로, 우리는 결손가정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와 비교되어야겠지요.



      방과후 학교들을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밤거리의 치안을 강화하는 것과 비견될만 합니다.

      이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범죄자의 혹시모를 성적취향까지 고려하여 옷을 입어야 한다면 어쩌면 좋을까요. 오피스룩을 좋아하는 강간범, 청순한 흰 원피스가 좋다는 강간범, 스쿨걸룩이 좋다는 강간범 등 취향도 다양할텐데.. 강간범은 모두 노출이 많은 옷차림에만 자극당할까요? 오피스룩을 입은 여성에게도 '아..오피스룩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참 많은데.. 그걸 입지않으면 성범죄 확률을 줄일 수 있어요.' 라고 하시겠습니까.



      오늘만익명님이 하시는 말씀은 얼핏 일반적 범죄예방에 관한 말인 것 같지만 특정성의 특정상황(노출이 많은 복장)에만 한정된 것인데다 그 범위 또한 애매합니다. 언제가 늦은 시간이며 어느 정도가 야한 것일까요? 야근을 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어쩌면 좋을까요. 오피스룩에 힐, 늦은 시간. 완전 위험하네요;



      성범죄의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어 문제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그닥 실효성도 없는데다 결국 여성들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고 말죠. 게다가 범죄자가 악용하기 딱 알맞은 논리이고, 범죄가 일어난 후 피해자들이 신고하는 걸 꺼리는 환경을 만듭니다. 익명님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말입니다.
      • 범죄자의 취향을 존중해 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범죄자는 피해자의 외양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일 뿐이죠.
        저도 여성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지 않고 밤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에요.
        범죄자들이 악용하기 쉬운 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야한옷과 성범죄는 상관관계가 없다"라과 믿고 그대로 실행하는 여성분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오히려 성범죄자들이 환영하게 될 겁니다.
    • 당초 아무 생각도 없는 멀쩡한 남성이 여성의 옷차림에 자극받고 성범죄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감형되는 경우는 없지만요. 라고 쓰셨네요.



      성범죄자를 '아무생각도 없는 멀쩡한 남성' 이라고 표현하실 수 있는 분과 이야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지 정말 난감하군요.
      • 아래에도 리플을 달았습니다만,

        멀쩡한 사람이 어느날 돌변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후라면 멀쩡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요.

        저는 직업상 범죄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고,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수의 성범죄 사건의 기록을 보았습니다.

        여고앞에 서식하는 바바리맨같은 사람만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아니, 그 바바리맨 조차도 멀쩡한 직업과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세상만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분과 이야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지 저도 참 난감합니다.
    • 와.. 글의 내용과 품위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1.야한 옷차림이란 어떤 차림일까요? 여성들이 각종 사회 활동 시 입을 수 있는 야한 차림으로는 짧은 반바지나 미니스커트, 소매가 없거나 흉부가 파인 상의 정도가 되겠는데 이 정도 의상은 이슴람, 흰두 문화 국가 또는 북극지역 등을 제외한 전세계 대다수의 여성이 여름에 자주 착장하는데 이 글의 논리 대로라면 모두 성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겠군요? 그런데 비교적 노출이 많은 옷을 자주 입는 유럽이나 북미 국가여성들보다 인도의 여성들이 더 성폭행 피해를 자주 입는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2.거리에서 튀는 의상을 입은 여성이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고하지요. 성폭행범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보다 쉽게 범행하고 도주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합니다. 성범죄 관련 뉴스를 상기해보세요. 쉽게 침입할 수 있는 구조의 자택에서 자고 있다가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항거를 하기 힘든 어린여성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하지요.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 여성들에게 충고를 하고 싶다면 옷차림을 조심할 것이 아니라 혼자사는 여성들은 문단속을 잘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 테지만 이 또한 가옥의 특성상 칩입이 쉬운 곳에 사는 여성,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이런 이야기에 여성이라면 동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험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수 많은 여성들이 어린시절부터 크고 작은 성희롱과 성추행에 노출되는데 가장 빈도가 잦았던 시기는 화장하고 야한 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한 20대 이후가 아니라 무릎까지 오는 교복에 양말 운동화 베낭을 메고 다녔던 고교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범죄학자나 경찰들이 여성의 옷차림과 성폭행은 관련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우리나라도 참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사링크.

      "조신하지 못한 옷차림이 성폭행을 부른다" 발언은 중세적 사고
      http://media.daum.net/foreign/asia/newsview?newsid=20061101163019470

      노출의 사회학]"야한 옷차림이 성폭력 부른다고? 편견을 부수겠다!"
      세계는 지금 ‘슬럿워크 운동’붐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TM=news&SM=2203&idxno=591018
      • 유감스럽게도 저는 뉴스나 논문이 아니라 실무에서 사건을 접하고 있습니다.

        누차 말씀드렸습니다만,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 책임론은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성범죄와의 상관관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뉴스기사 말고 실제 사건기록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전 많습니다.

        실제로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말이 도대체 품위와 무슨 관련이 있나요?

        항거하기 힘든 어린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 분명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한옷과 성범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는거죠.

        당위론에 매몰되어 현실을 외면하는게 훨씬 더 위험한 겁니다.
        • 궁금해서 그런데요, 그 사건기록에는 피해자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지가 명시되어 있는 건가요?
          • 옷차림 뿐만 아니라 어떤 경위로 어떠한 체위로 당했는지 사정은 했는지 등등 매우 상세하게 기술됩니다.
            •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범죄자 옷차림까지 다 기록이 되지 않나요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같은 나라, 같은 문화권에서 비슷한 계절에 일어난 사건 중 옷차림과 관련된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 연구한 조사가 없으려나요.
    • 이 글에 반론하는 내용 보면
      거리에서 튀는 옷차림은 성범죄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 성범죄와 옷차림은 관계가 있긴 하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것인지요. 그러니까 야한옷차람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를 잘못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명동한복판에서 비키니 입고다니는 여성은 성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지않을 것 같긴한데,
      이런 것도 성범죄와 옷차림 자체는 관계가 있다는 것이될까요.
      • 범죄의 발생요소가 어느 한가지에 좌우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뭉뚱그려서 '성범죄'라고 지칭하지만 성범죄의 스펙트럼도 바바리맨부터 강제추행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구요.

        미치지 않고서야 사람이 바글바글한 대로에서 사람을 납치해 강간하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겠습니다만,

        사람이 많은 곳이라도 은근슬쩍 만지고 지나간다든지 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일수록 위험도는 올라가겠지요.
    • "멀쩡한 사람"이 돌변한다기보다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야한 옷차림에 성범죄자로 돌변하는 사람을 어찌 멀쩡하다 하겠습니까.

      단어의 선택과는 별개로, 만약 정말로 야한 옷차림과 성범죄 사이에 통계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면 야한 옷차림을 피하라는 것은 유용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직관이라는 것이 통계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대단히 부정확하기 때문에, 만약 오늘은 익명님께서 실제로 실무에서의 관찰 결과를 통계로 내보고 숫자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정확한 판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를 들어서, 단순히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성범죄 가운데 피해자의 80%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통계적인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그 지역을 지나간 잠재적 피해자의 90%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면 오히려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 피해 확률을 낮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죠.
      • 맞습니다. 저도 정말 궁금하네요. 야한 옷차림이 정말로 어떤 성범죄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여성분들에게 이 글은 유용한 조언이 될 수 있겠죠. 그 당위론적인 맥락을 빼고서라도 말입니다.
      • 그 통계 이야기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단순히 노출도가 범죄자 들 성욕의 바로미터가 될거라는 생각이 안들구요. (80% 노출이니, 90% 노출이니 그게 뭡니까 도대체 조중동식 해석도 아니고...)

        통계라고 한다면 피해자와 범죄자의 다각적인 상관 관계를 대조하고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죠. 굉장히 많은 변수들이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 조중동식 해석이 뭔지 모르겠지만 제 요점은 엄밀한 분석 없이 관찰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내린 결론은 틀리기 쉽다는 겁니다. 제가 '피해자의 80%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고 쓴 건 살을 80% 드러내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고, 피해자 10명 중 8명 꼴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뜻이구요. 물론 따지자면 심한 노출의 기준이 뭐냐부터 시작해서 따질 것이 많겠죠. 요점은 통계를 그런 식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단순하게 양식화된 문제에서도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의 직관적인 판단은 잘못되기 쉽다는 겁니다. 피해자 10명 중 8명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면, 직관적으로 노출이 심한 옷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제로는 모집단의 비율과 비교하기 전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 반대의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말이죠.
          •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야한옷'만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 되고는 있습니다만,

            애초에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단지 '야한옷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말의 진위를 학술적으로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피해여성의 노출도'도 범죄의 한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구요.

            이건 통계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건 관계자 (특히 범인)의 진술 및 기타 정황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 첫 댓글에도 썼듯이, 성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범인의 진술이 판단의 근거가 되기 어렵지 않은가요? 범인 입장에서는 피해 여성의 노출때문에 이성을 잃었다는 것이 가장 안전한 핑계일 것 같거든요. 그래서 통계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말씀하셨을 거라고 가정했습니다. 기타 정황은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 제가 학술 논문을 써서 범죄심리학회에 발표하려는 것도 아니니 엄밀한 통계적 방법에 따라 결론을 도출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제 주장이 통계 등의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서 입증되지 않는다고 해서

        반대사실인 '야한 옷차림과 성범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이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경험에 비추어 분명 위험성이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얘기해주신 연구에서 피해여성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 이유는 가해자가 무서워서일 수도 있고 혹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서일 수도 있고 자신이 겪은 일을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것 보다는 관계의 시작으로 여기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겠죠.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그 순간 맞설 수 있을 만큼의 힘이 더 강한 편이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구요 그치만 모든 피해자가 그 순간 강하게 대처할 수만은 없죠. 어제 올라온 어떤 글에서 몇몇 분이 순간적인 성희롱에 강하게 대처하지 못해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하셨잖아요.



        괜한 노파심에 몇자 적어봅니다.
    •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 것은 좋죠. 거기에 대해 조언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조언의 수준이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현금다발을 들고 돌아다니면 안된다 정도가 되어야 하는 거지 부티나게 입고 돌아다니면 안된다가 되면 범죄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책임을 물게 되는 거죠. 유독 성폭력 사건에만 유난한 이런 걱정들이 정작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피해자들이 자책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런 걱정에 대한 비판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범죄를 피할 수 있도록 조심하라고 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니가 잘못해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암시를 하는 건 나쁘죠. 특히 성폭력에 있어서는요.



      그리고 옷차림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성폭력 가해자가 된다는 말씀은 좀 당황스럽네요. 멀쩡한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이전에 범죄전력이 없는 거인가요... 잘 아시겠지만 모든 범죄는 처음이 있구요.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은 신고조차되지 않습니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은 순간적인 성적 충동이 아니라 그 충동이 일더라도 상호합의가 없다면 자제해야 함을 배우지 못했거나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벌어지는 거죠. 즉 그 순간까지 상호합의 없는 성적접촉을 하면 안된다는 걸 충분히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 짧은 치마 보고 정신이 나가서 순간적으로 범죄자로 각성하는 게 아니죠. 옷차림을 이야기하시는데 성폭력 가해자들의 취향이 얼마나 다양하겠습니까. 짧은 게 문제라면 아랍권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현저하게 적게 발생해야겠죠.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도리어 짧은 옷차림의 여성들에게 유의미하게 피해사실이 많았다면(이게 증명된 적 있나요?) 옷 짧게 입으면 문란한 여자 - 즉 쉽게 대해도 되는 여자 정도로 여기는 사회의 편견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핀트가 좀 다릅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부티나게 입고 돌아다니면 안된다'가 아니라,
        '부티나게 입고 우범지역에 돌아다니면 안된다'가 정확하겠죠.
        안전한 곳에서야 야하게 입던 벗고다니던 무슨 문제겠습니까?

        세상에 상식적인 사람만 존재한다면 아예 범죄가 일어나지 않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범죄자들이 많이 있고,
        이런사람들에게 야한 옷차림은 분명히 범죄의 동력중에 하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실제로 멀쩡한 사람이 어느날 돌연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드물긴 하지만요.
        • 비꼬는 게 아니구요 오늘은 익명님의 멀쩡함의 기준이 뭔지 궁금합니다. 제가 댓글에 달았든 범죄전력이 없는 거 정도 인가요?
          • 동종범죄전력도 당연히 포함되겠습니다만, 성장과정이나 주위사람들의 평가 등등 '전혀 그럴 이유가 없었던'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 범죄전력은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지 않고 이미 그 사람이 신고되지 않은 사건의 가해자일 수 있기 때문, 그리고 모든 범죄는 처음이 있기 때문에 이게 멀쩡한 사람의 기준이 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성장과정이나 주변의 평가라는 것은 음...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의 경향성을 드러내놓지는 않죠. 그러면 안좋은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주변에서는 그럴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라고 얘기하는 게 당연한 반응같기도 하구요. 아마도 처음 경찰에 잡힌 가해자에 대한 주변반응은 다 비슷할 거 같은데요. 그걸로 멀쩡한 사람이라고 보시기엔...
              • 일리 있는 지적이십니다. 신고되지 않은 다른 사건의 가해자일 수도 있죠. 자기의 성향을 숨기고 있다가 어떠한 계기로 드러났을 수도 있죠.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태어날때부터 정해져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재되어 있던 성향이 발현된 것일수도 있고, 살아가면서 어떠한 계기에 의해 범죄가 촉발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이건 비단 성범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범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평소에 감히 생각할 엄두도 못낼 일들을 실현시키고는 합니다.

                아무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없던 사람이 자기 자식을 5층 창밖으로 집어던져 죽인 사건도 본 적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어려운 거겠지요...
    • 멀쩡한 일반 남성들은 여성에게 꼴려;도 성추행이나 강간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익명님께서는 좋은 의미로 조심하자는 말씀을 하시지만 결국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신 것과 다름 없습니다.
      • 그렇게 이해하신다면 유감입니다.
    • 노출과 성폭력은 상관성이 없지 않을까요?

      어떤 도시에 인구가 늘어나면 범죄도 증가하게 되고 그 범죄 중에 성폭력이라는 범죄도 증가하는 한편, 그 도시의 사람들이 동시에 노출 패션을 즐기게 되는 상황이라면.
      저는 노출과 성범죄는 둘다 동시에, 하지만 별개로 증가하는 사회 현상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인과관계를 맺어주면 노출에서 성범죄가 유도되는 것이지요.
    • 제가 성범죄자의 심리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야한 옷차림에 자극되어 갑자기 성욕이 일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기보다는 뭔가 해소해야 할 성욕이 있는 상태에서 야한 옷차림을 한 여자를 보고 그 여자를 타겟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성욕을 자극하는 요인이 일차적으로 야한 옷차림인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말입니다. 야한 옷차림과 성범죄간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여져도 피해자의 잘못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야한 옷을 안입도록 하는게 범죄를 예방하는데 별로 효과적일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범죄자는 타겟이 될만한 여자들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여자를 고를 것이고, 결과적으로 범죄수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여자들 조심시킬 것이 아니라 일부 왜곡되어 있을 그 성욕들을 관리하는게 우선이 되야겠죠.



      그리고 피해자한테 옷차림은 제발 언급하지 말아주세요. 예전에 성폭행을 당할 뻔 한 적 있습니다. 그게 한대 맞는 거랑은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는데.. 남자친구는 화를 펄펄 내더군요. 자기도 그런 말 하면 안된다는 거 아니까 참고참다가 결국 못참았는지 니 옷차림이 그래서 그런거다 라고 하더군요. 근데 저는 그날 정장 차림이었단 말입니다. 무릎 약간 위까지 오는 스커트 차림이요. 저도 이론상으로는 내 탓이 아니라고 익히 알고 있었는데도 그 말 들으니 갑자기 자괴감이 몰려오더군요. 또 아무한테도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지더군요. 무슨 말을 하겠어요. 진지하게 내가 치마를 입고 다녀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한 옷차림과 범죄율에는 물론 상관관계가 있겠죠. 그런데 그 상관관계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의 인과관계를 그리 잘 반영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옷차림에 주의한다고 범죄율이 줄어들 것 같지도 않구요.
      • 맞는 말씀입니다. 누차 반복해서 말하건대 절대 피해자책임론을 옹호하려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이상하게도 계속 옷차림 가지고 논의가 뱅뱅 돌고 있고, 다 제가 말솜씨가 없는 탓이겠습니다만,

        어쨌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피해자 책임론에 대한 반론이 지나친 나머지 현실적인 위험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거였습니다.

        야하지 않은 옷을 입고 다닐때 범죄율이 줄어든다는 거시적인 주장도 아니구요..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성범죄가 발생했을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분명합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도 하구요.
    • 말씀하시는 바가 뭔지도 알겠고, 그걸 선의에서 말씀하신다는 것도 느껴지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성들한테 성폭력 방지 목적으로 노출을 줄이라고 계도(?)내지는 여성들이 자성함으로써 최소한 미미하게라도 성 관련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슬럿워크 시위가 이루어지고 그런 주장을 비판하는 것은 여성들한테 옷차림에 주의하라고 하는 것이 그 미미한 범죄 예방 가능성보다 훨씬 큰 편견과 차별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굳이 양가집 여성;은 쓰개치마, 장옷을 착용해야 외출할 수 있었던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여성의 옷차림은 분명히 일종의 억압 기제였고, 다른 글 댓글에서 이상론으로서 범죄 예방 단계에서만 얘기하고 수사 단계에선 피해자의 옷차림을 들먹이지 말자고 쓰셨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라고 봐요.

      결손가정 얘기, 또 교통사고 얘기를 쓰셨지만 제 생각엔 이 건이랑 좀더 비슷한 건 racial profiling이 아닐까 싶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특정 인종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해도 왜 미국에서 인종 요인에 치우쳐서 범죄수사를 하는 걸 위헌적인 관행으로 보겠습니까. 밤길에 흑인을 조심하라는 충고/ 범죄 발생시 특정 인종에 집중해서 수사하는 관행은 실제적으로 어느 정도 범죄를 예방하거나 수사를 효율화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훨씬 큰 차별의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죠. 존재와 당위는 쉽게들 혼동합니다.
      •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슬럿워크 시위도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구요.

        여성들이 노출을 줄인다고 해도 전체 성범죄수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노출을 줄이라고 계도할 생각은 더더욱 없구요. 노출심한 의상은 저도 좋아합니다.

        다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걸 피하면 자신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들거라고 봐요.

        수영을 자주하면 익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수준의 이야기거든요.

        이걸 헛소리라고 치부하는 사람까지 나타나 버렸으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 토끼님말씀에 공감. 그렇네요.
    • 이러한 사유가 극한까지 나가면 딱 차도르와 히잡이죠. 참 행복하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