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다크 써티 봤습니다.

스포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가 CIA가 빈라덴을 제거하는 내용임을 알았다 치더라도,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이 허트로커임을 알았던 관객은 단순히 이 영화가 CIA의 업적을 찬양하는 서사를 갖고 있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CIA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CIA의 이미지는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심하게 과대 평가 받고있는 실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CIA는 실제로 엄청난 실패를 거듭했고, 사실 미국에서도 CIA란 기관 자체에 신뢰도가 이미 바닥을 친 상태에 있으니까요.


그 예로 최근의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역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였고

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그것은 완벽한 허위로 판명되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CIA의 실체를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차례 꼬집습니다.

9.11 테러 이후에도 테러는 계속되었고 세계 최 강대국의 정보기관인 CIA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건이 속출합니다.


영화 내적인 얘기로 돌아와서 이 영화를 본 친구는 마지막 요새 침공 시퀀스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냥 평범한 영화다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야라는 인물의 심경변화를 느끼며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초중반 역시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초반에 마야의 대사 중 "난 자원해서 파키스탄에 온게 아니에요"라는 대사가 제 기억에 남아있는데요,


그랬던 마야가 10년 가까이를 빈라덴을 잡기 위해 그것도 불확실한 인물의 행방을 쫓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처음에 마야는 고문이라는 수사 방식에 큰 거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도 포로에게 폭력을 사용하기에 이르죠.


또한 그녀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녀는 빈라덴에 광적인 집착을 보입니다. 주위 요워들은 가설에 불과한 그녀의 주장을 의심하고 묵살합니다.

결국 그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빈라덴을 사살하는데 이릅니다. 그녀가 10년 가까이 매달린 일을 완수한 것입니다.


빈라덴 사살에 성공한 특공대원들은 환호하고 있을때 마야의 표정에서는 결코 빈라덴을 사살했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 해방감, 성취감 따위의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고, 특히 엔딩씬에서 마야의 표정에서 뭔가 애석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다시 영화의 초반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마야는 애초에 자원해서 빈라덴을 잡겠다는 확실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마야는 자기도 모르게 빈라덴을 쫓고 있었죠, 그리고 작전 수행 중 죽었던 동료에 대한 복수심 역시 빈라덴에 집착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마야가 갖는 빈라덴의 분노와 집착은 모든 미국인들이 갖는 감정과 비슷할 겁니다. 9.11테러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 그들은 빈라덴으로 대표되는 테러집단을 그저 혐오하기만 합니다. 


실제 미국인들도 그리고 마야 역시 빈라덴이, 그리고 알카에다를 비롯한 아랍의 테러조직들이 왜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일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CIA의 몇 안되는 옳은 정보를 사용해 빈라덴을 사살하는데 성공합니다. 미국인들은 그 당시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빈라덴은 죽었지만 여전히 테러는 유효합니다.

빈라덴을 제거해서 미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복수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인가요? 


전 마지막에 마야의 표정에서 그것을 봤습니다. 엔딩 클로즈업은 마야 개인적인 측면에서 볼 때 10년여 간 공들였던 일이 종결되어 밀려오는 허무함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으나,

저는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채 맹목적인 분노에서 오는 혼란과 길 잃은 현재의 미국을 보는 것 같았고, 저는 그래서 애석함을 느꼈습니다.    

    • 엔딩의 카메라가 마야의 얼굴을 잡을때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더군요. 근래 이렇게 몰입해서 본 영화적 경험도 오랜만인듯.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감상도 있던데 전 허트로커보다 재밌었습니다. 무엇보다 할리웃 영화에서 마야 같은 여자주인공 캐릭터를 본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홈랜드의 클레어 데인즈처럼 엄청나게 과장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 저 역시 허트로커보다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 요새 침공작전에서는 정말 실제 상황장면을 영화에 조금씩 껴넣은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 빈라덴이 원래 소련아프간전때 미국의 원조를 받던 무자헤딘에 가담했었죠. 그런데 결정적으로 반미로 돌아서게 된 계기가 1차걸프전때 이라크에 발린 쿠웨이트를 보고 사우디가 미국에게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와주세요...' 아랍세계의 중심이라고 할수있는 메카에 미군이 들어서게 된걸보고 빡쳐서 그때부터 타도미국을 외쳤다능......
    • 저는 미국이 끝끝내 빈라덴을 찾아서 죽인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수심이고 뭐고를 떠나서 제거되어야 할 타겟인건 맞죠 미국입장에서. 911도 그렇고 알카에다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도 그렇고. 하지만 이해 안갔던것은 빈라덴이 죽었다고 기뻐하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이었어요. 저게 그렇게 신날일인가?
    • ㄴ군중은 굉장히 단순하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폭력적이기도 하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