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느낀 것인데
전 제 자신의 생각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선적으로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글쓰기든,직접적인 말하기든.
일종의 퇴화인 거죠.
글을 예쁘게 쓰고 싶었고
문체나 단어선택,비문 여부까지 신경쓰다 보니(이렇게 쓰는 중에도 비문은 발생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 쪽에 짧은 편이라서)
나중에는 진짜 하고싶던말과 표현과는 거리가 있는 글이 되어버리더군요.
글도 글이지만 말도 그래요.
의견 표명 같은 것.
왜 이런지 생각해 보니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였던 것같네요.
이 부분을 살려서 말하면 이런 반박을 당할 것 같고,
저런 부분을 내 그대로 표현하면 저런 데서 비판을 받을 것 같고.
그런데 할말은 또 하고 싶고.
얼음을 돌려가며 이쪽저쪽 깎듯이 말을 깎다 보면
원래 하려던 말과 다른 형태의 말이 되어 있어요.
요즘 화를 내고 싶은데,
설거지를 써걱써걱 하며 생각을 들끓이다
나와서 종이에 제대로 제 생각,화난 점들을 쓰다 보면
이 사람 정말 화가 난 것 맞나 싶은 글이 나와요.
전투력 강한 날것의 생각들이
교양토론 대본으로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제대로 화를 내고 싶고,
매인 데 없이 글을 쓰고 싶어요.
이제 와서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다시 보지 않을꺼라고 생각하시고 (태워버리는 것도 좋겠군요)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보세요. 있는 그대로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그대로를요. 그 글은 다시 보지 말아야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꼬박 쓰면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A4 이면지 하나 구해서 쓰고 나서 절쇄하든 태우든 말소시키는 걸 반복하셔서 자기 자신에게 완벽한 밀폐-비밀공간이 있다는 확신부터 익숙해지게 해야할 것 같아요.
일기나 독백이 아닌 이상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지점들이라 생각해요. 심지어 부부싸움 할 때조차도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내가 너무 감정적이진 않은지 살펴야-살피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피차 오해를 줄일 수 있던 걸요. 제가 받았던 부부교육에서는 텐텐이라고 십 분 동안 적은 뒤 십 분 동안 얘기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매일 하랍디다. 물론 하다 보면 십 분 쓰고 얘기는 몇 시간 하게도 되지만 일단 글로 적는 과정을 잠시라도 거치면 내 마음 속에서는 제법 그럴듯해 보였던 생각들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고 허술한 지가 바로 보이죠. 누구나 그럴 거에요. 제가 보기엔 감정과 생각을 글로 적으셨다는 것, 그리고 날 것이 주는 위화감(?아마도)에 글을 다듬으셨다는 건 이미 좋은 출발로 보입니다. 깎고 깎아서 할 말도 쓸 말도 얼마 없어질까봐 두려워 마시고 더 치밀하게 가다듬어 보시길. 문장이 아니라 생각을요. 버럭 화 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기존의 생각에서 한 발이라 나아간다면 욕하는 것보다는 훨씬 해소감을 느끼시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