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JAPAN... 마크 헌트, 반다레이 실바

지난 일요일, 일본에서 UFC 대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선수 3명이 출전했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죠. 

홈그라운드의 일본파이터들도 출전했지만, 오카미 유신을 제외하고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화끈한 경기가 펼쳐지지 않아서, 럭키펀치에 가까왔던 임현규의 니킥KO승과 김동현의 압도적인 그래플링이 최고의 경기가 되는 중이었죠.

 

하지만 다소 지리하게 흘러가던 경기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활활 타오릅니다.

마크 헌트 : 스테판 스트루브의 경기와 반다레이 실바 : 브라이언 스텐의 경기였습니다.

 

두 경기 모두 올드보이와 영보이의 대결이었습니다.

K1과 프라이드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두 노장이 UFC 상위원 블럭에서 상승진입을 노리는 신진강호와 벌이는,

일본격투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의 이벤트성 매치라고 볼 수 있는 대결이죠.

노장들이 향수를 자극해줄 만한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하얗게 불태우고 패배하더라도 박수를 받고, 신진강호들은 네임벨류를 경력에 더하는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경기의 결과는 달랐습니다.

마크 헌트의 3라운드 TKO, 그리고 반다레이 실바의 2라운드 KO승이었습니다.

 

반다레이 실바와 브라이언 스텐의 난타전은 예상대로 화끈했고, 서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맞짱끝에 실바의 호쾌한 승리였습니다.

조금도 쉴틈없이 서로 그로기를 주고받는 혈투였고, 승자와 패자 모두 박수받아 마땅한 경기였습니다.

 

제 심장을 울린 경기는 마크 헌트와 스테판 스트루브의 경기였습니다.

212cm의 UFC최장신으로 긴 팔다리를 활용한 타격과 그라운드에 모두 능한 스트루브와

178cm 신장에 39세의 노장, 파이팅은 좋지만 세기의 부족으로 종합격투 무대에서는 약점투성이인 마크 헌트.

헌트가 아무리 파이팅이 좋다 한들 34cm의 신장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캐릭터매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딴판이었습니다.

신장차이를 무색케 하는 타이밍에 파고들면서 펀치를 날리는 마크 헌트가 계속 정타를 성공시켜 나갔고

스트루브는 자신이 우세한 그라운드로 경기를 몰고가 트라이앵글 초크와 암바를 노리면서 상위포지션에서 파운딩을 퍼부었습니다.

헌트는 그라운드에서 놀라운 방어력을 선보이며 스트루브의 공세를 탈출했고, 도리어 스탠딩하지 않고 파운딩으로 맞공세에 나서기도 했죠.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는 치열한 공방은 3라운드까지 계속되었고,

마크 헌트의 강력한 펀지가 연달아 작렬하면서 스트루브의 거구가 고목나무처럼 쓰러졌습니다.

 

마크 헌트가 스트루브에게 펀치를 적중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만화에서나 볼수 있을법한 장면들을 여러번 연출했던 마크 헌트지만,

어느새 불혹이 가까운 나이에 미들킥을 뻗어도 해드샷이 되는 거대한 상대와의 핸디캡 매치에 가까운 대결은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져 쉽게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헌트는 처음부터 조금도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듯 침착하게 상대를 공략했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자신의 약점에 대해 철저한 보강을 해 승리를 준비했습니다.

닿지 않을 것 같던 거리를 재빠르게 달려들며 펀지를 날리고, 그라운드에선 침착하게 수비를 하며 탈출하는 모습은 파이팅과 펀지력에만 의존하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고

불가능할 것 같던 호쾌한 KO펀치는 촌스럽게만 들리던 격투가의 혼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꽤나 오랫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K1 시절 레이 세포와 노가드로 호쾌한 난타전을 벌이던 장면보다도 이번 시합의 장면이 마크 헌트의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저도 마크헌트의 경기를 보다보니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구요.

      마크헌트의 절대로 주눅들지 않는 정신력은 정말 경이롭죠. 이건 그냥 타고난것같아요.
    • 그리고 마지막에 펀치를 적중시킨후 시크하게 뒤돌아서던 모습은 정말 멋졌어요
      • 예, 그러다가 레프리가 스톱하지 않으니 어슬렁어슬렁 다가가는 모습도...

        중요한건 전력을 다해 상대를 쓰러트리는 거지 승수를 챙기는게 아니라는 태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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