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조금 구경하고 왔어요.

'세종특별자치시'라는 이름을 들으면 왠지 약간 설레이기도(?) 하고 어떤 곳일지 궁금하곤 했는데,

기회가 생겨 잠시 갔다왔네요.

속속들이 보진 못하고 높은데서 공사하는 모습만 봤는데, 지금으로선 거의 허허벌판에 가까워 보였지만  

설명을 들으니 정말 많은 고심 끝에 설계된 도시라고 느껴지더군요. 중간에 망가져버린 부분들이 아쉽지만..

   

세종시의 완성도와 향방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서도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고 해요. 도시 계획에 있어서 

21세기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한 최초의 대규모 도시라서 그렇다네요.

20세기의 도시계획이 공간을 기본적으로 주거/산업/상업/녹지공간으로 구분하고, 공해 때문에 주거지와 산업공간을 가급적 멀리 두는게 원칙이었다면

정보화 시대인 21세기는 생산적인 일도 공해를 발생시키거나 하지 않으니 다른 방향으로 도시계획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주거공간과 산업공간, 일터를 아주 가깝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에도 매연이 발생하지 않고 여가시간도 늘어나겠죠.


1년에 3만명 정도씩 증가시켜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의 도시로 만드는걸 목표로 하는데 

인구를 천천히 증가시키는 이유는 주변 도시들의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구요.

보통 도시계획은 부동산 과열 등을 염려하여 좀 비공개적으로 진행되곤 했는데 세종시의 경우에는

국내외 수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설계됐다고 하고, 단 3장으로 정리된 보고서라도 수십번의 회의와 방대한 베이스 자료가 

바탕되어 있다는군요.


우선 녹지공간이 도시의 52%에 달하고, 가장 노른자 땅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가운데는 개발하지 않고 시민들이 모두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조성한다고 합니다. 센트럴 파크와 같이 상징적인 공간이 되게끔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장 이해할 수 없어한 부분이라고..

노른자 땅을 왜 개발을 안하느냐고;;)  


정부 청사의 조감도인데, 길쭉하게 연결돼있구요. 왼쪽 제일 끝에 총리실을 시작으로 각 부처가 입주할 것이고

(총리는 벌써 여기서 일을 보고 있다고 하는?) 옥상은 식물을 심고 공원처럼 만들어 시민들이 산책하는 공간으로 한다고 합니다.

끝에서 끝까지 왕복 7km 정도 되는데, 시민들은 여유롭게 산책하고 그 발밑에서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는 모양이 되지요.


 




조감도의 왼쪽 부분




국립도서관 조감도





어제의 공사현장인데, 조감도 왼쪽 부분의 물결모양의? 건물과 국립도서관 모양이 보입니다(오른쪽).




이런 식으로 각 부처가 들어설 것이라고 하는. 




주거지는 마을 단위로 만들어서, 한 마을의 집들이 둥글게 둘러싸고 그 한가운데 슈퍼, 학교, 병원 등의 시설과 회관 같은 것을 지어서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게끔 한다고 하고요.

첫마을은 자연의 지형과 녹지공간을 그대로 살려서 지었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마을부터는 무슨 이유인지 그렇게 못한 것 같던데)

세종시 백지화 논란 때문에 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되어, 지금 내려온 공무원들은 집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쓰다보니 세종시 홍보요원이 된 것만 같은데ㅋㅋ 제가 설명을 들으면서 너무 신기했거든요. 도시가 설계되고 실제로 만들어지는 모습이요.

시 이름만 들었지 자세하게 아는게 없었어서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지금 살고계신 분들은 좀 불편함이 있겠지만, 부디 앞으로 잘 지어져서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곳이 됐으면 좋겠네요.




    • 이제 이 아름다운 계획이 천천히 망가져가는 것을 보는 30년 짜리 고통이 되겠군요.
    • 한 나라의 경쟁력이란 곧 도시의 경쟁력이고, 한국이 좀 더 크려면 서울과 부산만으로는 부족하죠. 세종시가 진정으로 평가받을때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혁신의 산물을 내놓을 때라고 봐요. 이러면 진정한 천도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 계획대로 잘 됐으면 좋겠군요.
    • 도서관 완전 멋있네요!
    • 멋지군요^^ 계획대로 잘 되길 바랍니다. 저도 날 좋아지면 한 번 둘러봐야.

      근데 노른자위 땅에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아닌데 공공임대 아파트 짓는 경우는 있답니다. 세종시 인근에 있는 대전 도안 신도시 1지구 얘깁니다. 전철역 바로 옆에 거대한 임대 아파트 지구를 조성했거든요. 짓는 내내 항의하는 현수막 걸리고 좀 시끄럽긴 했죠^^;;
    • 서울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인 계획도시에 정착하고 싶었는데..
      기대를 걸어봅니다.
    • 아이디어가 맘에 듭니다. 전시행정이라도 뭐 어떤가 싶고 도시 규모의 새로운 시도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게 즐겁군요.
    • 요즘 기획재정부가 타 부처 협박하는 수단이 하나 늘었더군요.

      "모월 모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사유서를 작성하여 기획재정부 ㅇㅇㅇ담당관실로 직접 부장급이 사유서 들고 와서 제출해야 합니다. 044-XXX-XXXX " 라고.(...)

      지방이전 업무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걸 스스로도 반증하는 단적인 사례랄까요... KTX역이라도 있으면 다행일텐데 애매한 곳에 위치해버린 덕분에 오송(세종시에서 여기까지 대략 서울역에서 면목동 생각하심 됩니다. 거리상으로 그렇고, 대중교통수단은 30분에 한 대. 쿨럭. 아니면 택시. 그나마 "사실상 농어촌 지구"임을 생각실 필요가 있죠)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높으신 분들께서 호남고속철을 오송분기로 결정해 버린 덕분이죠. 천안아산에서 바로 공주로 내려갔으면 세종시 옆에 역을 세울 수 있었고 제3섹터화를 통해 수도분산의 효과는 시너지를 얻었겠죠. 하지만 현재 세종시는 철저히 자동차가 없으면 바보되는 시스템인지라(...) (녹지공간이 많고 어쩌고는 바꿔 말해서 공동체 바깥으로 나가려면 무지하게 걸어나가야 한단 얘기도 됩니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모두 한 곳에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세종로, 과천, 세종시... 거기에 혁신도시까지, 나날이 갈수록 잘게 쪼개져서 정말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지방균형발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그랬지만) "대충 떼어내서 갖다 놓으면 어떻게든 될 거야" 라고 생각해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실물경제가 서울 위주로 돌아가는 이상 원하는 지방이전 효과는 나오긴 글렀겠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 실물경제가 서울 위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되겠네요.
        • ...농담이시겠죠. 돈이라는 괴물이 그렇게 간단하게...

          뭔가 비꼰다고 쓰신 것 같은데

          "일본인은 초식동물이니 길가에 풀 뜯어먹으며 행군하면 된다"던

          태평양전쟁 당시 무다구치 렌야의 말을 떠올리게 하네요..;;

          (결과는?...)
      • 지방균형발전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장기적인 계획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고쳐나가는 과정이야말로 핵심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물론 과도기적 시점에서는 불편을 많이 겪을 수 있고, 나라가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건 말건 당장 나한테 불편함을 주는게 싫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30년짜리 계획이 있다면 어떤 사람은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불편하게 보낼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것을 한군데 때려박아넣고 사람은 미어터지고, 모든게 비싸고, 공기는 안좋고, 다른 도시는 공동화 되고, 그런 가운데 "아 모든게 한군데 몰려있으니 가깝고 편리하고 좋구나"라고 생각하는건 장기적인 사고방식은 아니라고 보구요. 한국이 호주만큼 큰 나라도 아닌데 좀 떨어져 있다고 해서 불편하다면, 한국보다 훨씬 넓은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유기적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가에 대해서도 연구해볼 수 있겠죠. 말씀하신 기차역의 문제 같은 경우에도 직접 기차타고 가본 입장에서 물론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이또한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해야할 하나의 과제가 되겠구요.

        그리고 마을 공동체 안에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시설은 다 들어온다고 하고, 백화점 같은 대형 시설물의 경우에는 두세마을을 묶어서 하나 정도 지어 주말에는 차를 타고 나와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의 3/4 규모의 도시에 인구 50만이 계획이라고 하니, 주말에도 서울처럼 도로와 백화점이 터져나가진 않겠지요.
    • 전 너무 집중되어 있으니까 분산이 좀 되어야 된다고 봐요.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너무 크잖아요. 서울-부산(과 근방 도시들)의 규모가 타 도시에 비해 너무 커요.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항상 효율적인 방법만 선택할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서..
    • 지인이 저기 살고 있는데 저번에 듣기로 첫마을 어딘가 암튼 거의 제일 처음 만들어진 아파트 물이 샌다고 하데요. 모 꼭 세종시라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여튼 세종시를 잘 키웠으면 합니다.
      • 첫마을 아파트가 공사 2년 중단된 이후에 다시 공사 시작하면서 급하게 지어서;; 문제가 좀 있다고 들었습니다ㅠㅠ 공사 책임자가 불려가서 엄청 혼났대요.
    • 이렇게 보니 이거야말로 심시티 더 리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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