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남자와 여자가 거기가 바뀌었다면

제가 그린 만화는 아니고, 루리웹의 하피로스란 분이 그린 만화입니다. 제목도 그대로 따왔습니다. (거기'가', 가 아니라 거기'만'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본작을 존중하여..)



원래 연습장 같은 것에다 그린 다음에 스캔을 떠서 올리는 분이신데 아마 갑작스레 소재가 떠올라 그림판으로 바로 그렸을꺼라 예상합니다. 전 이런 사고실험이 맘에 듭니다.

(그렇다고 본 만화의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건 만화가 분도 마찬가지겠죠.)


본작 링크.

    • 그를 만난 건 갑작스레 찾아온 무더위로 아이스크림 판매가 급증한 5월의 어느 수요일이었다. 자기를 찾아 다니는 다양한 무리들을 피하기 위해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로 위장을 한 그는 약속 장소인 공원의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를 찾아 혈안이 된 단체는 그 수도 많았고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우선은 대중의 관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각종 미디어 매체들이 있었다. 신문사, 잡지사, TV, 케이블, 인터넷 매체까지 그의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다른 한쪽엔 그에 대한 과학적 관심을 보이는 일련의 사람들이 있었다. 의학, 생물학, 생태학, 유전학 심지어 물리학자까지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를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테스트를 하고 싶어했다. 그 대칭에 종교 단체들이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때면 가장 시끄러운 개신교 사람들이 선두에 나서 그를 사탄이네 신의 섭리를 거스른 존재다, 세기말적 사기꾼이다 (이 사람들 세기말의 뜻은 알기나 하는지는 미뤄두고), 종말의 징조네라며 외쳐대고 있었고 그 옆에 천주교, 불교 신자들도 은근슬쩍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개중 인상적이었던 건 한국에 지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이언톨로지 정도일까. 그들을 모두 마다하고 그가 나에게 인터뷰를 허락한 건 순전히 학부 시절 같은 기숙사에 살았다는 '학연' 때문이었다.

      'clancy(신변 보장을 위해 그는 닉네임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님 그럼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일에 대해 스스로도 어떤 과학적 근거나 합당한 원인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그는 머쓱한 듯 목 뒤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저로서도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황당할 뿐입니다. 어느 누가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게다가 아다시피 전 국문학 전공이에요. 수학이니 물리니 복잡한 게 싫어서 문과를 택한 거고요. 그런 제가 이런 일들에 대해 과학적 추론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가설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그게 뭐죠?'

      '인터넷에 한 때 유행했던 짤방이 있어요. 일본 애니의 한 컷을 캡쳐한 듯한 그림인데 거기에 이런 캡션이 달려있죠. 남자가 30까지 동정을 지키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뭐 정확한 내용까지 기억할 수 없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어요.'

      나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지난 해로 제 나이가 35입니다. 동갑이니 알고 있을 테죠. 그리고 35년 동안 동정으로 살아 왔고요. 몇몇 사람들 처럼 종교적이거나 신념상의 이유로 동정을 지킨 게 아니에요. 그저 살다보니 그렇게 되어 버린거죠. 35년이에요.. 35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게 유일한 설명이었죠, 35년간 동정으로 살아온 탓에 제 몸에 변화가 일어난 거라고요. 솔직히 저 스스로도 30살이 될 무렵부턴 이렇게 찌질하게 동정으로 사느니 보상으로 초능력 하나 정도는 생겨도 좋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더 이상 이성을 유혹하고 성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도 기회도 없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저 같은 루저들의 존재론적인 아니면 생물학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방대한 유전자풀 어디에선가 일어난 변이가 원인일 수도 있겠죠.'

      그의 옆에 세워진 유모차에서 아이가 보채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서투른 초보아빠는 아이를 안아 달래기 시작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평번한 일상의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곧 기이한 광경으로 변했다. 남자는 자신의 티셔츠를 끌어 내리더니 아이의 입에 젖을 물렸다.

      '결국 저에게 능력이 생긴 거에요. 제가 원하던 능력 후보들 중에는 없던 황당한 능력이고,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제 팔자에 아내를 얻을 운수는 없어도 아이를 가질 운은 있었던 거지요.'

      인류 최초로 '단성 생식'에 성공한 남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졌을 아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 으음.. 그.. 10초만에 이 모든 내용을 타이핑하신건 아닐테고..
        단성생식은 모 중세 단체도 궁극에서 원했던 것인지라 마음이 복잡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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