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듣기만 해도 상대방이 부담 없이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경청하는 자체가 상대에 대한 존중이 될 것이고, 대화가 끊긴다면 화제를 돌려서 서로의 접점을 찾는거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 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어요.
맞아요. 침흘리는글루건님 말씀대로 이상하게 아무 노력 없이 그런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하고는 잘 맞는다고 느끼지 공감하는 대화라고 느끼지조차 않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않잖아요. 저는 사람에 관해서도 잘 모르고 관계라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관심 자체가 별로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정도예요. 그러니까 적어도 내가 모른다는 걸 우선 바탕에 깔고, 나와 다름에 반발하기 전에 말하는 사람의 진의에 다가가려고 노력해요. 그럴 때 유용한 게 질문이죠. 나를 설득하기에 앞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 사람이 전하고 싶어하는 진심에 최대한 가깝게 알아들으려고 애쓰고 그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는 게 제 안에서의 공감하는 대화예요.
재미있는 글과 마찬가지로 공감하는 대화는 증명이 불가능하지만 확신은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원한다면, '서로 공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겠죠. 서로가 '서로 공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믿을 때 그게 공감하는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에 대해 서로 언급하지 않는게 가장 효용적인 대화라고 생각하지만 묻고 답하기도 좋긴 하겠죠. 적어도, 대화에 있어서 불편할 때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만 편안할꺼라 생각합니다. 대화가 좋았다고 좋다고 칭찬하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꾸미기도 쉬운 거니까요.
어떤 거냐,는 이 정도고 어떻게 해야 하냐, 는.. 흔한 이야기지만 중도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 민폐를 끼치게 되고 타인에게 집중하면 부담스럽게 되죠. 민폐인가 부담인가 이건 대하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것이고 그에 맞춰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편안한 사람도 있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안한 사람도 있으니까. 자신에게 집중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집중하기도 하면서 흐름을 타며 대화하는게 공감하는 대화가 아닐까요. 서로가 응상하는 공감점 같은게 대화의 가운데 있다면, 그 이리 저리 흐르는 공감점을 서로 계속 바라보며 나아가는 게 이상적인 대화겠죠.
'공감'하는 대화보다,,, 제가 '이 대화 좋았다'고 느꼈던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서로 '변화가능성'를 전제하고 나누는 대화였던 거 같아요. 전제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나누는 대화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대화요. 그래서 나나 상대가 대화를 하다가 의견, 감정 등이 변하더라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변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대화.
침흘리는글루건님이 말씀하신 경청과 존중에 관계된 비언어적 행동들, macy님이 말씀하신 내 무지의 인식(?)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런 대화는 이전에 시행착오를 겪은, 이런저런 충돌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신뢰관계를 쌓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지만, 첫만남 때 이런 느낌을 안겨주는 대화를 나눈 사람도 있어서 가끔 놀라곤 합니다.
앗 그러셨군요.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루아님도 곁에서 힘드실텐데, 그래도 공감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제 경우엔 '얘기만 해, 난 다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누군가의 존재 자체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힘들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머리로는 그런 사람을 곁에 둔 내가 복이 많다, 고 생각하다가도 불쑥불쑥 부담스럽고, 얘기할 게 없는데(혹은 못하겠는데) 뭐라도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고마움, 부담스러움, 미안함 등이 순환하면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쓰고 보니 참.. 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네요 -.-;; 아마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비루해'라는 자기방어를 방해하는 것처럼 생각되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공감해서 알 수 있을 수준을 뛰어넘는 아픔이야!' 라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처럼;;)
본인이 버텨내야 하는 상태인 거고.. 곁에서 힘드시겠지만 같이 버텨내주시는 시간의 힘!외엔 잘 모르겠어요.
숨었다가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요. 그분의 힘이 되어주시는 것, 버티면서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루아님의 심신이나 자존감이 황폐해지는 걸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 사람 판단이나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건 무~척 어렵고, 어찌보면 불필요한 일이지만 내가 스스로를 챙기는 건 필요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장기전(!)이 될 거라면 그런 쪽으로 방법을 모색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