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추운데 50-60년대 무서운 영화 얘기를 해볼까요

1. 스트리밍으로 1965년작 일본 영화 "괴담 (Kwaidan)"을 봤습니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일본 교환학생 시절에 일본의 유령, 괴물, 괴생명체를 주제로 한 수업이 있었어요. 교수님은 미국인(지금 생각하면 자기 친구 중에 "갑빠"가 있다거나 황당한 얘기를 진지한 표정으로 하셨던 교수님이었어요. 그 친구분이 집의 어두운 방에서 오이를 아작아작 먹고 있는 걸 목격했다고.). 그 수업에서 라프카디오 헌의 글을 숙제로 내주고 난 다음 수업에서 이 영화 중 설녀 (The Woman of the Snow)를 같이 봤습니다. 그땐 이게 60년대 영화인줄 몰랐죠. 색감도 세련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배경음악도 근사합니다. 근데 예전 영화들이 다 그렇지만 발성이 좀 다르고요, 멋있고 예쁘다는 기준도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설녀 이야기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는데요, "아 너는 미소년이라서..."근데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남성적 매력이 강한 잘생긴 아저씨이고 "미"도 "소년"도 좀 안맞거든요.


저는 원래 호러 영화는 잘 안보는 편인데 시대물이고 유명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별로 안 힘들게, 즐겁게 봤습니다. 대사가 운치있어요. "농부의 아내가 저렇게 예쁘다니 참 신기하지," "(호이치의 얼굴이 창백하다는 말에) 초록색 이파리에 가려서 창백해보이는 거 아니야?" 하는 대사는 뭐랄까, 참 예스럽죠.


2. 뉴욕에서 Girls, Guns & Ghosts, from the 2nd Golden Age of Japanese Film이라는 타이틀의 영화제를 하는데요 (아참 뉴욕 뉴욕 하지 말라고 한 분도 계셨는데 'ㅅ';;;). 하여간 우리 뉴욝에서 이런 영화제를 한답니다. 1959년작 도카이도 요츠야 괴담 표를 예매했습니다. 평일 저녁이긴 한데 끝나고 밴드 공연도 한대요. 영화 분위기에 맞춰서 흑백 의상에 원색 2개가 들어간 악세서리를 하면 좋다는 안내문도 있네요. 같이 가실 분 대환영입니다.

    • 뉴욕 눈문제는 좀 해결이 되었나요? 영화제 의상 이야기 재밌어요. 영화도 영화지만 사람들 분위기 구경하는 재미도 있겠네요.
      • 어머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작 눈이 엄청 많이 왔다는 옆주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예상보다 가볍게 지나갔어요. 하루 꼬박 눈이 내렸지만 다음날 따뜻해지고 또 비가 내려서 눈도 금방 씻겨 내려가고요.

        그런데 지난주말을 눈 걱정하면서 보내서 그런가, 설녀 이야기가 더 춥게 느껴졌어요. 'ㅅ'
    • "괴담"은 해방 이후 한국 땅에서 최초로 공식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된 일본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해방 이후 일본 대중 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조치 이후 20여년이 지나서, 당시 한일 국교 정상화 어쩌고 하면서 그 일환으로 당시 일본 영화들을 극장에서 행사용으로 임시로 상영했던 거 같은데, 당시 국내에서 영화 쪽 일 좀 한다는 사람 치고, 이 "괴담"을 안봤으면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아마도 그 당시 까지만 해도 일제 시대 영화를 배웠던 사람들이 상당수 영화판에서 있었을 텐데, 그 분들에게는 묘한 향수를 자극했겠죠).

      예전에 씨네21에 연제되었던 이장호 감독님의 수기에서 읽었던 거 같습니다.
      • 아하, 그 얘기는 처음 듣지만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단계적으로 할 때 영화제 수상작 위주로 개봉했던 건 기억합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제 수상작품들도 많이 개봉했었고요. 이 영화도 깐느 영화제에서 상 탔을 겁니다.
        • 저도 어렴풋하게 칸 영화제에서 상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찾아보니 심사위원 특별상 이라고 되어 있네요.

          설녀 에피소드도 재미있지만, 역시 귀없는 호이치 이야기가 제일 후덜덜 했던 거 같고, 흑발인가 하는 이야기가 제일 가슴 아팠던 거 같네요.

          전 싼 맛에 홍콩판 DVD로 봤었는데, 크라이테리온 판을 언젠가는 소장하고 싶은 영화이기도..

          그리고, 혹시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하나비"는 90년대 후반 일본 대중 문화의 전면 개방 이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유료)으로 극장에서 가장 최초로 상영되었던 일본 영화이고, "괴담"은 60년대 당시, 일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조차 금기시 되던 때에 영화제 비슷한 형식으로나마 한국 극장에서 최초로 상영되었던 영화라는 뜻..
          • 설명 감사합니다. 괴담의 상영 얘기는 위에도 썼지만 처음 들어봐요.
            그 검은 머리는 마음은 아프지만 결국 악인은 남자주인공이라서... 호이치 얘기에선 말로만 듣던 헤이케가니를 보여주는 게 신기했어요. 'ㅅ'

            제가 스트리밍으로 본 게 Criterion 버전이었어요. 스트리밍이라 뭐 별 차이는 없으려나요.
            • [괴담] 크라이테리언 버전 DVD는 영국 Eureka 버전에 비해 길이가 22분 가량 짧고 색감이 완전히 다른데, 스트리밍은 또 어떤지 모르겠네요.

              http://www.dvdbeaver.com/film/DVDReviews8/kwaidan.htm

              (그렇다고 크라이테리언이 무단 삭제한 건 아니고, 두 가지 판본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몇 년 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질 좋은 필름으로 봤는데, 색감과 길이가 크라이테리언과 일치했거든요.)
              • 정말 색감 차이가 크네요. 잘 봤습니다.
    • 나카다이 타츠야 할아버지 그만하면 미소년-_-이시지 않았나요. 20대 초반의 데뷔작에서도 인상은 똑같더라고요.

      저는 몸에 경문?을 잔뜩 써넣고 혼령을 쫓아내는 에피소드가 제일 인상이 강했는지 악몽에도 몇 번 나왔어요.
      • 아 분명 잘 생기셨어요! 근데 확실히 요즘은 중성적 매력을 높이 쳐주는구나 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 요즘 트렌드로 보면 좀 레트로 미남형이시죠.
        그 글씨 쓰는 장면은 포스터에도 쓰였더라고요.
    • 요츠야 괴담을 다룬 영화는 여럿 있는데, 아무래도 59년도의 나카가와 노부오 감독 영화를 보시겠지요? 토끼님과 같은 동네에 있다면 저도 따라 가보고싶네요.
      저도 그 당시 무렵 같은 감독의 '망령의 괴묘 저택' 을 좋아합니다. 그 외에도 신도 카네토 감독의 '오니바바' 나 '쿠로 네코 (검은 고양이)'등등 5-60년대의 일본 공포 영화에는 수준작들이 많아요.
      콰이단을 좋아하시면,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같은 감독의 '하라키리' 도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 네 맞습니다. 망령의 괴묘저택도 영화제 상영작 중에 있어요! 하려고 보니까 상영하는 건 Ghost Cat of Otama Pond 이거네요.
        추천작 기억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50-60년대 일본 공포 영화에는 고양이가 제목에 들어가는 영화만도 10개가 넘을 겁니다. 당시의 트렌드라고나 할지... ;) 내용상으로는 대부분 민담과 전설에 바탕을 두고있는 경우가 많지요.
          정말 그 영화제가 가보고싶어지네요. 토끼님이 부럽습니다.
          • 호오 일본 문화에선 고양이를 꽤 긍정적으로 보는줄 알았는데 공포영화 소재로도 적극 활용되는구만요.
            'ㅅ'전 사진 보여주셨던 그 포스터 전시회가 부러운걸요.
            • 어두운 복도에서 동거묘가 널부러져 있어서 꼬리를 살짝 밟은 적이 있거든요.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펄쩍 뛰더니 원망하는 목소리로 막 울고 난 1시간 후, 놀아달라며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저질 기억력'ㅅ';;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1. 책으로밖에 못 보았는데.. 무서운이야기는 잘 읽으면서도 잘 보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않고 넘기는데, 옛스런 대사를 직접 말하는걸 보고싶단생각이 잠시 드네요.
    • 영상자료원에서 틀어준 적이 있어서 운 좋게 스크린으로 본 영화예요. 설녀 재밌죠.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티 팍팍 내면서도 어쩜 그리 근사한 분위기가 나는지 신기했어요. 금기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결말이 빤한데도 두근대며 보게 되곤 하네요.
    • 물긷는달/ 제가 딱 그런 사람입니다. 근데 잔인한 장면은 그렇게 많이 안나와요. 심리적 트라우마가 될 만한 장면은 몇 개 있어용;;
      패니/ 저는 그 셋트장 촬영 대놓고 티내는 게 연극적이라서 좋더라고요 (특히 소금인지 모래인지 눈인 척 하고 뿌리는 장면). 근데 그 금기, 생각해보면 본인한테 말한 거라 약속 어긴 걸로 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 갑빠라는건 국내 번역물에선 갓파/캇파라고 하는거 말하는거죠?

      온 몸에 경문 이야기하니 뭔 영화인줄 알겠네요.
      • 네네. 머리에 접시 달린 그 초록색 물귀신요. 갑빠는 근육이죠. 요즘에도 쓰는 말인지 모르겠지만요;
    • 초록색 이파리에 가려서 창백해 보이는거 아냐?
      이런 말은 소설에서 쓰는 말,아니 난 할수 있을거 같아요.
    • 5-60년대 무서운 영화라고 하셔서 프랑켄슈타인이나 드라큐라 흑백영화 버전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일본 괴담영화군요. 설녀이야기는 글로는 읽어봤지만 영화론 아직 본 적이 없어요.
      글로 읽은 일본 괴담 중에서 제일 무서웠던 것은 접시 귀신 키쿠 이야기였어요.
    • 가영/ 어머 로맨틱.
      아메닉/ 제가 위에서 언급한 수업에서 페이퍼를 썼는데 오키쿠 얘기도 넣었어요. 페이퍼 쓰다가 몰입해서 우물에서 빠져나온 오키쿠 그림 (민화) 복사해서 기숙사 방에 붙여놓기도 했죠 (저 변태 아님'ㅅ'). 일본인 친구들한테 접시 한 장, 두 장 이거 해주면 대개 좋아하던데...
    • 저도 보고 있어요. 설녀 에피소드는 이토준지 만화에서도 본거 같아요. 얘기하지마/응/(그리고50년을살다가죽기직전에얘기하는줄알았지만! 실은 아직 그곳에서 귀신과 같이!!)
      +보다보니 뭔가 PTSD를 다르게 묘사한거 같네요. 생존자는 재난의 현장을 다시 얘기할 수 없어요.
      ++그리고 또 보다보니 늘 가난과 궁핍이 불가피하게 주어진 설정을 설명할때 계속 쓰이고 있네요.
      +++근데 카메라워크 템포가 슬슬슬 느려서 보기 좋은거 같아요! 꼭 텔레토비 보는 기분!
      ++++설녀스토리 슬프네요 잉잉 빨간줄 쓰레빠...ㅠㅠㅠ 근데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거랑 다르네요. 언제 얘기하나 이ㅅㄲ하고 감시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정이 들어버려서, 차마 죽이지도 못하고 떠나는 귀신이라니... 둘 다 너무 슬프네요 ㅠㅠㅠㅠㅠ (캐릭터가 또릿또릿 하지 못하고 어벙하고 멍청하면 슬픈거 같아요!!!)
    • 주이쌍스/ 말씀대로 예전 영화에서 하는 연극적인 대사가 참 묵직하죠.
      행인3/ 근데 첫 이야기에선 전 남자 주인공이 좀 짜증나던데요. 그러니까 그 부자 두번째 부인-_-;; 말도 일리가 있죠. 돈이랑 사회적 지위를 보고 결혼했으면 최소한으론 잘해주던가... 유키온나는요, 전 그때 보고 반해서 결혼하려고 접근한 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물론 이ㅅㄲ 언제 말하나 지켜보겠다 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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