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와 겐도우 - 그들의 연애법

1
신지

<신세계 에반게리온>의 신지는 역대 슈퍼로봇물 주인공 중에서 가장 찌질합니다. 
여느 10대 소년처럼 이성에 대한 성적 호기심도 있습니다.
조그마한 타인의 관심과 호의에도 움찔거리거나 얼굴을 붉히는군요.
심지어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반식물인간이 된 여자 동료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그 앞에서 자위도 합니다. 

남자주인공에게 어떠한 신비감도 없습니다.
성적 욕망 앞에 가차 없이 발가벗기고 얼마나 찌질한 인물인지 증명하기 위해서 제작자가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소수 독자마저 그를 연민하지 않으면 영원한 루저로 남을 지경입니다.

남자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여자동료에게 투명인이거나 바보취급을 당합니다. 
심지어 그가 에바 조종사가 된 것은 그의 어머니 영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 그의 능력과는 무관합니다. 
남자주인공은 주변인을 좋아하고 싶은데 타인은 그들의 세계를 쉽게 열어주지 않는군요.

남자주인공은 세계를 지키는 정의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싸웁니다. 

그래서 그가 충고를 받고 이상적인 존재가 되었냐구요?
전혀.

오히려 과장된 명람함을 떠들며 자신의 외로움을 숨긴 여자동료가 자신의 방을 직접 찾아오게 합니다.
(그는 단지 경청할 뿐 다른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육체와 신의 영혼을 받은 마지막 사도는 그를 만나서 태어나서 좋았다고 합니다.
그는 여자상관에게 키스를 받고 여자주인공이 그를 위해서 자폭합니다. 

심지어 아담과 릴리즈(아담과 이브같은 존재)가 인류 존폐의 위기를 오직 그에게만 일임합니다.
그들은 인류의 영리한 엘리트가 아닌 찌질한 남자주인공을 선택합니다.

남자주인공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타인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상처받아도 좋다며 인류를 내버려두네요.


2
겐도우

남자주인공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야망과 목적은 거대하고 무시무시하며 남성적입니다.

흔한 일반 가정처럼 그도 아들과 의사소통이 전혀 없습니다.
이성에게 사랑받는 기술도 알고 있고 나아가 자신을 사랑하는 여성의 마음을 이용해서 권력의 핵심부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세계 엘리트집단의 협박과 압박에도 자신만의 단독 계획을 그대로 밀고 갑니다. 
사실 인류의 미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고 오직 자신의 욕망 죽은 아내와의 재회와 영원한 삶이 그에게 최대 가치입니다.

무표정하고 험한 표정의 그는 사랑지상주의자입니다.

남성적인 외모, 지략과 권력과 과거 사랑한 경험도 있지만 그와 관련된 모든 여성은 그를 배신합니다. 
아내는 기계를 연애한 여자는 자살을 레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신지를 선택합니다.
아담과 릴리즈(아담과 이브같은 존재)마저 그를 엿 멋이지요.

그는 인류 모두 사라지게 해도 좋으니 오직 자신과 사랑하는 이만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


오히려 많은 남성 독자들이 남자주인공의 한심함과 찌질함을 참을 수 없어 합니다. (물론 그런 여성독자도 있지만).
투명인간 취급당하고 놀림감이 된 존재가 어느 날 문득 남자로서 느껴질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이성애자 동성애자이든 서로 무시하지 않고 싸우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보는 그런 꿈같은 관계는 아주 현실에서 드물다고 생각해요.
많은 연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육체적인 결함이나 인격상의 흠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때이군요. 그리고 방해물도 등장하지요.
최초의 심각한 분석을 견디어내고 인간의 약점을 측은하게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그 관계는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설 수 있어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면 이별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신지와 겐도우 둘 중 누가 애정의 승리자인지 개인이 판단할 몫이겠지만 본인은 찌질한 남자주인공에게 한 표를 던집니다.

    • 재미있는 관점이네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신지 할렘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니 전 겐도에게 마음이 가네요...
      • 겐도우는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비슷한 혈족이군요. 그는 주변인을 복수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파멸시키며 죽은 연인의 무덤을 파헤치죠. 문학상에서 근사한 인물이지만 현실에서 그런 인물을 만나면 부담감으로 숨막히는군요.
    • 에바에 신지의 연애법이 나오긴 합니까? 글쓴이가 찌질한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은 인정합니다만.
      • <신세계 에반게리온>에서 좋아했던 인물은 마지막 사도 카오루입니다. 그의 대인배 성격이 좋군요. 그리고 신지와 겐도우 중에서는 신지. 겐도우의 그 과도한 남성상의 표출에 모든 여성이 도망간 사실을 이해할 뿐이군요. <에반게리온 파>에서 도망갔다가 열혈 전사가 되어서 레이를 구하는 것이 그의 연애법이지요.
    • 좀 딴 소린데, 에바 파까지 보고 나니. 그냥... 저 부자 집안 사정에 핏덩이가 되어버린 인류에만 마음이 가더군요... (응?)
      • 그들 부자가 아니라도 사도의 공격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이 이 애니의 배경이라고 하는군요. 이 파멸의 고급정보를 손에 넣은 자들이 그들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그래서 인류에게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무엇을 하겠다고 상상할 시간을 주는 것마저 배알이 꼴려 공개하지 않고 독단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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