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옛날 연애 이야기. +.@

그 사람은 그냥 평범했고, 저를 많이 좋아해줬고, 착했고, 제게 잘 하려고 많이 애썼어요. 가끔씩 어, 좀 부담스럽네?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경계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나에 대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행복하고 원만한 관계가 몇 달 이상 지속된 후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사소한 일에 토라지더라고요. 서로 얼굴 보지 않은 주말에 받은 문자에 제가 답장을 월요일에나 했다는 이유였어요. 월요일에 제가 한 연락에 답이 없고, 계속 연락하니까 응답이 오긴 하는데 너무 차갑길래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말 안 하다가 결국 실토하더라고요. 너 왜 내 문자 답장 안 했냐고. 그런데 저는 사정이 있었죠. 그래서 이야기했어요. 나는 이러이러하여 새벽에야 그 문자를 봤고, 그때 문자 보내봤자 못 볼 테니까 월요일날 답을 한 거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리광 부리듯이 토라져서 저를 계속 씹었어요!! 저는 힘들었고 배신 당한 것 같았고 (이런 성격인 줄 몰랐다는 배신감) 너무 힘들어서 결국 찾아가서 울면서 호소했어요. 왜 이러냐, 나한테... 제발 이러지 말아라... 그랬더니 풀어졌어요. 그리고 절 울렸다며 반성을 심하게 했어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어요.

이 사람은 자기가 저에게 '잘못'한 부분, 즉 한 번 토라졌던 부분을 영원히 극복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만 있으면 '내가 그때 그래서 나한테 이러는 거야?'라는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제 눈치를 엄청 보기 시작하는 거에요. 제가 조금만 자기 보기에 달라 보여도 불안해하고, 짜증내하고, 그러다가 자기가 먼저 토라져요. 저는 그러면 또 늘 그랬듯이 왜 그래, 뭣 때문이야, 미안해, 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럼 그 사람은 한동안 토라져 있다가 다시 극복하는데, 이때 너무 심하게 반성을 해서 제가 다 미안할 지경이었어요. 자기를 끝없이 비하하면서 자기 같은 성격이 잘못된 걸 안다고, 자기는 이래가지고 누구랑 관계를 오래 맺지 못한다고, 어릴 때 형들이 많아 사랑을 받지 못해서 제대로 된 관계를 할 줄 모른다고, 자긴 성격 이상자라고 난리난리... 그럼 제가 오히려 아니야, 넌 멀쩡한 사람이야,  넌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럴 수도 있지, 이 패턴의 반복.

 

그리고 제가 다른 남자들이랑 친해지는 걸 경계했는데, 자존심 때문인지 말로 표현은 못 하고 빙빙 돌려서 떠 보듯이 늘 그 남자들과의 관계를 확인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드러냈어요. 저는 성격상 그게 너무 답답했어요. "내가 걔랑 무슨 사이냐고 묻고 싶으면 그냥 물어봐."라면서 그 남자와의 사이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말해서 안심시켜주었어요. 그러면 안심했어요. 하지만 절대 자기가 먼저 그런 걸 직접적으로 묻진 못하고 늘 한 발 뒤에서 떠 보기만 했어요.

 

점점 파괴적인 관계가 되어 갔지만 자기가 이상한 토라짐을 내비친 후에는 꼭 반성을 했고 꼭 무언가 저를 기쁘게 할 이벤트를 마련했고 반성도 보통 반성이 아니고 정말 자학 중의 자학을 했기 때문에 저는 그 사람을 떠나지 못했어요. 그래, 변하겠지. 그러나 변하지 않더라고요. 집착, 눈치, 토라짐, 눈치, 반성, 집착, 토라짐, 반성, 눈치, 무한의 반복. 결국 저는 이별을 통보했는데 그 뒤로도 3년간이나 종종 보고 싶다는 문자가 오고 친구로 지내자는 문자가 오고 그랬어요.

 

연애하고 싶으십니까???

 

 

+

네, 물론 저런 이상한 관계를 예로 들면서 이래도 연애할래? 이게 말이 안된다는 건 알아요. 저도 저래놓고 또 했으니까. 근데 그건 삶의 한 부분, 지나가는 일상과 같은 거였을 뿐이죠. 사실 저건 자존감 없는 사람과의 연애를 소재로 한 아래 글과 댓글들을 보니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싶어서 갑자기 하소연하듯 썰을 푼 거긴 해요. 다만 저는 연애가 그렇게 대단히 좋고 환상적이며 마냥 아름다운 게 아니란 말 하고 싶네요. 그냥 정말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부딪히고 가꾸어 나가는 수많은 관계 중 하나일뿐이고 그러다보면 안 좋은 관계도 있고 또 피곤하고 힘든 것도 있고 결국 세상사 다 그렇듯이 변질하기도 하고, 하여간 특별한 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근데 환상을 자꾸 키워버리면 진짜 연애했을 때 어떻게 감당할 건지... 연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통, 연애가 내 삶에서 빠져있는 요소라는 걸 계속 자각하시는 분들 (이 게시판의 특정 인물을 놓고만 말하는 건 아니고요.)을 보면 솔직히 너무 연애에 신경쓰는 거 아닌가, 저러다가 진짜 연애하면 어떻게 그 감정의 진폭을 극복하려고 그러지? 싶기도 하거든요.

 

저도 이 사람 말고 너무 좋고 설레고 행복한 사람 만나봤어요. 하늘을 떠다니는 것 같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아, 정말 좋다, 하는 사람이랑 연애해봤어요. 그런데, 그게 저를 채우지는 못해요, 그게 저를 정의하지도 못하고요, 애인과의 관계는 어쩔 수 없이 조금 피곤한 면이 더 강하기도 하고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만으로도 솔직히 정말 서로를 너무나 아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애인보다 몇 십배는 나을 수도 있죠. 아무튼 그래요. 연애 해 봤는데 뭐 그렇게 대단한 거 아니고 없어도 살 수 있다고요. 자신이 연애가 자기 인생에 빠져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을 끝없이만 하지 않으면, 자기 생활에서 다른 만족을 찾고 연애라는 것 자체를 그냥 잊고 살면서 자기만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그것을 가진 타인을 부러워하면서 그것에 대한 자신만의 환상을 쑥쑥 자라나게 하나요. 그냥 좀 내려놓으셨음 하네요. 연애라는 것 자체가 무슨 필수 코스가 아니잖아요, 하는 사람은 하는 거고 아닌 사람은 아닌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요. 미디어에서도 마치 애인이 없는 건 어디가 부족하고 모자라며 비정상이고 잘못된 것처럼 몰고 가니까 거기에 맞춰 생각하는 여론도 생기는 것 같고 그러네요. 기회가 없어서 못 할 수도 있지만 그걸 못하는 게 아니고 신경 안 쓰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냥 싫어서 안 할 수도 있고 자기 맘이죠, 그건. 저도 이제 안 하려고 하거든요. 이제는 대부분의 상대방들이 자연스레 결혼을 결말로 생각하려고 하는데 저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고, 그런 상태에서 사람을 만나면 복잡해질 것 같아서요.

 

같이 안 합시다.

결론은 저거에요, 사실. 다같이 연애하지 맙시다.  (????)

이상 영업글이었습니다.

 

뭐, 마지막 세 줄은 농담이고요.

하는 분이나 안 하는 분이나 다들 행쇼.

 

    • 사는 게 다 그런 거죠 뭐...
      • 제가 하려는 말의 요점이 그거에요. 사는 게 다 그런 거고 연애도 여러 종류의 관계 중 하나일뿐인데 뭐 그렇게 다르다고요.
    • 으악 3년ㅠㅠ

      또, 연애 안 할 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모든 남자가 나에게 가능성 있다-.-고 착각하고 살 자유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 않나요?
      술퍼먹고 시시덕거리고 그야말로 자유인이잖아요. 세상 정말 아름답던데. 속 썩이는 사람도 없고 한눈도 열심히 팔 수 있고....
      • 자유롭긴 해요.
        사실 어느 정도 권태기가 오고 나면 주말에 꼭 꼬박꼬박 의무감에 만나야 하는 것인가 회의가 들 때도 있는데
        애인 없으니까 나 하고 싶은 거 하고, 내가 원하는 거 하고, 나가기 싫음 박혀 있고.
        가끔은 좀 안 꾸미고 떡진 머리로 냄비째 라면도 먹고 싶은데
        주말에 꾸역꾸역 챙겨입고 나가서 만나고 이게 귀찮은 시점이 오더라고요.
        그게 없으니까 엄청 자유로워요.
        그러고보니까 술 마시고 시시덕거리는 것과 정반대의 의미에서의 자유네요.
    • 전 요새 저랑 연애하고 있어요.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것을 보았나!!!! 하면서 치맥으로 위로 하고 있지요.

      그런데 연애 안하니까 정말 편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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