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2월 7일) 마이클 샌델의 강연


지난 2월 7일, 마이클 샌델이 "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가 가진 위험들(The Perils of Thinking Like an Economist)" 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가졌습니다.

http://www.ethics.harvard.edu/news-and-events/lectures-and-events/detail/256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더군요. 150석의 강연장은 강연 10분전에 다 찼고, 좌우로 30-50명이 서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의 내용은 그가 평소 자주 하던 이야기들이었구요. 그의 새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나오는 이야기 였습니다.

강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강연 후, 질문시간중에 있었습니다. 
경제학과 교수로 보이는 어떤 젊은 사람이 질문 도중 즉석에서 실험을 하더군요. 
먼저 관객들에게 이 중에서 경제학과 학생이나 자신이 경제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약 50-60명이 손을 들었구요.
그러자, 그는 다시, 손을 들었던 사람들 중, 대학이 기부금을 받고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채 10명이 되지 않는 사람이 손을 들더군요.
곧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방금 실험에서 보았듯이 현실에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당신이 예로 드는 것들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에는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멋진 실험과 멋진 질문이었고 질문자는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쉽지 않은 질문이지요. 샌델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기껏해야, 실제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들을 언급하는 정도가 아닐까라고 생각했구요.
그런데 샌델은 상당히 재치있는 대답을 합니다.

"나는 방금 한 실험의 결과를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방금의 실험은, 비록 이들이 경제학과에서,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다수의 마음속에는 인간적인 분별력(sensible)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사실 샌델의 답변은 질문의 핵심, 곧 "당신(샌델)이 한 집단(경제학자)에게 부당한 누명을 씌운다는" 과는 거의 무관하지요. 
그러나 대중강연에서는 논리보다, 아니 논리 이상으로 재치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샌델은 이 답변으로 웃음, 곧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고, 다시 진지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책을 정말 좋아해서.. 이런 강연을 직접 참가하고 보고 들은 사람들이 부럽네요.
    • 샌델이 경제학자처럼 사고한다는 건 경제학자라고 다 기계적으로 돈만 밝힌다는 게 아니라, 세상사가 인센티브로 윈윈하는 식으로 모두 재구성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더 이기적으로 (더 정확히는 인센티브에 민감하게) 행동한다는 논문도 있더라고요 ㅎㅎ 어찌보면 당연한.
      • 맞습니다. 사실 그 부분은 인센티브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나름이라고 할 수도 있구요. 도덕, 명예, 평판, 자존심 같은 것을 인센티브에 포함시킨다면 모든 현상을 인센티브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 좀더 사실과 가깝겠지요. 물론 샌델이 말하는 경제학에서의 인센티브는 돈을 말하는 것일거구요.
    • 그런데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기부금을 받고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기도 하지 않나요? 하버드도 말이죠.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데도 그래왔다는 것이 놀랍네요.
      • 사실 그 부분은 모호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미국 명문 사립대의 입학에는 매우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중에서 기부금은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제가 순서 없이, 아는 만큼, 아이비리그 대학입학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SAT(수능), GPA(고교 학점), AP(대학과목 선수강), ESSAY(에세이), Legacy(가문(동문)과 기부금), Reference(추천서), 기타 과외활동들(봉사, 학생회, 악기, 스포츠, 각종 대회 수상 등등).
        한국의 위키에 의하면 가문과 기부금이 SAT 160점에 해당한다고 써 있는데 출처가 나와 있지 않아 다소 의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SAT는 물론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구요.

        그리고 가문과 기부금에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는 사립대이고, 대학은 대학에 가장 이익이 될 학생을 뽑는 것이지요. 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볼 때, 동문 가족들에게 입학의 문을 넓히는 것이 학교의 성장에 유리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의 대학들도 출신고등학교에 따라 학생들에게 다른 점수를 주고 있는데, 그 부분과 통한다고도 할 수 있겠구요.

        그 외에 다른 어떤 능력이 특별히 뛰어날 경우에도 입학에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작년 NBA 에서 유명세를 얻었던 제레미 린도 그런 경우구요. 물론 린도 하버드에서도 공부를 어느정도 했으며 물론 고등학교때에도 성적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 맷 데이먼, 나탈리 포트만 같은 경우도 있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요요마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도 가능합니다. "어떤 학생이 아주 능력이 형편없더라도, 그 학생이 매우 큰 돈을 내서 다른 학생들이 더 뛰어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그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공공의 이익, 또는 대학의 이익을 늘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것이 샌델이 공격하는 경제학자들의 기부금입학에 대한 생각이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아직은 미국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만약 어떤 학교가 돈만내면 다른 어떤 것도 필요없이 들어갈 수 있다면, 그 학교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현재 하버드는 이런 메시지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동문의 자녀, 큰 기부금을 낸 집안의 자녀가 입학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어느 정도 이상의 능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것과, "우리 대학은 10M(예를 들어 100억원)을 기부하면 학생의 자격과 상관없이 입학을 허용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메시지라는 뜻이구요.

        요약하자면, 저는 샌델이 말하는 기부금입학은 아직 미국 아이비리그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이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다수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의 거부감이 없어진다면, 대학이 기부금입학을 허용하더라도 그 대학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 대학은 기부금입학을 허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이 샌델이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와~ 대단하군요. 역시 강연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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