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 처음부터 시작해 보죠. 자, 먼저 씨엔블루가 AR을 슈킹한 거죠.
김 : 네. 2010년에 한 방송사의 음악방송에 나와서, 크라잉넛의 AR을 무단으로 썼죠.
첫째 크라잉넛에게 잘못을 한 거고, 둘째 시청자들을 속였다. 더 안전하게 말하자면, 시청자들은 ‘결과적으로 속았다.’
필 : 그런데 음원을 쓰겠다는 요청이라든지, 허가는 전혀 없었구요?
김 : 네, 저희는 전혀 요청받은 바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럼 어떻게 타인의 AR이 쓰일 수가? 알아보니 어떤 음원이 있고 그 음원이 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 있으면, 저작권협회와 방송사 등 다른 기관과의 계약 등을 통하면 ‘커버’는 가능하다고 한다.
‘커버’라? 여기서 잠깐 업계 용어 정리.
리메이크 : 원곡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아 곡을 다시 써 달리 부르는 것.
샘플링 : 특정 부분을 말 그대로 ‘따’ 오는 것.
표절 : 불법 행위로서, 남의 곡을 베끼는 것.
어기까진 다들 아실 테고,
문제의 커버란 : 원곡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아 곡을 자신들의 목소리와 연주로 부르는 것.
그러나 중요한 건…
씨엔블루가 한 건 커버가 아니라 AR 도용이라는 거다.
필 : 그러니까 커버 승인 받았다고 치고.
김 : 자, 커버 승인을 받았다고 칩시다. 어찌 됐든 우리가 불행해서 요청 연락을 못 받은 거라고 쳐요. 그럼 커버를 해야 하는데, 립싱크를 한 겁니다.
할 말이 없다. 원곡자들이 느꼈을 불쾌감이 상상되고도 남는다.
김 : 게다가 필살 오프사이드는 총 3가지 버전의 AR이 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은 2003년 저작권협회에 등록 신청을 했어요. 그러니까 그건 저작권협회가 관리하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씨엔블루가 훔쳐 쓴 AR이 세 번째 버전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버전은 아예 우리가 저작권협회에 등록 신청을 안 했어요. 그러니까 그 친구들은 저작권 협회에서 승인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 음원 말고, 다른 음원을 도용한 겁니다.
역시나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고의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백 번 양보해, 어쩌다보니 그 음원이 AR째로 흘러나와버린 게 아닐까. 그렇다고 가정해도, 누군가의 실수에서 시작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문제다. 그걸 DVD에 넣어 팔았으니 말이다.
필 : 사건은 언제 인지하셨죠?
김 : 재작년 가을경입니다.
필 : 아니 2010년에 벌어진 일을 왜 해를 넘겨서 알게 되신 거죠.
김 : 교집합이 없잖아요, 크라잉넛이랑 씨엔블루가. 버젓이 방송이 됐어도 크라잉넛 팬층과 씨엔블루 팬층이 뭐 워낙 다르고, 서로 관심도 없고. 두 그룹이 한 방송을 볼 일이 없는 거죠. 우리도 그쪽에 전혀 관심 없어서 뭐 눈길 줄 일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전혀 모른 채로 그냥 있었던 겁니다.
교집합이 없었다. 이해가 간다.
필 :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질문할 차롄데… 사건 순서상으로 가죠.
김 : 이 사람들이 이걸 일본에 파는 스페셜 DVD에 이 영상을 골라서 수록한 겁니다. 그러니까 씨엔블루 스페셜DVD에 크라잉넛의 연주와 목소리가 수록된 거죠.
이거 뭐 무슨 과부 보쌈도 아니고.
크라잉넛 AR 쓴 거, 너무 확실하고 증명 자료도 완비되어 있다니까 할 말 없다. 그래도 대체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제정신이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점점 줄어드는 가능성이지만, 그래도 씨엔블루 측이 악의적인 도둑이 아닐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
공정을 기하기 위해 필자는 씨엔블루 측에서 최대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물건 사다가 거스름 돈 빼먹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스페셜 DVD란 게 수 명에서 최대 수십 명까지의 인원이 회의하고 검토에 재검토를 거치고 눈이 빨개져라 편집을 했을 콘텐츠다. ‘깜빡’이니, ‘어쩌다 보니’라느니 하는 수사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은가.
필 : 거 참… 어찌 알게 되신 겁니까.
4
이야기는 점입가경이 된다.
김 : 복제배포권이란 게 있습니다.
필 : 말 그대로 어떤 창작물을 복제해서 배포할 수 있는…
김 : 그렇죠. 우리는 필살오프사이드에 대해서 전혀 요청받지도 허가해주지도 않은 그 복제배포권… 일단 씨엔블루는 그걸 어긴 거죠.
필 : 그러니까 존재하지도 않은 복제배포권이 발생을 해갖고,
김 : 네, 그래가지고 일단 우리나라의 제작사가 DVD를 제작을 합니다. 제작을 해서, 해외배급권을 국내 방송사에 넘겨요.
필 : 아무래도 방송사가 배급에는 더 파워가 있을 테니까…
김 : 이 과정에서 DVD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은 제작사가 지기로 계약을 합니다. 여튼 그래가지고 이 상품이 최종적으로 일본의 배포사에게 넘어갑니다.
필 : 이해됐습니다. 국내 제작사에서 찍고, 방송사가 해외(일본)에 팔고, 일본 현지 업체가 일본에서 각 소비자들에게 팔고.
김 : 네. 그렇게 일본에서 만 오천 장이 팔렸습니다.
필 : 만 오천 명의 일본인이 크라잉넛의 목소리와 연주를 듣게 된 거고…(웃음)
김 : 그걸 이제 대만에서도 출시해 팔려고 한 건데… 한국 측과 협력이 덜 되어 있는 대만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확인차 우리에게 연락이 오게 된 거죠.
필 : 음…
김 : 우리는 뭐… 놀랐죠. 금시초문에다가, 요청받은 적도 없고 허가한 적도 없는 음원이, AR째 도용당해서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필 : 자, 일단 외국 현지 업체는 책임이 없는 거고.
김 : 그렇죠. 방송사도 계약해서 팔았을 뿐이고.
필 : 제작사가 문제인데…
김 : 제작사에 연락했죠. 그랬더니 그 쪽에서도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냐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추리하자면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거나, 혹은 누군가는 연기를 했다는 얘기.
필 : 아니 지금 이 모든 얘기가 사실이라는 겁니까.
김 : 법정 싸움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설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필 : 아니 참. 저도 믿기지가 않아서.
김 : 그래 가지고 인제 저희는 놀라고 분노하게 된 거죠.
필 : 제작사, 책임 있는 거 아닙니까.
김 : 물론이죠. 법리적으로 책임 있죠. 컨텐츠에 대한 국제적인 배포권이 왔다갔다하는 일인데… 그런데 제작사는 모든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했어요. 방송 체크 못한 거. 컨텐츠 관리 소홀했던 거. 하나하나 연락해서 확인하지 못한 거. 그거 다 인정하고 사과하더라고요.
필 : 법적 책임이 발생했을지언정, 깡패는 아니군요. 원래 돈이 깡패인 바닥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김 : 사실 뭐 애초에 싸움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기도 했고… 그래서 합의를 제안하길래,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합의 봤구요. 그거 처리하는 데 또 일 년여가 걸린 거고.
필 : 여튼 제작사 오케이, 해결 봐서 떨어진 거고 인제 그거는.
김 : 그리고 이제 씨엔블루가 남은 거죠.
필 : 그게 작년 가을이었군요. 우리가 처음 통화했던. 여튼 사건을 알게 되고 법적인 싸움을 준비하는 게 늦은 이유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작년 가을에 바로 하지 않으시고?
김 : 제대로 싸우려고 준비했습니다. 대선 끝나는 거 기다렸죠.
필 : 그랬군요.
- 출처는 딴지, 원문은 딴지 사이트에서 보시면 됩니다. 볼드처리는 제가 보다가 중요하다 여겨진 부분에 표시한 겁니다.
어제 격렬하게 쉴드치는 분도 계시던데 딴지덕분에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