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다이하드스러운 건 무엇일까요?

아래 다이하드 관련글을 보다가 생각이 나서 씁니다.

누가 쓰신것처럼 다이하드 시리즈 중 다이하드 3편이 제일 낮은 평가를 받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다이하드 3편이 개봉했을 당시에 이건 다이하드 답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던 거는 기억이 납니다. 1,2 편을 거치면서 관객들이 폐쇄된 공간속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액션을 다이하드의 정체성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뉴욕을 가로지르는 3편에 이질감을 느꼈던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러나, 1편이 나왔을 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데에는 물론 공간적인 참신함도 있었겠지만 저는 더 중요한 요소는 주인공의 현실적인 케릭터였다고 생각합니다. 3편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거라 생각해요. 예전에 보니깐 미드 오피스의 마이클도 저와 같은 생각이더군요 (^^) 전적으로 제 기억에 의존한 분석이지만 근육질의 과묵한 주인공이 편당 수백명씩 작살을 내는 것이 헐리웃 액션영화의 표준이었던 시기에 직업이 경찰이긴 하지만 평범한 주인공이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 매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이 전에 없던 것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맨발로 상징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 순찰차가 빌딩앞에 왔을 때 좋아하는 모습, 부인과의 이혼 위기 등의 설정이 평범하고 현실감있는 주인공의 케릭터를 만들어 주었죠. 아. 그리고 브루스윌리스 특유의 유머도 물론 한몫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반지를 끼고 옷도 단정하게 입은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2편이 제일 다이하드 스럽지 않다고 느낍니다. 1편의 감독 존 맥티어난이 3편에서 브루스윌리스를 아예 결혼은 파탄나고 숙취에 쩔은 모습으로 등장시킨 것은 2편에서 약화된 정체성을 지키려는 시도였다고 보고요.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주인공이 그 후에 많이 일반화되다 보니 케릭터의 참신함은 지금 시점에서는 다이하드스러운 점으로 잘 기억되지 않는 듯 합니다. 마치 이미 10년전 영화가 된 본 아이덴티티를 지금 처음 보는 관객이 있다면 뭐가 새로운 스파이 케릭터라는 건지 잘 알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겠죠. 


같은 이유로 다이하드 4편이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부했다고 보긴 어렵죠. 단순히 캐릭터가 잘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더이상 참신한 캐릭터가 아닌 것이죠. 5편은 아직 보지 못했으니 뭐라 말할 수 없고요.


그러고 보면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영화들이 케릭터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장수 시리즈로 계속되는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예를들어 밀레니엄 시리즈의 살란데르는 다행히(?) 1편이 크게 흥행하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 다른 영화의 여성 캐릭터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대신에 흥행이 저조하니 후속편이 나오기 어려워지고말이죠.

    • 개인적인 느낌으로 다이하드는 왠지 주인공이 개고생을 하는거라고 느껴집니다.
      다른영화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비슷하지만 유독 다이하드만 주인공이 별 도움도 없이 (전문분야도 아니면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정말정말 힘들게 스토리를 이어나가거든요.
      왠지 길가던 행인1 이 갑자기 시나리오에 휘말린듯한 그런느낌 말이죠... 그렇게 느껴집니다.
    • 우리의 히어로 존 맥클레인이
      1. 특정한 구역(그러니까 좁은 지역)에서
      2. 크리스마스에
      3. 아내를 구하기 위해
      4. 흑인 조력자를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5. 결국엔 홀로 개고생을 한다.
      6. 재수 없는 기자놈 때문에 중간에 일이 꼬이는 건 덤.

      이라는 설정이 1편과 2편에 걸쳐 활용되면서 사람들에게 '다이하드는 대충 이런 이야기'라는 인식을 심어줬었고, 3편이 유난히 반응이 안 좋았던 이유는 위의 설정들을 남김 없이 몽땅 날려 버렸기 때문이었죠. 원래 팬이란 사람들은 보수적인 속성을 갖고 있는지라.

      근데 뭐 3, 4편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남은 건 존 맥클레인 캐릭터 하나 뿐인지라 그냥 존 맥클레인만 충분히 존 맥클레인스러우면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5편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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