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윗분들은 바빠야 합니다...


어제 현기차 노조 얘기 잠깐 보고 글쓰려고 했는데 하루 늦게 쓰네요.


올해초 조직개편이 있고 나서 우리 임원님이 중점적으로 하던 몇가지 일이 취소되거나 해결되거나, 다른 조직으로 이관되었습니다. 그래서 작년보다 한가해지셨죠.

안하던 팀별 회의도 매주 하는데... 매주 회의를 할때마다 일거리를 던져줍니다.

그것도 이상한 일들을.... 솔직히 이런걸 왜 우리팀이 하지? 싶은 것들을 막 던져줍니다.

왜냐면... 교육과 인사쪽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우리 실장님은 생산과 기술쪽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설명을 하게 되는데 잘 못 알아들어요... 결국 자기가 잘 아는 쪽 일로 귀결이 되는거죠.


그중 하나가 생산직들을 반별로 평가해보라는 겁니다. 각 반별로 생산량, 불량율, 사고율을 조사해서 순위를 메겨보랍니다.

그래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은 추가 교육을 시키고, 반장들 인사평가에도 반영하시겠답니다.

객관적인 수치로 평가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지요... 노무팀이나 생산팀에서 해야할 일을 왜 우리팀이 하는가는 둘째치고...


그런데, 이게.. 우리 회사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에요

다품종 생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똑같은 생산시설에 근무를 해도, 어떤반은 만들기 까다로운 품종이 걸리는가 하면, 어떤 반은 쉬운 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품종을 만들어도 어떤 반은 좋은 원료가 걸릴 수 있고, 어떤 반은 저급 원료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반은 생산성이 좋고, 어떤 반은 불량이 우수수 발생할 수도 있는거죠.

게다가 자기 근무시간에 설비고장이라도 나서 생산라인이 멈추기라도 하면, 생산량도 깨지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냥 나오는 수치로 평가 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반끼리 싸우는 겁니다.

자기 근무 들어가서 까다로운 품목,원료면 생산스케줄 짜는 관리자(사원/대리급)에게 연락해서 '이거 못 받겠다 새로 짜달라' 하면서 거부해 버리죠.

자기 근무때 하기 좋은 것들만 만들고 만들기 까다로운것들은 다음 근무조에게 다 떠넘기면 결국 생산직들끼리 싸움 나는거죠.

(그리고 스케줄 짜는 관리자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거고...)

아니면, '이거 해봐야 불량 나온다' 라면서 생산팀장이 '불량나도 좋다' 라고 할때까지 생산 멈추고 대기하거나... 



솔까말, 생산팀 관리자들은 어느 반이 잘하고, 어느 반이 좀 떨어지는지 다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시키지 않고, 평가에 반영 하지 않는건 상황에 따라 잘하는 반이 불량 낼수도 있고, 못하는 반이 생산량 1등 할수도 있다는걸 알거든요.

그런데, 좀 못한다고 해도 진짜 사고라도 치지 않는한 징계를 하기도 어렵고, 서열 무시하고 반장에서 해임할수도 없죠. 

'내가 쟤보다 못한게 뭐냐?' 라고 했을때 내놓을 수치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수치가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 한 수치라면 상대가 그걸 받아들일까요?

게다가 생산직은 전원 노조원인데, 생산직의 인사이동 또는 징계는 반드시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거든요.

그러니 진짜 개판치는 직원 아닌이상, 다독이면서 끌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 노조에서도 쉴드치기 어려운 직원도 나오긴 합니다. 그래도 보통 징계만 먹죠.)

막말로 노조가 '불량율 높은 저급원료를 투입시킨 원료팀부터 족쳐라' 라는 식으로 꼬투리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회사는 이익을 내야 하니, 원가절감을 해야 하고 그러면 결국 싼 원료를 사다 써야 하니까요. 그걸 일개 생산팀 반장에게 책임 묻는 것도 웃기는 일인거죠.


그런데, 그냥 생산성 수치가지고 순위를 메긴다고 하면...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이 사람들 기분만 나빠지는 일이고, 노조와 트러블만 낳을 일인데...

이런 얘기를 강하게 못하는 것도, '너네들이 일하기 싫으니까 이런 얘기 하는거 아니냐?' 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_ -;;;


그나마 팀장이 '일단 조사는 해보겠는데, 외부에 공유하지 말고 내부 자료로만 보시죠' 하고 넘어갔는데, 가져다 주면 또 옳타구나 하고 생산팀장들이랑 공장장한테 뿌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네요. 


제발 실장님이 신경쓰실 큼직한 건수 하나 위에서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엄한 일에 신경 안쓰지...



P.S) 이런거 하느라 한달동안 내 개인업무는 반도 못했네요. 내일이 말일인데.. orz..

    • 그래고 가라님의 경우엔 업무와 관계된 케이스라 그나마 다행(응?!).
      일전에 무지하게 한가한 이사가 있었는데 얼마나 심심했던지 구내식당 잔반처리 제로를 이루자고!
      덕분에 팀별로 돌아가면서 허리띠 두르고 점심시간때 잔반버리는지 감시하고 많이 남으면 천원씩 받는 일을 한동안 했더랬지요.
      • 윗분들은 바빠야 합니다222222
      • 저희는 당연히 현장에도 생산성과 관련된 지표들과 목표가 있고 당연히스럽게 평가를합니다 저희도 말도많고 탈도있지만...결과가 좀 왜곡될 수 있다해도 평가를하면서 개선해나가는게 맞지않을까요?

        누군가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위한 활동이 필요해보입니당-.-;
        • 팀단위로 평가를 하는데, 반단위로는 안해요. 이유는 본문같은 상황이라서요.
          팀단위로 관리되는 지표야 객관성이 어느정도 보장되지만, 반단위는 운반실력반인데 그것'만'으로 순위 메기는건 비합리적이죠.
    • 바빠도 피곤하고 안바빠도 피곤하고.
      일없어도 주말에 늘 출근하는 부장님. 쉴 땐 쉽시다. 그걸로 생색내지나 말던가.
    • 저희는 5분이면 끝날 일을 5주를 걸쳐 망쳐놔요. 아니라고 말하면 화내고..아오..못하면 가만히나 있던가
    • 본인이 시간많다고 바쁜 팀원들을 끌어들여 새해부터 쓸데없는 워크샵으로 하루를 날린 것도 화나는데, 그 워크샵의 후속행사로 낼 회의와 회식을 하자네요. 저는 월말 마감때문에 바빠서 못간다고 사정을 했는데 소용이 없어요. 다들 자기처럼 한가한줄 아나!
    • (본문에 나와있는 그런 사정들을 모두 감안하여) 합리적인 생산성 평가 지수를 만들어와라...가 정답일지도요 --;;;
      • 그러니까 그게 우리팀일도, 우리 지원실일도 아니거든요.. 전사적 표준평가지표를 만드는/만들어야 하는 주관부서는 따로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부서는 다른 임원 소속이라는거...
        • 그런 일 하느라 그 팀 본래의 일에 민폐가 가게되면 그게 누적되어 실제 생산성이 떨어질테고, 그러면 결국 그 실장이 책임을 지게 되겠죠...
          그러한 결과가 나올때까지 가라님과 나머지 팀원들의 타는 속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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