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비론 비판 - 지젝버전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중에서 양비론과 관련한 부분을 가져와 봅니다.
양비론에 대한 비판은 여럿 보아오셨겠지만 지젝을 통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개인적으로 양비론자는 링에 오르지 않는 비평가라고 봅니다.
물론 선택은 자유이겠으나 결코 링위의 선수들처럼 "승리"(혹은 패배)를 가슴에 안을 수는 없는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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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no one is pure)"라는 양비론적 태도로 윤리적 행위의 의미를 '물타기'하는 것이 가장 나쁜 죄다.
그런 물타기는 실상 다반사로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득인가?
우선 "결국은 다 똑같은 놈들이지(ultimately all the same)"라고 말함으로써 은연중에 자신은 그들보다 도덕적으로 더 낫다는 점을 과시하게 된다.
양비론자들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 "민간인들까지 공격하는 이스라엘 놈들이나, 그렇다고 폭탄 테러를 저지르는 팔레스타인 놈들이나 다
똑같은 놈들 아냐? 서로 좀 양보하면 되는 걸 갖고 말이야."
이렇게 모든 책임을 양쪽에 전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른 이득은
"스스로 완전한 책임을 떠안고 상황을 분석하며 한쪽 편을 드는 어려운 임무"(실재의 사막, 165쪽)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반대의 태도가 자기 자신을 연루시키고 책임을 떠안는 것이다. 양비론자들처럼 "너희 둘이 잘못했으니까 너희들이 책임져!"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내도 책임에서 면제되지 않는다!"라며 나의 잘못과 책임을 발견, 인정하는 것이다.
그 책임은 어떻게 질 수 있는가? 문제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확하게 한쪽 편을 지지함으로써다.
누구의 잘못과 책임이 더 큰지를 분명하게 가려내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술에 물 탄 듯이 모든 것이 흐리멍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