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혼수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마리를 약 1년간 탁묘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요.

저에게 1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지만, 고양이들에게 1년은 정말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 기간 동안 떨어져있는다고 생각하니 이상합니다.

어쨌든 두 마리가 떨어지는 게 아니고, 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가는 것도 아니라서 조금 낫겠거니 생각할 뿐입니다.


제가 탁묘를 보내는 곳은 제가 아는 분과 그 분의 하우스 메이트가 두 분 계신 집으로

하우스 메이트 중 한 분은 고양이를 좋아하고, 또 한 분은 괜찮다고 하셨다고 해요.

아무튼 저는 직접 아는 분들이 아니라 고양이를 보내면서 그 분들께도 뭔가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기 탁묘이기도 하고...두 마리 탁묘이기도 하고 아무튼 저로서는 몹시 신세지는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청소기도 사드릴거고, 공기청정기도 사드려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이게 딱히 효과가 있지는 않다고 해서)

아 그리고 들어가는 날 뭐 타르트나 케이크라도 딸려보내야하나, 치킨이라도 시켜드려야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 고양이들, 예쁘고 착하지만 성질도 더럽고, 여러모로 부족함도 많고...제가 버릇없이 키우기도 했고 그랬는데

가서 예쁨 받고 귀염 받고 아무튼 1년간 모자람 없이 사랑받으며 잘 살았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 이게 혼수고, 이게 이바지인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랑하는 내 새끼를 보내면서 조금이라도 덜 미움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것들을 딸려보내기 시작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옛날 여자 시집가는 것처럼 아주 가는 것도 아니고 일년 있다 오는게 어디야 싶기도 하면서

부디 부디 그 사이에 아무 일 없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가서 있는 동안에도 사랑받는 고양이로 잘 있다 오렴, 말하게 되네요.

    • 제목만 보고 혼수상태의 고양이인가ㅠ 아님 요즘은 혼수로 고양이를 해가는건가 두근세근하며 클릭했는데...ㅋ



      글쓴분의 친정엄마 마음씨가 느껴져요. 금쪽같이 키운 내새끼인데 남의 집에서 천덕꾸러기 취급 받으면 엄마 마음이 너무 아릴거 같아요. 고양이님과 akrasia님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합니당 XD
      • 혼수로 고양이를 해가면 마이너스 혼수 아닐까요...ㅠ애기때부터 거둬 먹여서 키운 애들이라 진짜 제 자식같네요. 얘들이 일년간 저는 생각도 안 날만큼 잘 지내면 예쁨받고 잘 지내면 좋겠어요.
    • 가전제품은 조금 부담스러울 테고 방묘문 해주시는 정도는 어떨까요

      거기다 잘 부탁드린다는 손편지!
      • 워낙 털이 날릴테니...청소기 정도는 드려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ㅠ
    • 저도 맘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저도 같은 일을 겪었거든요. 동네 주민 중 한명이 저희 고양이를 너무 싫어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었어요. 분위기 너무 삭막해지는데 저희 숫코양이는 그 사람이 싫어하는 줄 아는지 꼭 그집만 가서 놀더라구요. 그래서 보냈죠. 흑. 바리바리 싸서 시골사는 시집으로 보냈는데... 사료랑 백신도 다시 점검해서 주사도 새로 맞고. 전화해서 안부도 묻곤 했는데 몇 개월만에 갔더니 저몰라라 하더군요. 흑. ;)
      • 저도 제가 주워서 삼년이나 먹여살린 놈을 가족의 집에 보냈더니 한달도 안되어 절 못알아보더군요 ㅠㅠ
      • 우와 산책냥이였나봐요. 아 그런데 전 제 고양이들이 저 까먹을만큼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둘째는 제가 1년도 못 끼고 있었는데 1년 탁묘 보내는 거네요. 생각하니까 진짜 속이 쓰리네요... 꼭 이래야하나 싶고
        • 네 걱정마세요, 금방 적응하고 밥주는 사람은 (저희 시어머님) 사랑 독차지하고... 아 너무 슬프시겠다, 저도 오래 끙끙알았는데 찾아갈때마다 외면받으니 어느새 그런가보다 하게되더라구요...
          Simon's Cat 이라고 보시면서 위로를... ;)
          http://www.youtube.com/watch?v=3VLcLH97eRw
    • 기간이 기니까..여유가 좀 있으시면 아토케어같은 침구청소기도 괜찮을것 같라요. 아님 털 떼는 돌돌이 테이프를 한박스;;

      저도 하루이틀만 맡겨도 아우 맘이 아주 그냥.. 막 이거저거 떠안기게 되더라구요. 내새끼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으로요.
      • 그쵸...침구청소기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어휴ㅠ정말 맘이 아주 그냥...제가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ㅠㅠ
    • 저는 고양이를 혼수로 해온다는 얘긴 줄 알고 그런 기쁜 일이! 하고 클릭했는데 짠한 얘기네요. ㅡ.ㅜ 여자분들이면 케이크 같은 거 좋을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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