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주의] X도 약 되는 더러운(!) 세상

이 기사 보셨나요?
반복되는 설사증 타인 대변으로 치료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143&aid=0002099802 )

항생제에 의한 (주로 과다복용) 장 내 미생물군체(gut microbiota) 파괴의 대표적인 예로 C. difficicle의 감염(CDI)에 의한 반복된 설사가 있다고 합니다.아이러니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걸까요? 유해 박테리아의 번식의 가장 큰 원인이 각종 항생제와 약물들이라니 말입니다.
악순환인게 이 치료 역시 항생제에 의존한다는 것이죠. 이 경우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과 밴코마이신(vancomycin)과 같은 약을 쓴다고 합니다. 이 경우 문제는 재발의 가능성이 있는데 대략 20-25% 정도가 처음 치료 후 다시 재발 위험성이 있다고 합니다. 즉, 돌고 도는거죠.
이에 효과적인 해결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타인의 대변을 주입해 장 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주입은 아래 끝에서가 아니라 위에서 주입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가 차마 말하기가...). 아무튼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여러 시험들이 이어졌지만, 이 기사에서 보듯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비교시험은 이번이 첫 결과라고 합니다.
결과는 효과 꽤 좋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치료 효과는 물론이고 대변 제공자와 비슷한 수준의 장 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결론: 남의 대변도 약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1. 역시 항생제의 복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의사의 처방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복용하거나 정확한 근거없이 항생제들을 남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되겠죠. 몇 년 전, 인간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전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특히 장)의 유전자는 우리의 '두 번째 게놈(genome)'이라고 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게놈의 해석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질병 퇴치에 중요하다는거죠. 그렇다고 이 말이 장 내 미생물을 박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린 마굴리스의 저서 '공생자 행성'에 이런 말이 나와요. 세균과 인류는 적대적이 아닌 공생적 관계임을 말하고 있죠.
p104~105 언어는 혼란과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 '남조류', '원생동물', '고등 동물', '하등 식물' 등의 옛 용어들은 생물학적 불쾌감과 무지를 낳으면서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해당 생물을 모욕하는 이런 용어들을 계쏙 쓰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기존 연구비, 강의 노트, 사회 조직을 우려먹으려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 당시 세균은 오로지 질병의 원인으로만 여겨졌고, 지금도 거의 언제나 '인류의 적인 병원체'로 간주된다. 우리는 세균을 '현대 의학의 무기로 정복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 그들을 군사적이고 적대적인 용어 위주로 묘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대다수 세균들은 공기보다 더 해롭지 않으며,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과 우리 환경에서 제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세균은 당연히 박멸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또, 이대 최재천 교수님은 생명 종의 다양성을 말씀하시면서 '자연은 순수를 혐호한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위의 내용에서 보듯이 이 말은 우리 장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 싶네요.

아무튼 어렵네요. 생명현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복잡성을 가지는 것 같아요. @.@

*2. 항생제와 균의 증식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플랫폼이 있어요.
ParoChip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는 얼마 전 뉴스에서 처음 들었답니다.
( https://kda.or.kr/kda/modules/kdanews/news/newsview.aspx?newsID=77814 )
구강 내에는 700 여개 정도의 박테리아 종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치주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11 종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ParoChip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존의 테스트와 달리 치주 염증의 원인균(periodontal bacteria)을 30분 이내에 찾고 또 정량적 확인이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위의 기사와 이 내용을 결합시켜 생각해보니 나중에는 대변에서 유해 병원균을 검출 또는 다양성을 확인하는 lab-on-a-chip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벌써 나왔을수도요. 이 분야엔 제가 약한지라 잘 모르겠네요.

    • 영화 인간지네가 생각나네요.
      • 으악. 상상해버렸..... ㅜㅜ
    • 앗 저 이거 얼마전에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본 내용이네요.
      아내가 병에 대해 무섬증이 걸려서, 인터넷에서 온갖 자료를 수집한 후 돌팔이식으로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죠.
      피부에 뭐가 났는데 아내는 포도상구균 감염이라고 우기고, 남편은 뾰루지라고 주장하고


      아무튼 그래서 남편의..대변을.. 받아야 했는데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섭식을 하는 사람의 대변이 좋다고 해서)
      남편이 '포도상구균인지 나부랑이인지가 아니라 단순 뾰루지였다고 인정할 것'을 조건으로 내 똥을 준다고 하는 ㅋㅋㅋ
      • Grey's Anatomy S05E09.
        오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집에 후다닥 달려가서 봐야겠어요.
    • 입으로 삼키는 건 아니고 튜브를 통해서 직접 십이지장으로 넣는 거네요. 그래도 튜브 꺼낼 때 찝찝하긴 하겠어요.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205037
      http://www.google.com/search?q=nasoduodenal&hl=en&tbm=isch
      • 참고문헌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링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쓴 글을 다시 보니 표현이 조금 부족했네요. 더럽다고(^^;) 대충 스킵하면서 적었더니 이런 오해를.
        장에 투입이라면 아래 끝인 항문을 통해서 넣는 걸 생각하기 쉬우나 그게 아니라 장의 위쪽 끝(십이지장)을 통해 주입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출처 하나 더 추가하면 위의 내용 많은 부분을 아래 2012년 nature review 논문에서 따왔어요.
        http://www.nature.com/nrgastro/journal/v9/n2/full/nrgastro.2011.2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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