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후기] 6th. 트라키스 여인들

(Deianira by  Evelyn De Morgan, 1878)

 

지지난 토요일 여섯 번째 희곡모임이 열렸습니다. 어떤 관계나 모임이든 초기의 흥분상태가 지나면 소강기가 찾아오는데요, 희곡모임도 석 달이 다 되어가는지라 이제 그럴 때가 왔나 봅니다. 참석인원이 절반 남짓 줄어든 여섯 명으로 지금까지 중 가장 단촐했습니다. 이렇게 슬슬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는 거겠죠.:-)

이날 [트라키스 여인들] 들어가기 전에, 저번 모임에서 읽었던 [아이아스] 얘기를 좀 나눴습니다.

 

-<아이아스 딜레마>란 책을 읽었어요. 아이아스와 오딧세우스의 무구재판 얘기를 현대 조직에서의 보상 문제로 가져와 푸는데 재밌게 봤어요.

-기업에서의 리더쉽, 자기계발 뭐 그런 쪽 책이죠?

-예, 그런데 아이아스 얘기도 자세히 나와 있어요.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를 좀더 풀어쓴 느낌? 인사고과 시즌인지라 남 얘기 같지 않고요.

-경영학 서적인 줄 알았는데, 아이아스 얘기가 많이 들어가 있네요?

-작가가 그리스 철학 전공이더라구요.

 

-지난번에 로마극과 비교해 그리스극이 덜 자극적이란 얘기를 하면서 특히 [아이아스]가 그런 것 같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니 극 중간에 아이아스가 자살한 이후부터 극이 끝날 때까지 아이아스의 시신이 무대 위에 계속 세워져 있더라구요. 오이디푸스나 안티고네, 이오카스테 등의 죽음이 사자나 전령의 대사를 통해 전해졌던 걸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자살을  관객에게 정면으로 보여주고, 검은 피 뿜어대는 시신을 극 후반부 내내 무대 위에 전시했다는 건 상당히 과격한 비주얼이잖아요? 이때까지 읽은 소포클레스 작품 중 유일하게 죽음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  작품인데.. 제가 희곡을 너무 대사 위주로 읽어서 제대로 감상을 못 했다 싶어요. 

-그날 우리가 읽을 때는 그렇게 느꼈던 거잖아요. 희곡이 수학문제도 아니고 정답이 있나요, 뭐.

 

------------------------------------

 

1. 1인 2역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를 같은 배우가 연기했대요. 

-정말요? 왜 그랬대요?

-그리스비극의 관습과 관련이 있나 봐요. 이 책 해설 보니까 무대 위에 배우 2명(무언배우, 즉 엑스트라들과 십여 명의 코러스는 제외)이 서다가 소포클레스 때 와서 한 명 더 추가되어 3명 선 것을 대단한 진보로 적었더라구요. 대사하는 배우가 세 명 밖에 안 되니까 일인 다역은 다반사였겠죠.

-그래도 하필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역을 동일배우에게 주다니 놀랍네요. 

-당시 여성배우가 있었나요?

-신전에 여사제들이 존재했으니 아마 여배우도 존재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여배우는 커녕 여자는 극장에 들어도 못 갔을지 모르죠. 노예와 동급이라.

(-그리스 극에서 배우와 코러스는 남자들만 했다고 합니다.)

-안티고네와 하이몬도 동일 배우가 연기했다고 해요. 이 둘은 크레온과 대립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죠. [트라키스 여인들]에서는 리카스와 휠로스, 유모와 노인도 동일 배우로 보이는데, 배역상 그럴만하다 싶고요. 그런데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 역을 한 배우에게 가도록 설계한 것은 와, 아무리 소포클레스라지만 진짜 대담하다 싶어요. 순종적인 여자로 극의 중반까지 존재하다가 죽는데 무대에서 그렇게 퇴장하자마자 이번에는 야수같은 남자로 재등장하다니, 배우에겐 대단히 도전적인 역할이었겠어요.

-일단 대사량만 해도 엄청나잖아요.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는 한 배우가 연기하다 보니 극에서 한 번도 만나질 못하네요. 어차피 파경이 예비된 이 부부에겐 어울리는 설정인 것도 같고..  

-소포클레스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젠더 경계가 모호해져서 좋네요.

 

 

2. 트라키스 여인들 : 데이아네이라, 이올레, 코러스 소녀들 

 

-데이아네이라. 죽음의 방식이 상당히 남성적이었죠. 그냥 목을 맨 것도 아니고 할복을 하잖아요.

-그러게요. 아이아스도 그렇고 보통 칼을 쓰는 죽음은 무사의 죽음, 명예나 자존심을 지키려는 시도와 관련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서는 순종적인 부인으로 나오지만, 신화 속 데이아네이라는 전차를 몰 줄 알았고 전술에도 능했다고 해요. 헤라클레스와 함께 전투에 나가 싸운 용사더라구요, 용사. 

-그리고 미녀였죠. 그녀를 두고 강의 신과 제우스의 아들이 결투를 벌이고, 켄타우로스가 목숨을 잃을 정도의 미녀.

-그러나 과거의 미인.

-이제 그녀는 나이 들었고 외모는 빛을 잃었죠. 잘 나가는 남편의 무관심과 부재로 인해 지독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년의 데이아네이라는 가엾게도 춤추고 노래하는 코러스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있네요. 전작의 아이아스와 마찬가지로 주변으로부터 어떠한 이해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로요.

 

-트라키스 시에는 헤라클레스에게 고향을 파괴당하고 포로로 잡혀온 여인들도 있죠.   

-잡혀온 여인들에게 데이아네이라가 깊은 동정과 연민을 보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데이아네이라는 포로들에게서 인간 제반의 고통을 본 거지 자기 남편의 애욕을 본 게 아니니까요. 그녀의 표현대로 "이들의 운명이 나를 속이는 게 아니라면(243행)" 얼마든지 가여워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여인들의 운명은 데이아네이라를 속였죠. 포로들의 대표격인 이올레는 헤라클레스가 잠자리 상대로 데려온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올레가 남편의 애욕의 대상이란 걸 안 이후에도 적대하지는 않았죠.

-그 부분은 남성판타지 같아요.   

-이올레에게 투영된 자신의 이미지를 본 거 아닐까요. 데이아네이라 역시 미모로 인해 괴팍한 구혼자들한테 시달리다가 자신을 데미갓이라고 주장하는 그 중 센 놈한테 잡혀온 사람이잖아요. 이올레는 어린 데이아네이라나 다름없죠. 이올레가 겪은 성적 폭력과 굴종은 이미 데이아네이라가 이전에 겪었던 것이고, 과거형이냐, 현재형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 둘은 유사한 폭력의 피해자에요.

-그럼에도 아내가 남편 침실에서 자신을 대체할 여자와 화해하고 연대한다는 건 별로 현실성 없는 얘기 같고(말씀하신 것처럼 그건 남성판타지에 가까운 거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봐요. 그건 데이아네이라가 자신의 성적 불안과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극복해야 가능한 얘기인데, 어렵죠. 더구나 가장에게 속하지 못하면 바로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였는데요.     

-이올레의 침묵. 끝까지 입을 열지 않죠. 무언의 저항으로 보면 될까요?

-일단 무언배우니까요. 무대 위에는 이미 데이아네이라, 리카스, 사자 세 명의 배우가 있으므로 극의 룰에 따라 이올레는 어차피 한 마디도 할 수 없는데, 데이아네이라가 자꾸 말을 시키잖아요. 결혼은 했냐, 이름은 뭐냐, 혹시 부모가 왕족이냐.. 드라마 내용상으로도 남편의 외도상대가 부인에게 발각되느냐 마느냐 하는 긴장감 도는 순간이지만, 극적 관습면에서도 소포클레스가 아슬아슬하게 장난을 치네요.

 

-'트라키스 시의 소녀들로 구성된' 코러스도 있지요. 

-아마 사랑스러운 처녀들이었겠죠. 활기차고 화사하나 철없고 미숙한. 

-코러스가 [오이디푸스 왕]이나 [안티고네]에서처럼 주인공의 내면을 대변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주인공을 소외시키는 거 같아요. 중년의 데이아네이라가 가정에 무관심한 헤라클레스 때문에("그이는 그 애들 보기를, 마치 농부가 멀리 떨어진 밭을 파종 때 한번, 수확 때 한 번 보듯 하지 뭐예요.") 마음이 무겁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편을 영영 빼앗길까" 신경쇠약 직전인데 반해, 코러스 소녀들은 가볍고 아직 "번민을 모르"는 즐거운 청춘들이에요.  

-외모와 태도면에서도 그렇고, 코러스의 막연한 낙관주의도 데이아네이라가 처한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이죠.

-"늘 희망을 잃지 마소서. 제우스께서 제 자식들을 외면하시는 것을 누가 본 적이 있나요?" 따위의 쓸데없는 소리나 해대고.

-이 작품에서는 디오니소스적인(광란의?) 춤과 노래를 제공했던 것 같아요.(216~221행)

 

 

3.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

 

-전작 [아이아스]에서는 주인공의 '교만'을 이유로 들어 아테나 여신의 가혹한 징벌을 일부 정당화하려 드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그런 애매한 태도를 싹 버렸네요. '제우스는 불행 없는 삶을 주지 않는다'거나 '끔찍한 죽음과 이상한 고통 중 제우스가 아닌 것이 없다!'라는 식으로 이 비극적 사태의 책임을 인간보다는 무자비한 신에게로 돌리는데요, 그럼 소위 그 '제우스'란 존재는 무엇이냐는 얘기까지는 아직 안 나왔지만, 일단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불행에 주목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이 얘기는 후에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훨씬 깊이 있게 다뤄지죠. '나는 행한 것이 아니라 (운명에) 당한 것'이라는 테마로요.    

-옛날 이야기지만 인과응보나 권선징악적인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지, 지금 봐도 별 위화감 없이 잘 읽히네요.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가 보낸 '사랑의 미약(넷소스의 피)'이 발린 옷을 입고 피부가 염산에 타들어가는 것 비슷한 고통을 겪다 자살하고, 데이아네이라 역시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닫고 자살하는데요, 이 둘의 죽음을 계획하거나 의도한 이는 아무도 없지요..

-그저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던 외로운 아내가 있었을 뿐.

-바람피는 남편 미워서 죽여버리려던 미필적 고의가 아닐까요?

-그런 남편 없애고 탈출해봤자 자유가 아닌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뭐하러요.

-이 여자가 클뤼타임네스트라나 메데이아과는 아님. 데이아네이라는 악행을 두려워하고 자기 욕망을 억제하는 편이죠. 

-조금만 생각해보면 남편의 원수가 준 약이니 위험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정도 판단이 안 될 만큼 이 여자의 마음이 어두워져 있었다는 것, 그게 헤라클레스에 대한 사랑이었든 혹은 불안감이었든 간에, 그게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오이디푸스 왕] 에서 불길한 아기니까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그 아이가 가여워서' 차마 이행하지 못했던 목자의 선의와 연민처럼요. 

-종종 의도치 않는 결과를 불러오지만 그래서 인간이지, 싶은..

 

 

4. 헤라클레스

 

-리비도 그 자체죠.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영웅이라는데, 이 작품에서는 악당으로 묘사됐어요.

-어릴 때 읽었던 이야기 속에서 헤라클레스는 헤라한테 핍박받다가 결국 모든 고난을 이겨내는 선한 영웅이었는데, 소포클레스의 해석은 다르네요.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에선 그렇지만, 구글검색만 해봐도 헤라클레스는 훌륭한 인간이 아니더라구요. 어릴 때 선생이 체벌을 가하자 바로 죽여버리질 않나, 자기 처자식과 형수와 조카들까지 죽인 가정폭력 가해자에, 친한 친구도 홧김에 잔인하게 살해했고 연회에서 술 먹다가 아무나 죽여버리기도 했죠. 전투에 나가 살상한 것 제외하고 근친과 주변인만 따져도 그의 악행은 지면이 부족할 정도에요.  

-이 작품 속에서도 헤라클레스는 이올레를 납치강간하기 위해 한 도시를 파괴하고 그녀의 부모형제를 살육한 광인이죠. 무수한 외도 끝에 아예 외도상대를 아내한테 보내는 것도 대단히 파렴치한데 워낙 더한 짓도 많아 해놔서..

-사회화되지 않은 욕망, 본능, 폭력성 등의 형상화 정도로 봤어요. 

-전쟁과 폭력이 일상이던 고대에는 그런 성향들이 용맹하고 남자다운 자질로 숭배되었을 법도 한데, 작가가 그런 식으로 쓰지 않아서 좋았고 사실 좀 놀랐어요. 헤라클레스를 전혀 신격화나 미화하지 않고, 그의 비루한 면모를 아주 가차없이 보여주잖아요.

-기승전병의 극치를 보여주죠. 진짜 재밌게 읽고 있는데 헤라클레스 등장하면서 얘기가 찌그러들기 시작하더니만 결말엔 이게 뭐냐 싶은, 정말 병맛의 진수!

-극 중에서 헤라클레스는 방금 전까지도 치마를 걸치고 있던 여자였고요.

-이올레의 오빠이자 자신의 절친 이피토스를 살해한 죄로 리디아 여왕 밑에서 여장을 하고 말노릇, 시녀노릇 했던 적도 있다니, 그 시절에도 헤라클레스의 희화화는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무슨 벌이 롤 플레잉이냐..)

-헤라클레스가 고통에 겨워 "소녀처럼" 엉엉 울부짖고 멍청한 소리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 모습은 데이아네이라의 할복자살이 침묵 속에 신속히 이뤄진 것과 대조적인데요. 작가가 헤라클레스의 과잉된 영웅적 자아를 역으로 이용해 조롱하는 것 같죠. 젠더 질서 흐트러지는 효과도 덤으로 나고요.

-'이미 죽은 자에게 죽는다'는 신탁을 그는 자신이 죽지 않을 운명이라고 해석해서 그토록 겁없이 살아 왔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죽인 넷소스의 피로 죽는다는 예언이었죠. 고통과 분노로 데이아네이라의 시신 훼손이라도 할 것처럼 굴더니, 제우스의 저 신탁을 이해한 후에는 바로 체념하고 자살하는데요.. 또 자살. 소포클레스 인물들은 자살율이 높네요.    

-헤라클레스가 가엾단 생각이 들어요. 그 모든 고역을 마쳤는데도 그를 기다리는 건 끔찍한 고통과 비참한 죽음이잖아요.

-저는 헤라클레스가 인간적 요소와 죄업을 벗고 불멸의 신성을 얻는 정화 과정이려니 싶었어요. 하필 불로 자살하잖아요. 죽음 이후 올림포스 신의 반열에 올랐으니 고통에 대한 보상은 받은 셈이라 치고. 

 

 

5. 결혼, 질식의 고통. 

 

"내가 그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이 악령의 그물 말이야. 

그것은 내 양 옆구리에 들러붙어 밖에서부터

살 속으로 파먹어 들어오더니 나와 함께 거주하면서

내 기도들을 빨며 어느새 신선한 내 생명의 피를

다 마셔버려, 내 온몸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족쇄의 포로가 되어 시들어가고 있으니.." (1052-1057행)

 

-헤라클레스가 아내의 선물인 독 묻은 옷을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내뱉는 말들인데요, 결혼 생활에 대한 독설로도 보였어요.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혼외자식이라 헤라 여신한테 평생 핍박받았는데, 헤라는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이죠. 헤라클레스는 그 넘치는 테스토스테론으로 끊임없이 헤라적 가치를 모욕해온 셈이고요. 

-그는 첫번째 결혼에서 자기 처자식을(그리고 쌍둥이 형의 아내와 조카들도)  살해한 후, 헤라가 자신을 광기로 몰고갔다고 변명했어요. 가정폭력범들은 예나 지금이나... 이올레의 부모와 오빠들은 헤라클레스가 또다시 미쳐 이올레와 그녀의 자식들을 죽일까 봐 겁나서 이올레를 주지 않았다가 그 참변을 당했죠.    

-헤라클레스와 헤라(또는 헤라로 상징되는 결혼생활)는 그야말로 상극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밖으로 도나? 집에 있으면 숨막혀 죽겠어서?

-실제로 집사람에 의해 죽음을 맞죠. 밖에서 그 모든 괴물들과 싸워 이긴 영웅이 결국 연약한 아내에 의해 죽는 거에요. 

 

-'매달리는 여자 vs 도망가는 남자' 구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째 이리 흔한지요.

-남녀관계에서 왜 여자는 매달리는 역할을 자꾸 맡을까. 

-종특?

-그렇게 보면 재미없잖아요. 남자가 사회적 약자인 여자한테 무임승차하는 딱 그만큼 여자도 남자한테 기대거나 남자를 잡는 거 아닐까요. 그럴수록 남자는 부담스러워 밖으로 돌고.. 악순환.  

-데이아네이라가 헤라클레스한테 매달렸나요? 

-그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애쓰잖아요. 사랑의 미약도 보내고..

-여기 보면 사랑을 요즘같은 뜻으로가 아니라 에로스가 보낸 질병쯤으로 적어놨던데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요.

-헤라클레스가 병에 걸렸으니 약으로 고쳐주자는..? 아, 그런 거였나..

-남편이 자기를 그리워하는 것보다 자기가 남편을 더 그리워하고 있을까봐 두려워(630-632행)하고, 남편 뺏길까봐 잠도 못 자는데요.

-데이아네이라는 과연 남편을 사랑했을까요? 아님 생존 차원에서 남편이 필요했던 걸까요?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게 구분 가능한 시절이었을까요. 

-남녀관계를 욕망과 본능으로 설명하지, 낭만적 사랑이라는 환상을 빌어 얘기하던 때는 아니라.  

 

 

6. 세부묘사  

 

"아버지께서는 리카스의, 복사뼈가 노는 발목을 잡으시더니

바닷물에 씻기는, 바다 속 바위에다 내던지셨어요.

그의 두개골이 박살나며 피가 사방으로 튀자

머리털에서는 하얀 골이 뿜어져 나왔어요."(779-782행)  

 

-독 묻은 옷을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헤라클레스로부터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리카스. 안 됐죠.

-데이아네이라한테 거짓말 했다고 벌 받은 건가요.

-리카스의 죽음, 바위에 뇌수가 흩어진... 저 쓸데없이 자세한 묘사가 참 좋아요.

-네? 

-아, 제가 호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슬래셔는 좋아하거든요.

-피가 튀고 뇌수가 흩뿌려지는...

-네. [오이디푸스 왕]에서 브로치로 눈 찌르는 장면 같은 것도 좋았어요.

-어, 저도요. 그냥 칼이나 다른 뾰족한 것도 아니고 목 매달아 죽은 왕비의 옷깃에 달려 있던 브로치, 그것도 황금(!)브로치로 눈을 찌르다니. 엄청 비극적인 장면인데 '황금브로치'라는 디테일이 들어가니까 확 화려해지는 거에요. 되게 끔찍한데 되게 아름답고 장식적인 느낌.

 

 

7. True or False

 

-헤라클레스의 전령 리카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이올레 얘기를 교묘히 누락시킨 보고를 올렸죠.

-모든 사실을 노출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리카스와 진실을 요구하는 사자의 말다툼이 몇 장에 걸쳐 이어지고요. 

-결국 데이아네이라가 나서서 리카스에게 이올레의 정체를 캐묻는데요, 이 대목은 마치 오이디푸스가 목자에게 유기된 아기에 대해 묻는 장면 같았어요. 어떠한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진실을 알아야 겠다는 패기만큼은 오이디푸스 못지 않죠.  

-그녀가 리카스에게 진실을 요구하며 하는 얘기들은 구구절절 명문이요, 아름답지만 진심은 아니었을 거에요. 그녀는 진실을 감당할 수 있노라 했고 이올레에게 관대한 태도를 취했으나, 그 아래 감춰진 진짜 감정은 불안과 공포였죠. 남편의 외도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속으로는 넷소스의 피를 이용할 계획을 세웠으니까요.

-진실의 폭로가 결국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진 셈인데요.

-거짓과 진실에 대한 소포클레스 이런 관점이 재밌어요. 대부분의 인간은 '모든 진실'을 감당할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8. 번역

 

-천병희 번역은 영역본과 함께 보는 것이 좋다길래, 조금 읽어봤습니다. 이런 느낌. 

 

"내게 사실을 숨기지 마시오."  "do not rob me of  the truth!" (437행)

--> '사실'과 '진실'의 의미 차이, '내게서 무엇을 뺏아가다/박탈하다'라는 rob me of~와 '숨기다'의 느낌 차이가 있네요.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 직역을 하다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방금 저 사람이 말한 것은 사실과 전혀 달라요.

그는 방금 거짓 소식을 전했거나,

아니면 그의 이전의 보고가 거짓이었어요."

"That man just now has not said anything in accordance with

the straight rule of honesty; either he was false now

or he was not a true messenger before." (346-348행)

-->영역본에서 진실과 거짓의 대립항이 더 눈에 띄는 듯. 댓구도 더 잘 맞는 것 같고요. 그냥 제 느낌상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해서 적어봤어요:-)

 

 

9. 뒷이야기

 

[트라키스 여인들]은 헤라클레스가 자신을 장작단 위에 올리라고 명령하면서 끝나는데요, 그 뒷 얘기는 이렇습니다. 헤라클레스가 고통을 못 이겨 분신하려 했을 때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장작에 불을 붙이지 못했대요. 이때 필록테테스가 그 앞을 지나다가 불을 불여주고 그에 대한 상으로 헤라클레스의 활을 물려 받습니다. 헤라클레스의 마지막을 목도한 그는 헤라클레스로부터 자신이 죽은 장소를 발설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발로 땅을 굴러 그 자리를 표시해 두죠. 후에 그 발에 상처를 입고 트로이 원정대로 참여했던 부대에서 낙오됩니다. 오딧세우스와 아가멤논이 부상자를 데려가는 것은 전력을 약화시킨다며 무인도인 렘노스 섬에 그를 버려두고 간 것이죠. 필록테테스는 다친 발을 이끌고 헤라클레스의 활로 새를 잡아먹으며 비참하게 연명합니다. 트로이 원정은 9년 넘게 질질 끌어가는데 헤라클레스의 활 없이는 트로이 함락도 없다는 신탁이 내려집니다. 오딧세우스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를 데리고 렘노스섬에 가서 필록테테스를 유인한 뒤 활을 뺏어 오도록 시키는데, 다음 시간에 읽을 소포클레스의 [필록테테스]는 바로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선량한 청년 네옵톨레모스가 과연 필록테테스에 대한 연민을 떨치고 상관의 지시대로 활을 빼앗아 올 수 있을까요? 기원전 409년대 디오니소스 제의 비극경연대회 우승작. 

다음 모임은 2월 2일 토요일 12시 카페소소입니다.

  

 

10. 추신

 

일산, 인천, 수서 모두에서 접근하기 괜찮은 지역은 어딜까요?  

    • 라틴어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데(사실 오십보백보지만) 희랍어 텍스트는 현대 서구어로 번역해 놓을 걸 보면 정말 같은 책인 게 맞나싶을 정도로 제각각입니다. 전에 그럴 기회가 있어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을 불어판 세 개, 영어판 두 개 놓고 특정구절을 비교하는데 용어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전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왕도 특정구절을 불어판 세 개를 비교한 적이 있는데 일단 본래 희랍어의 구문은 전혀 짐작이 불가능하고, 세세하게 봐도 심각할 정도로 얘기가 다르더군요. 저 영어번역의 구문 형태도 원래 희랍어 구문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공산이 크다는 거죠.
      • 예, <오이디푸스> 드라마투르그를 맡으셨던 강태경씨도 '원전' 번역의 허구성을 지적하시더라구요. 정평하다는 독일어 번역도 남아 있는 필사본의 언어 그대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중세 그리스어나 현대 그리스어로 바꿔서 하고 상당 부분 추정적인 번역이라고요. 그걸 우리말로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비양심적일만큼 오역도 많았던 것 같구요. 그래서 예전에는(90년대 초중반) 스터디 같은 거 하면 선배들이 '원서' 읽으라는 소리도 좀 했던 것 같아요. 이해가 안 된다 그러면 보통 자기 머리탓 하기보다는 번역탓 했구요. 그래도 요즘은 훌륭한 번역가분들이 많이 계셔서 믿고 봅니다.:) 희곡모임에서도 각자 집에 있는 책을 가져오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오거나 해서 여러 번역본으로 읽게 되는데, 표현의 차이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뜻이 다른 경우는 아직까진 없었어요.
    • 1.영문판이 더 끌리기는 한데요? (나의 것인) truth를 빼앗아간다는 표현.
      2.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왔던 헤라클레스가 단죄를 받은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나라의 백기장군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결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자신이 예전에 항복한 조나라 군사 40만을 몰살시킨 죄값이라 참회하더군요.
      3.헤라클레스의 죽음은 인간으로서 끝없이 잘나가는 사람들에게의 경고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치 로마시대 개선장군에게 죽음을 기억하라 외치던 노예들처럼 말이에요.
      4.데이아네이라의 운명은 잘난 남편을 둔 업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법륜스님 즉문즉설에 바람난 남편에 마음고생하는 아내분들이 많이 나오시는데 내게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편은 남들에게도 그런거니 그 현실을 오롯이 받아들이라 하더라구요. - 오해가 없게 말하자면 남편이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었어요. 그리 잘난 남편을 선택한 나의 욕심의 죄값으로 인정하고 살거나, 욕심을 후회하고 이혼하거나.
      • 1. 좀더 문학적이죠.
        2. 헤라클레스도 억울하다고 난리치다가 제우스의 신탁을 이해하고는 바로 수용해요. 참회는 안 하고 그냥 수용.
        3. '오만함hubris'은 그리스비극의 주인공들이 종종 갖고 있는 성격적 결함이고, 오이디푸스의 몰락이나 아이아스의 죽음은 분명 그에 대한 경고로 보여요. 그런데 [트라키스 여인들]에서 헤라클레스의 죽음은 그런 식의 인과응보가 아니라, 의도치 않은 재앙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인간의 행위나 의지와 무관한 불행을 그렸다고 생각해서 저는 좋았어요.
        4. 당대의 슈퍼스타와 사느라 데이아네이라가 맘 고생 좀 했죠. 법륜스님은 남편은 아이를 원하지만 나는 아이를 원치 않아서 힘들다고 상담요청한 아내에게도 비슷한 조언을 주셨어요. 남편이 바깥에서 아이 낳아가지고 오면 괜찮겠냐고. 당연히 안 괜찮다 하니, 그럼 어쩌자는 거냐고. 수용하거나 수용 안 되거든 이혼하거나, 내 욕구대로 살 거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 각오하고 살라는 소리겠죠. 그런데 데이아네이라는 '업보'로 인해 그런 비극을 겪었다고 보기엔 억울하겠다 싶어요. 자기가 좋아서 잘난 남자 고른 게 아니거든요.
        • 댓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모임 계속 이어나가시길 바랄께요. ^^
      • 남성을 욕망과 의지의 주체로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8. 언어에 대해서는, 모국어 조차 시원찮아 딱히 더할 말은 없지만, 말씀 하신 대로 다른 한글 판본에서 완전히 딴소리를 한 다는 느낌이 없었던 것 처럼, 좀 더 말하기에 적합한 부분을 추구하거나 아니거나, 하는 정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역시 필사의 시대를 지난 작품이니 알게 뭐야, 하는 배짱을 밑에 깔아 봅니다. ㅎ
      10. 시청 인근?
      • 2500년 전 작품이니 당연히 오해하는 것 투성이리라 생각해요. 게다가 연극대본이니 공연과정에서 얼마나 변형도 많았겠어요. 근데 그런 식의 편집(?)이 그닦 나쁜 것도 아니다 싶어요. 한 글자라도 고치면 신성모독이라 하여 <코란>은 처음 쓰인 그대로 내려온다고 하는데 읽다 보면 환장하거든요. 모세의 누이 미리엄과 예수 엄마 마리아가 동일인물로 나오거나, 아브라함과 모세와 예수가 한 장에 등장하고 막.. 저는 번역보다도 우리가 너무 현대적 관점으로 작품을 읽고 판단하지 않나, 그게 좀 신경쓰여요.
    • 헤라클레스 정말 파렴치하지 않나요. 이런저런 악행 끝에 죽어가면서도 내가 손댄 여자 딴 놈이랑 자는 꼴은 못 보겠으니 아들아 그 여자랑 결혼하렴 어쩌구 저쩌구... 아들이 그 여자 때문에 이 사단이 났다고 소리쳐도 신경도 쓰지 않고! 아들한테도 사랑과 전쟁 2부를 물려줄 셈인가! 절대강자라는 것이 사람을 저렇게 염치 모르게 만든다니 역시 결핍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될 일이야 싶기도 합니다. 문명사회에선 조롱거리가 되는 게 맞겠다 싶기도 하네요.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웅이 헤라클레스였다지만 소포클레스 기반지역인 아테네에서는 헤라클레스보다 지략형 영웅인 테세우스가 인기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극중 인물들이 모두 감정변환이 신속하다고 해야 하나? 즉각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점이 신기했어요. 휠로스도 어머니한테 저주를 퍼붓더니 사실을 알게 되고는 바로 참회, 데이아네이라도 실수를 깨닫더니 왜 내가 그걸 깨닫지 못했까 바로 자결, 헤라클레스도 마누라 부관참시라도 할 기세더니 사실을 알고는 바로 납득. 중간에 '아니야 그럴 리 없어'라던가 '정말인가!' 뭐 이런 의심과 부정 등 인간이 지나치게 마련인 단계가 빠져있는 느낌이랄까. 속도감과 감정고양을 위해 뺀 것인가 읽는 사람이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것인가 잘 모르겠네요. 오이디푸스 때에는 이런 생각이 안 들었던 걸 보면 옛날과 지금의 서술 방식 차이라기보다 작품 간의 차이 같기도 하고...
      • 이날 모인 분들도 다들 그 부분 보고 막장이라고, 사랑과 전쟁의 원조냐고 그랬어요.ㅎ 그리고 맞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헤라클레스가 스파르타에서는 국가수호신 정도로 추앙받은 반면 아테네 쪽에서는 그닦 높게 평가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왔었어요. 소포클레스는 요즘 기준으로 봐도 진보적(이럴 때 써도 되는 단어인가.. 하여간 굉장히 세련된)인 편이니까 헤라클레스를 충분히 조롱했을 수 있겠네요. 헤라클레스의 무용담과 신화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당시 그리스 관객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보러 왔고, 또 이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라나요.. 상상해보니 좀 웃겨요. 익숙한 영웅이미지에 반전을 주는 내용이잖아요.
        인물들의 감정변환에 대해 저는 부자연스럽게 느끼진 못했고, 그래, 그 사실을 늦게 깨달아서 참 회한이 되겠다 싶었어요. 저는 '뒤늦게 찾아온 인식'이 이 드라마의 두번째 비극요소쯤 된다고 봤는데요, 우리가 뭔가 중요한 부분을 눈앞에서 보고도 놓치고 나중에서야 문득 깨달았을 때 엄청 순식간에 인식이 전환되고 감정이 치받고.. 그러지 않던가요? 저는 그런 장면들에서 좀 슬펐어요. 심지어 그 파렴치한 헤라클레스도 막판에 그래, 이게 제우스의 뜻이구나, 장작 쌓고 불 지펴라 할 땐 좀 처연하더라구요.
        그런데 소포클레스의 인물들이 유독 자살율이 높긴 높대요. 맹목적 믿음과 냉소적인 불신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니고 갈등만 깊은, 그래서 좌절이 더 심한.. 아직 잘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드네요.
      • 빠진 단계는 왠지 희극 제작자가 요구한 상영시간 맞추기일수도 있었겠다는 우스운 생각도 해보네요. ㅎ
    • ㅎㅎ정작 그리스 비극이라는 내용엔 별 관심이 없고, 입으로 소리내서 단어를 발음하는 것이 참 신기신기한 참가자 1인입니다.
      심지어 집에서도 아이아스를 혼자 막 읽었는데...혼자 하니까 혀가 막 꼬이고 아파서 코러스 나올때 접었어요...(길더라구요..코러스)ㅡㅡ;;
      • 아유, 혼자는 무리에요, 무리. (<--저도 해봤음-.-) 여럿이 모여 낭독하는 게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어요.
        희곡 말고 혼자 읽기 어려웠던 이론서나 여타 책들도 모여서 강독하면 잘 읽히지 않을까, 함 읽자 할까 막 이러고 있음.
        • 요즘은 안듣지만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에서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의 힘이 크게 와닿았었습니다.
          반대로 보면 말에서 글로 넘어오고 나서 최초로 글을 소리내어 읽지않고 눈으로만 읽는걸 보고 사람들이 놀랐다는 이야기도 읽었었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3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