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이스마일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을 읽었습니다.

 

 

-1.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도 읽었습니다.

-읽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며 눈으로는 문장을 읽어도 머리속으로 정리가 안되더군요. ㅠ,.ㅜ)

-지젝의 기묘한 영화강의도 마침 얼마전 보았는데 어느정도 비슷한(혹은 같은)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동양고전철학은 그나마 어느정도 읽어서 익숙해진 것인지 눈에 들어오는데 서양철학은 많이 힘드네요.

  단순히 익숙함의 차이인지, 도올의 말마따나 서구와 우리는 어족이 다르기 때문인지, 혹은 우리 몸에 녹아있는 동양철학이라 더 쉬운건지 모르겠습니다.

 

0.이스마일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

분명히 제목도 낮익고, 작가도 낮익고, 내용도 익숙한데 이 책을 읽었었는지 가물가물한 상태로 다시 다 읽었습니다.

결론은 이전에 읽었었는지 몰라도 이번에 제대로 읽었고 많은,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영화화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못찾겠네요.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고 말하면 작가에겐 최고의 찬사가 되려나요?

 

 

1.아직도 이런 관습이 알바니아의 고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건가요?

작가의 힘이 알바니아라는 나라에 관심이 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스 바로 위에 있는 나라로군요. 이런 관습법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게 있으면 보고싶네요.

 

 

2.참으로 무지해보이는 관습법이 어찌보면 합리적이고 등가적인 부분이 있더군요.

사례1) 대문에 총질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그 모욕에 대한 보상으로 총질을 한 사람과 대문을 바꿔달고, 총질을 한 사람은 그 대문을 계속 유지하여야 함.
사례2) 이웃에 갔던 아내가 그 집의 세형제에게 강간을 당함. 해결안은 셋 중의 하나가 사형당하거나 세 형제의 아내가 각각 하루밤씩 피해자와 자는 것.

 3.관습속의 합리성에 대한 궁금증.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주 내용은
인도가 소를 신성시 하는 것도,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혐오하는 것도 나름의 문화속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밤에 손,발톱 깎지 말라는 미신도 알고보면 어두운 호롱불이던 시절에 다칠까봐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알바니아의 고원과 같은 사람이 드물게 살고 척박한 곳. 북극지방이나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손님을 매우 귀하게 모시는 풍습들이 있는데, 인가가 드문 곳에 손님을 내치면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나온 풍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 책속의 이야기중에서 복수당할 차례의 집안은 무서워서 농사도 제대로 못짓게 되는데

이것은 농경지를 쉬게 만들어줘서 결국 땅을 기름지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조금 많이 나간 생각도 들었습니다.

 


 

    • '부서진 사월'과 'H서류', '꿈의 궁전', '아가멤논의 딸',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를 봤는데 그 중 '부서진 사월'과 'H서류'가 제일 괜찮았습니다. 카다레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기도 하고요. '아가멤논의 딸'도 극도로 단순하지만 밀어붙이는 힘이 장난 아닙니다. 'H서류'는 코믹물입니다.
      • 감사합니다. H서류를 보려고 대출 신청해두었는데 기대가 큽니다. :-)
    • 달을 가리키셨는데 손가락을 보는 것 같지만 관습법의 사례2는 딱히 합리적이지도 등가적이지도 않아 보이네요. 강간 피해 당사자는 아내인데 남편이 가해자의 아내와 동침하는 게 무슨 보상이 되나요.



      그 외 부분(말하자면 '달' 부분)은 잘 읽었습니다. 부서진 사월은 추천하는 친구들이 많긴했는데 막상 안 읽어봤던 터라 이번 기회에 읽어볼까 싶어지네요.
      • 호작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다만 말로 설명하기는 힘이 드는데 소설속의 공동체내에서라면,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과 공동체 전체가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가해자측은 결국 세형제중 하나가 죽는걸 선택했습니다.
        • 이 부분은 제가 책을 읽어야 더 제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몇 마디 덧붙이자면,

          본문에서 '합리적이고 등가적인 부분이 있다'고 언급을 하신 부분이 저에겐 '지금 사회에서도 인정하거나 적용할 법한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에 불편했어요. 오독의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공동체 내에서 합의된 거라고 해도 그 합의의 주체는 '부인을 재산의 개념으로 소유한 사람들'이었을 것 같아요. 피해 당사자의 합의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본문에서 피강간자가 아닌 피강간자의 남편이 '피해자'로 지칭되어 있어서였습니다. 유부녀 강간을 남자가 '재산의 침해'를 받은 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읽혔거든요.
          손가락만 너무 열심히 들여다본 건가요.
          • 매우 적절하신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오독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소설속 공동체 내에서는 심지어 피강간자인 아내 마저도 고개 끄덕였을 판결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해당하는 시공간 속에서의 합리라고 협의로 이해해 주십시오.
            • 아까는 스마트폰이어서 짧았었네요. 읽으실지 몰라도 덧붙여봅니다.
              링컨시대의 시대정신은 노예해방이었지요. 그때 노예 해방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지도 않았고 기타 수많은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았다 하여 링컨을 비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부서진 사월을 읽으신다면 아시겠지만 복수에 복수를 낳는 관습법도 여자는 해당이 되지 않았답니다.
              애초에 현재라는 시간에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을 사는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소설속 시공간에서는 어느정도 공동체 모든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한 판결이었다는 생각이네요.

              *구차한 덧붙임이지만 저는 예의만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솔직한 의견나눔은 즐겁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 저도 혹 괜한 시비로 받아들이시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었는데 즐겁게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에 더 흥미가 생겼어요. 꼭 읽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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