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

짧은 글이지만 당연히 내용 누설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음, 요즘 제가 유일하게 보는 우리나라 드라마입니다. 예전부터 꼬박꼬박 봐왔습니다. 서울에서도 그 시간에 집에 있으면 이불을 돌돌 만 애벌레 상태로 흥미진진 시청했고요. 엄마님이 그 애벌레를 차면서 너는 뭘 아줌마인 나도 안보는 저런 프로그램을 보니, 하고 박해해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 -_- "국제 변호사"의 망상을 가진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는 아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깐 특이한 점은 아내를 속여서 재물을 갈취하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공상허언증(이게 맞는 명칭인가요, 극중에서 그러던데)에 걸린 남편이란 설정입니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가서 미국의 모 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생모 생부를 찾아 한국으로 돌아와서 개업을 했다 (개업 가능한가요 근데)고 하지만 다 뻥인 거죠.


최근엔 강석우씨가 끝부분에 점잖게 등장하셔서 훈계를 하시는데, 남자의 스펙만을 보고 결혼 결심을 한 아내한테도 잘못이 있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볼 땐 그것보다 세상물정을 모른달까, 눈치가 없는 게 문제라고요. 뭐 결국 하나하나 비밀을 밝히기는 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아니 저거 너무 빤히 보이는데, 할 정도거든요. 서재엔 무슨 고시 수험서 같은 게 막 꽂혀있고, 아내의 미행을 눈치채고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하는 척 하는 상황도 나오는데요. 시험 공부 좀 해본 사람은 시험 공부라는 게 정자세로 앉아서 책을 뚫어지게 보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 알지 않습니까. (아, 물론 아주 간혹 그런 식으로 시험공부 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저같이 서브노트 만들고 온갖 색깔 형광펜으로 칼라코딩하는 사람이 보면 아니 저게 훼이크가 아닌 걸 보면 몰라! 하고 발구르는 상황이었습니다. ... 하여간 늘 감정이입해서 열심히 보는 프로그램인데 이번회는 감정이입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M%C3%BCnchausen_syndrome
    • 제목만 읽고도 토끼님인줄 알았답니다.
    • 저도 그런 사기 결혼은 신문에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노는 물이 비슷하면 한 두 다리 건너 다 알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엄마가 즐겨 보는 '내 딸 서영이'를 지나가면서 보고 재벌이 무슨 호구냐고 아부지 없다는 말에 속은게 말이 되냐고 했더니 엄마가 따지지 말래요. 아놔 ㅋㅋ
    • espiritu/ 극중 남편 케이스는 거짓말을 하고 본인이 그걸 사실로 믿고 거기에 몰입하는 경우였거든요. 그렇다면 뮌하우젠증후군 보단 공상허언증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양자고양이/ 저는 사랑과 전쟁 매니아로 알려져 있는 건가요? 'ㅁ' (사실은 사실이지만...)
    • 잠익2/ 네, 극중에서도 친구 남편이 확인해주고 그러죠. 근데 문제는 사기는 아니에요. 뻥은 쳤는데 그 뻥으로 이득을 취하지는 않았거든요;

      아니 이런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게 큰 재미인데 따지지 말라시다니!
    • 이글만 보고 말하자면 토끼님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입이 어려운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는 듀게 사랑과 전쟁 관련글 애독자였습니다;;
    • 마가렛트/ 호홋 반갑습니다. 아예 모르는 세계가 나오면 오히려 긴장 풀고 감정이입을 하는데, 오늘은 좀 간질거렸어요. 그 남편역 배우는 꽤 좋아하는 분인데 말이지요.
    • 중딩 때 공상허언증을 가진 애가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주말에 입원해서 링겔을 맞았다, 아파서 계속 병원 다닌다, 보약 먹는다는 이야기를 달고 살았습니다.
      집이 잘 살고 아버지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말도 했었고요.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런거였어요. 진짜 몸이 안 좋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그런걸 남들한테 광고하고 다니지는 않지요.
      그런데 애가 또 이쁘장하고 순진해 보여서 넘어가는 사람 많았을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처음에는 보호해주고 싶다가 나중에는 분노가 끓어 오르겠지요.. ㅋ
    • 잠익2/ 공상허언증에 대해서 잘 몰라서 혹시 아시는 분이 설명해주시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만, 포인트는 자기 거짓말을 자기가 믿는다는 거였어요. 그러니깐 남편 입장에선 아내를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던 거죠. 말씀하신 경우는 (아파서 관심을 끈 부분에 한해선) 뮌하우젠 증후군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으으 잘 모르겠네요.
      •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Pseudologia Fantastica)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을 그대로 믿는 습관을 말한다. 이 증상은 1891년 의료 문헌에서 안톤 델브뤼크(Anton Delbrueck)에 의해 처음으로 설명되었다.

        뮌하우젠 증후군[ münchausen syndrome ] 주로 신체적인 징후나 증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서 자신에게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 내는 정신과적 질환
        http://terms.naver.com/entry.nhn?cid=865&docId=927268&mobile&categoryId=1734

        제가 말씀드린건 뮌하우젠 증후군에 가깝겠네요. 그런데 그 아이는 허언증도 있었습니다.
    • 아내가 눈치가 없었다기보다는 제작진이 공부를 안해본게 아닐까요..아니면 드라마적 과장?
      근데 진짜 뭐가 씌면 아무것도 안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긴해요.
      • 그러고보니깐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에 대한 묘사도 있었어요. 아내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기막힌 우연일 거라고 막 독백하거든요.
    • 아내의 입장에서는 인정해버리는 순간 멘붕이죠 '모두 다 뻥이지롱!' 하고 카드로 만든 집처럼 무너지겠지요.
      그래도 빨리 인정하는게 좋을텐데 아닐거야 아닐거야 제발 아닐거야 하면서 미련하게 버티는 경우가 많죠. 아주.
      • 아 그런 부분도 있겠군요. 역시 싱글의 입장에서 사랑과 전쟁의 세계는 심오합니다 'ㅁ'
    • 프로그램은 안 봤지만 시험 공부할 때 책만 뚫어지게 보는 사람으로서 저래도 안들킬 수도 있다고 주장해봅니다(....) 그래서 수학은 못해유. 나머지는 텍스트북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 걸로 대충 커버가능. 손 움직이기 귀찮아요...악필이고...;
    • 아내가 고시류 공부를 안 했다면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차를 팔짱 끼고 공부한다는 건 말도 안 되지만 그쪽에 관심 없으면 알게 뭐겠어용. 속는 사람 일부는 '내가 속을 리가 없어' 또는 '내게도 행운이 올 차례가 됐어'이런 생각 많이 하더군요.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데 남이 속이는 게 보일 리가요 -0-
    • 어제 밤에 백만년 만에 사랑과 전쟁을 봤어요. 전 보면서 오오,, 드라마 잘 만들었다~ 는 생각을..ㅜ
      특히 에필로그에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슬프더라고요. 카페 앞에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남자가
      자신과 동명이인인 국제 변호사의 명함을 내밀고 여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고 그 때부터 여자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는 거짓말이 계속되고..
      모두가 선망하는 멋진 사람이 되어서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자신의 모든것을 조작하던 남자가 많이 안타까웠어요ㅜㅜㅜ
    • bit, mg function/ 저나 제 주변이나 주로 시험공부땐 이것저것 늘어놓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고 시험 특징상 많은 정보량을 소화해야하는 것도 있고), 심지어 같은 시험공부를 해도 안 그런 스타일도 있었지요. 덕분에 전 자리 이동해서 공부하려면 짐이 엄청났어요.
      방은 따숩고/ 결혼 초기에 남편이 무슨 미국 뉴스를 틀어놓고 시청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화면은 안나오지만 Treasury 운운하는 걸로 봐서 경제뉴스 같은데), 부인이 "무슨 사고났대?" 하고 물어요. 작가님들 디테일 좀... 그게 설정이라면 부인은 화면보고 눈치좀...
      violinne/ 저는 그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모든 거짓말의 세계가 그 카페에서 시작된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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