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장례식장

혼자 살아왔고, 앞으로도 독거중년을 거쳐 독거노인으로 살다 고독사 할 것 같지만 뭐 그게 내 운명이겠거니 그런 삶도 있는거야 하며 살고 있는데, 동료의 장례식장에 참석하고 온 뒤 그래도 내 시체가 묻힐 때 누구 한 사람은 날 위해 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민자는 원래 친구가 적다지만, 이 친구의 경우 원래 살던 나라를 떠나온 것 뿐 아니라 그쪽 세계가 속한 커뮤니티 자체를 종교적 문제로 오롯이 떠나온 사람이라 더 친구가 없었습니다. 아직 어리다 할 수 있는 나이고 (20대 중후반) 힘들게 일한 돈 대부분을 고국의 부모에게 보내면서도 재밌게 살아가려 노력하던 사람이었고, 갓 결혼한 배우자에 대해 '좋은 사람 찾는다고 엄청나게 고생하다 드디어 찾은 사람'이라고 자랑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배우자 찾던 중 만났던 한국사람 얘기도 하곤 했었는데 딱히 한국얘기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어색하게 웃으며 도망갔었죠;

종교계에서 쫒겨나긴 했어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믿던 종교를 아직 믿으며 '난 XX신자'라고 당당히 밝혔었고, 이러저러한 교리를 따르지 않는 널 어떻게 그 종교신자라고 증명할 수 있느냐는 제 질문에 '왜냐면 그 신이 내 안에 있으니까'라는 참 철학적인(;) 대답을 해서 제 입을 다물게 하기도 했었죠.

여튼 본인이 그쪽 종교라 장례는 종교에 맞춰서 치루어서 그쪽 장례절차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음 좀 황당하더군요. 심하게 말하자면 연고없는 시신 가매장하듯;; 후닥닥 덮어버려 장례식장의 몇 안되는 사람 모두 벙찐 표정으로 준비해간 꽃을 어느 시점에 어디에 놔둬야할 지 몰라 벙벙한 상태로 있다 '저 종교가 원래 저렇대'라는 누군가의 속삭임으로 황망히 꽃을 내려놓고 각자 흩어졌습니다.

결국 직장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한 모임을 따로 가져 고인을 기리며 꽃을 바쳤죠. 장례식장에서도 배우자를 제외하면 사적인 친구라곤 단 한 명도 없이 오로지 몇 안되는 직장사람이 전부였는데, 추모식에서는 일하던 사람들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모였기에 그나마 사람이 좀 되더군요. 그 중 몇 년을 같이 일해온 동료 몇몇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걸 보며 참으로 뜬금없게, 난 장례란 것도 없이 가매장될 지 모르지만 ---뭐 그래도 별 상관 없지만, 그래도 날 위해 눈물 흘려줄 사람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깜딱!
    • 윗집과 아랫집에 살면서 서로 오가며 오늘도 무사한가 확인해주는 노인들의 소설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 오, 이거 담담하니 괜찮을 것 같은데 제목 기억나시나요? 짧은 단편이었음 좋겠다...:Q
        • 짧은 단편이 맞아요.40페이지 분량이니까.내용은 생각보다 많이 쓸쓸할듯요.

          니콜 클라우스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단어”입니다.

          모든것은 반짝반짝한데 늙어가는 그 노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죠.
          • 감사합니다. 찾아서 읽어볼께요 :)
            • 댓글보고 껐던 불을 다시 켜고 책장을 뒤진 보람있네요.

              “사랑의 역사”라는 책에 실려있습니다:)
              • 새벽에 잠이 안와서 뒹굴고 있었는데 지금 책읽고 있어요! 분명 어디서 많이 봤던 작가인데 하고 책장을 뒤져보니 역시나 이번에도 구매하고 읽지 않은 책 중 하나더라고요ㅜㅜ 왜 매번 충동적으로 사는 책은 책장에서 썩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드디어 이걸 읽네요!
                • 잔다고 누웠는데도 “불면의 밤”이네요.그런책들이 제 책장에도 가지런히.바로 읽게 되셔서 개운하시겠어요.행운이 깃든 하루되시길..
    • 사람 없는 장례식장은 어떤 느낌일까요. 전 지금 죽으면 적어도 가족들과 동기 친구들이 있을테고 종교는 무교이니 유서에 딱히 특별한 주문이 없다면 그냥 장례식장에서 치루게 되겠지요. 어떻게 죽을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마지막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아직까지도 변변한 유서하나 작성하지 못했어요. 여전히 죽음이 멀리있다고 생각하나봐요. 전 어릴 때 부터 죽음의 이미지는 햐얗고 깨끗한 침대에 누워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당신이 내 부모여서 행복했다.'는 소리를 들으며 죽는거였어요. 지금은 희망을 좀 접었지만 여전히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하고요. 위에 분이 소설을 생각해내 주셔서, 저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키리코 나나난의 단편 만화의 한 부분이 생각났어요. 좋아하던 남자에게 받아드려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덤덤히 고백하면서 '있지, 나 죽으면 울어줄꺼야?' 하고 묻는 장면이 생각나요. 그냥 그거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독백과 함께.
      • 댓글 죽~~내려읽다가 1년여년전에 보내드린 아빠 생각에 울컥했네요.

        간호사샘 말이 마지막까지 살아있눈 기관이 청각이라고 해서

        아빠침대맡에서 아빠 딸이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얘길 참 많이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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