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로봇이야기
1.우연히 만난 그녀는 나의 이상형.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녀를 두고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듯 하다.
후회없이 그녀를 사랑했다고, 괜찮은 인생이었다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는 즈음 그녀가 나의 귀에 속삭인다.
"나는 로봇이에요."
2.한번쯤 온다는 성인 남자의 사춘기로 사흘쯤 방황하고 집에 가보니 나와 꼭 닮은 놈이 나의 행세를 하고 있다. 로봇이군.
나는 그다지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무뚝뚝했고 어쩌다 울컥 화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끔은 룸에 가서 밤을 새기도 하고, 아내의 생일은 잊은 지 오래.
아이들과 대화해본지도 가물하고, 한 두번 손찌검도 한 것 같다.
나 자신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달을 지켜보니 그 로봇은 다정다감하고, 회사에서도 칭찬을 꽤나 듣는다.
집안일도 거들고 아이들 숙제도 챙겨주며, 주말이면 가까운 공원으로라도 나가서 추억 한 웅큼은 챙겨 돌아온다.
가족들 앞에 나서서 "저 놈은 로봇이야!" 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