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커버린 학생들과 마주칠 때.

요즘 큰 상점에 들어가거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올해 대학에 들어갈 제자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어느 때는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아이들의 푸릇한 모습을 보게 되서 반갑고,

또 어떤 경우엔 매우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1.수능 끝나고 얼마안되서 별 생각 없이 빵집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고르고  있었는데

누가 어깨를 툭 쳐서 뒤돌아보니 밀가루를 범벅한 사람이 저를 보면서 웃고 있더라고요.

머쓱한 웃음이 어디서 본 모습이라 잘 살펴보니 예전에 가르쳤던 학생이었습니다.

 

제빵을 배우던 학생이라 여기서 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전에 임금이 밀린 상태로 계속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숨이..;

 

고등학생들 알바로 고용해서, 임금체불 하는 걸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화도 안나요..

왜 아이들을 등쳐먹으려고 하는 어른들이 이렇게 많은걸까요.

 

 

 

 

2. 이 학생은 롯데리아에서 감자를 튀기고 있더군요.

햄버거 주문하려다 반가워서 인사를 했는데,

밤에 잠도 안자고 감자만 튀긴듯한 모습으로 피곤에 절어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이더라고요.

 

방해될까봐 햄버거만 사서 바로 나왔는데,  매일 교복만 입던 아이들이

이제 이렇게 삶의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찡한 마음이 들었어요.

 

 

 

 

3. A는 평범한 여학생. B는 예쁘장한 여학생입니다.

둘이 단짝친구인데 A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해서

모패밀리레스토랑에 지원을 했어요.

B는 그냥 친구가 한다니까 덩달아 같이 따라갔고요.

 

그런데 B만 뽑히고, A는 탈락.

A에게는 대놓고 외모에 대한 핀잔을 줬답니다.

물론 레스토랑의 알바 모집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A는 속상해서 말이 없고, B는 괜시리 미안해서  어색해하더군요.

결국 B도 일하지 않기로 했고요.

 

앞으로 이 여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더 많은 외모차별이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겪을 수 있을텐데

그걸 생각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교실에서 애정을 갖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아이들인데

이젠 말 그대로 '험한 세상'에 나와서 이리저리 휘둘리는걸 보면

마치 내자식들 보듯이 마음이 짠하네요.

 

어쩌면 저런 세파에 시달리면서 어른으로 성장했을

과거의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서

더 그렇게 느끼는걸지도 모르겠어요.

 

 

 

가끔은 공부가 아니라,

한국사회 생존법에 대한 메뉴얼이라도 전수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정말 그런 비법이라도 있으면 좋겠군요..

 

 

 

 

    • 우왕. 막 공감이 갑니다. ㅠㅜ
      전 이미 만났던 학생들 중에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고 시집가서 애까지 낳은 녀석들이 있어서...;
      좀 오그라드는 얘기지만 요즘 그 녀석들 사는 모습을 보면 성실, 긍정. 이런 게 정말 중요하구나... 란 생각을 해요. 그런 녀석들은 어디가서 뭘하든 자기 할 일 찾아서 스스로 만족하며 잘 살더라구요. 보기 좋고 짠하고 멋져 보이고 뭐 그렇습니다. 하하;
      • 네 만나면 짠하고 기쁘고..뭔가 벅차기도 하고.. 그런 복잡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험함 세파를 겪지 않고 순탄하게 잘 살아줬으면 싶네요..
    • 어른으로서 미안하다 얘들아 ㅠㅠ
      • 네 정말 이런 세상이라 미안합니다 ㅠㅠ
    • 그 아이들도 곧 익숙해지겠죠

      지금 우리들처럼
      • 네 그런데 또 익숙해져서 무덤덤해하는걸 보면, 그건 그거대로 마음 아플 것 같아요.
        거기서 제 모습도 보이고, 제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 비칠 때도 있어서 짠하네요.
    • 실세 가르쳐야 할 것은 안 가르치고 있죠. 근로기준법+부당 노동 행위 대처법+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대처법 등등.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건 순응적인 사회인을 만들어 내보내는 건 아닐까 싶어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아요. 이따구 세상 밖에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요즘 생각에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좌절에도 쉽게 구겨지지 않은 단단하면서도 신축성있는 멘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은 시궁창.. 에휴... 실제 하는 일이란 이 성적으로 여기 가고 저 성적으로 저기 가는데 너는 어쩌니 이리 공부를 안해 잘 될 리가 없다 어쩌고 저쩌고이니.
      • 네 사회 나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하는 법상식이나, 경제상식들을 어느정도 교육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성적만 좋은 헛똑똑이들만 만드는게 아닌가 싶어서 이맘때만 되면 마음이 안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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