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호평받는 드라마로, 특히나 그 현실성으로 호평받는 드라마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2013을 챙겨보는 동생한테 줄거리 요약을 듣고 지난 주부터 좀 보고 있는데...대체 뭐가 현실적인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등장인물들이 외관상으로 전혀 고등학생 같지도 않을 뿐더러 하는 짓들도 그냥 고등학생들이 대개 복합적으로 가지는 속성들을 하나씩 뽑아다가 과장해서 만든 캐리커처들 같아요. 이야기 전개나 연출도 전체적으로 좀 오글거리고요. 고2 이야기라기엔 지나치게 무게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괜히 드는 의문인데, 고등학교 이야기엔 의리 넘치고 멋진 일진 아이들, 공부에 미쳐서 인간미가 없는 모범생 캐릭터는 꼭 나오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그렇게 흔한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현역 일진 오정호는 부정적으로 그려져 있고 고남순, 박흥수는 싸움에서 손 뗀지 오래 된 걸로 나오죠. 박흥수는 원래 일진도 아니었고 (어렸을 때부터 고남순과 친했을 뿐) 고남순은 과거를 후회하고 있어요. 싸움질 그만하고 정신차리려고 노력하는 이지훈 비중이 최근에 확 늘어났구요.
그런데 오늘 송하경과 이강주의 대화는 확 깨더군요. 초딩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죠..
현실의 고교생 양아치들은 대개 비열하고 몰염치하죠. 그리고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공부 열심히 하고 잘 하는 모범생들은 교우관계도 보통 좋은 편이에요. 하이틴물의 스테레오타입은 좀 의아할 때가 많아요. 치사하고 이기적인 모범생 캐릭터야 그렇다쳐도 '의리있는 일진'에 대한 동경은 도통 그 심리를 모르겠어요. 대중의 대다수는 학창시절에 그런 부류에 의한 피해자였을게 뻔한데 말이죠.
미화라는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해당되는지 합의도 없고 개념이 애매하죠. 정말 터무니없이 판타지스러운 캐릭터까지 가진 않더라도 대다수의 교복입은 애들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들은 소위 일진?류의 캐릭터를 미화해왔어요. 그런 드라마는 단 한편도 없다는 말씀은 너무 과감한데요ㅎㅎ 일진고교생의 속성이란 결국 폭행, 갈취, 성범죄, 등등 교칙 수준을 넘어서는 사회적 규율에 대한 도전인데, 전 이걸 '현실적으로' 다룬 청소년 드라마야말로 단 한편도 본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이번에 졸업하는 제 동생은 학교 2013에 등장하는 대사나 상황에 꽤 공감을 하더군요. 예를 들면 '부회장에게 제일 필요한 게 뭔 줄 알아?' '가산점?' '회장이야'(정확친 않습니다) 하는 대사라던가, 늘 교복을 거꾸로 입고 다니는 친구라던가.. 아마도 현실성 이야기는 그런 디테일 때문에 나온 것 아닐지요? 등장인물들이 외관상으로 고등학생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연출이나 이야기 전개에 대한 느낌도 글쓴님과 비슷한 생각이고요. '현실엔 없는' 캐릭터에 대한 지적은 제 동생도 했습니다. 저런 사람은 없다고요. 특히 학생보다는 장나라 캐릭터에 대해 불만이 많더군요.
드라마가 현실적이라는 건 상대적인 거죠. 진짜 평범한 고등학생들 일상을 찍는 게 아닌 이상.. 그래도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겪는 감정이나 상황을 조금이라도 현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진들이 겉보기와 달리 소외당하고 있고, 마음이 공허하다는 것. 고등학생들의 유치한 생각.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없을 지 몰라도(분명히 있긴 할 거예요) 선생님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와 갈등. 교사와 학교의 무력함. 학부모의 안하무인한 태도. 등등.
그런데 그런 걸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판에 박혀 있는 것 같아서 그닥 매력적으로 보이지가 않아요. 폭력적인 아이가 속에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이 경우만 해도 '파수꾼'처럼 훨씬 섬세하게 심리를 잡아낸 경우도 있는데 말이죠(저는 일진 부류는 아니었지만 그 극 속 인물들에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많이들 오글거린다는 장나라 캐릭터가 전 참 좋아요. 그리고 남순이도. 현실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인물형들이기 때문에 더 소중해 보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기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가치있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마음도 좀 더 따듯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장나라가 아이들에게 읊어주던 시가 실제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부의신>을 재밌게본 사람인데, 입시에 대한 환기를 시키면서 교사-제자에 대한 의미를 찾는게 좋았어요. <학교2013>은 그런면에서 수능형-내신형 학습의 주장이나, 장나라의 "아직 아이들에 손을 놓을때가 아니다"라는 희망을 학교가 고민하고 있다는게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이거시 듀게의 매력일까요. "좋다좋다 "하는 글들이 올라오면 꼭" 그게 좋아요?뭐가?전 별로요." 요런 글이 올라와요. 그리고 전 학교 좋더라구요. 엉망진창 시궁창인 점도 현실적이고. 아이들 대사도 센스있어요. 어른이 후진 감각으로 썼다는 느낌은 안 드니까. 드라마는 주제를 향해가기 위해 인물들의 잔가지를 쳐내고 집중해야 하니까요, 작위적인 느낌이 완전 없을 순 없겠죠. 그리고 장나라 캐릭터가 너무 여려서 조마조마하게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