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철치난 취미 처분합니다.

안녕하세요. 듀게에 첫글을 쓰는 떨리는 순간이네요. 세상에서 글 잘쓰고 노래 잘 만드는 사람이 제일 부러운지라 겸손하게 메모장에 쓰고 옮겨봅니다.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몇달간 부지런히 살림들을 처분했어요. 말끔히 정리된 집에서 살고자 노력하는일이 요 근래의 유일한 취미거든요. 
옷가지와 소품은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고, 책들은 중고로 올리고, 안팔리는 만화들은 결국 쓸쓸하게 재활용 수거일에 안녕하고 말았지요,

그러다보니 지난 십수년간, 아니 제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들과 결국 마주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곤란하기 짝이 없어요. 오래된 아이들은 겨우 추억거리만 남아 있지만 근래 10년여의 것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결과물 없이 그저 찌끄래기만 남아서 자리만 꽉꽉 채우고있어요.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이런식으로 쌓이다보면 30년 뒤엔 50평도 부족할거에요.
정리 비법을 다룬 책들에서는 지난 1년간 찾지 않은 물건들은 버리라지만, 버리고 버려도 결국 남는 아이들이 있지요. 이런 아이들이 차곡차곡 앞으로 30-40년간 쌓일거란 생각을 하니 약간 무섭기까지 해요. 결국 보지 않을거라면, 버리는게 맞는걸까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결국 그때 뿐이라는 말인데 이게 의미가 있는건지 의문이 들어요. 

친구네 집에서 발견한 20년 전에 유행했던 책으로 가득한 책꽂이가 얼마나 허름한지요. 내가 왜샀나 싶은 cd와 인형들은 어찌해야 하는 걸까요. 나이가 들 수록 제 문화적 소양은 얇팍해져 가는게 확실하고요. 원없이 읽고 또 읽고 듣고 또 듣던 어릴때가 그립지만, 지금 제가 백수가 된다한들 그때만큼 열심히 읽지 않으리란 것도 맞지요. 또다시 보지 않을거라는것도요.

전 또 이와중에 또 부지런히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어요.
다들 철지난 취미들을 어떻게 처분하시나요. 

긴 바낭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반갑습니다.

      씨디는 오래되면 뚜껑이 항상 깨져요 다시는 안들을것 같은 뚜껑 분리된 씨디가 한가득
      • 고맙습니다. cd쪽은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ㅜㅜ 저도 비슷하겠죠
    • 사실 저도 못버리고 있어서요;;
      책, CD 한가득 있어요 버릴까 혹은 팔아버릴까 했는데
      그러면 너무 아까울 거 같았어요..
      • 맞아요 버리자니 아깝. 팔자니 누가 살까싶은 것들. 소박하고 간단하게 살고싶은데 쉽지가 않으네요
    • 그때 의미가 충분히 있었으니 됐지요 뭐. 저도 버리면서 삽니다. 소중한건 담아두고요. 내가 소장했던 100%가 전부 남진않을테니 100개를 사면 1~2개는 영원히 소장하고싶은게 생기겠죠.
      • 매년 조금씩 덜어내다보면 한두개만 남을까요. 덜어내는 것도 연습을 해 버릇해야겠어요
    • 저도 만화책 무협지 등을 모읍니다만 갈수록 좁아지는 집을 보면서 한번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안되네요. 그외에 아직도 진행중인 우표수집은 그닥 차지를 안해서 다행입니다. 하아 대통령 우표 늘 모으는데 2007년도 돈내고 사면서 이걸 사야하나 했는데 2013년 우표는 사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ㅠㅠㅠㅠ
      • 우표 수집은 정말 공간적으로는 경제적이네요. +_+ 대통령 우표는 저라도 심히 고민할것 같아요
    • 문제는 최근 2~3년간 안 읽던 책이,안 듣던 CD가, 5년 뒤 10년 뒤에 무지 그리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제가 요즘 좀 그래요..
      • 이런 생각에 결국 처분못하는 품목은 늘어만 가고... 어릴적 꿈꾸던 1층 만화방 2층 도서관 3층 집 등등이 떠오르네요. 만화 바쿠만에서 삼촌의 작업실을 물려받는데 작업실에 지난 유명만화가 전질로 가득가득한걸 보며 침만 흘렸는데, 누가 저에게 이런 집+ 완벽정리수집물을 물려주면 좋겠어요 ㅎㅎ
    • 엄청나게 떨리셨던 듯 글자도 엄청 크네요
      • 헉; 모바일이라 몰랐어요 ㅜㅜ 당장 수정하러..수정할수 있겠죠?
    • 저도 잘 못버려요. 최소한 5년쯤 있다가 어느 순간 팍팍 버리는 때가 있긴 합니다만, 그때 당장은 시원했는데 몇년 있다가 또 찾아요 ㅜㅜ 책도 옷도 버린 거 기억을 못하고 그때 그거 어떻게 했더라...어제도 5년동안 두번 입었다고 버린 옷들이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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