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잘 하는 엄마에 대한 환상

저희 집은 어머니가 옛날부터 일을 하셔서

살림은 온 식구가 나눠서 최소한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엄마가 제일 많이 하던 시절도 제일 길었고, 제가 거의 하던 때도 있었고요.

엄마도 어렸을 때부터 혼자 올라오셔서 살림을 잘 하시는 편은 아니에요. 요리는 잘 하시지만.

그래서 가끔 엄마가 살림을 잘 한다는 건 어떤걸까 궁금합니다. 제가 잔소리에 빠져죽는다는 걸까요ㅎ

가끔 도서관에서 살림 잘 하는 법 이런 책들을 빌려서 읽어보는데 

살림은 머리를 써서 하는 거죠 호호호 모르는 건 친정엄마에게 물어보세요 이런 밥아저씨같은 멘트를 보면 그래 울 엄마 살림 못 한다며 괜히 울컥 하기도 해요.

머 그런 책을 읽어봐도 살림이란 게 집안 식구들이 맞춰서 해야 하는 것인데 제가 엄마한테 잘 설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못 하던 살림 잘 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계속 살림 못하는 채로 살게 되더라구요.


암튼 이제 세월이 흘러 엄마는 (당신 말씀으로는 꿈에 그리던)전업 주부가 되셨는데 

아무래도 살림을 잘 하지는 못하십니다. 모처럼 전업주부가 되셨으니 이래저래 취미활동도 하시고 게임도 하시고 겔름겔름도 좀 피우시고, 제가 집에 오면 아이고 피곤해 죽겠다 상태이기도 하니 둘이 사이좋게 살림하기도 어렵구요.

그래도 그냥 저희 식구는 익숙한 대로 살림 못하는 집에 사는데

오늘처럼 엄마가 그릇도 좀 깨뜨리시고 찌개도 좀 태우고 하신 날은

아니야 그래도 우리 엄마는 살림 잘 해 이런 위로를 해 드리는 딸내미가 되어야 할 텐데

이런 말을 잘 못 하기도 하고

위에서 주절주절 떠든 대로 살림 못 하는 우리 엄마 <- 이런 생각이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우울합니다... OTL 



저도 살림 못 해요. 살림 잘 한다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근데 요즘은 결혼한 친구들 집에 가보면 와 얘는 정말 살림 잘 하는구나 싶은 애들이 있더라구요)

제가 못 하는 건 압니다ㅋ

    • 위기의 주부들의 브리를 보시면...
    • 남들은 청소 잘 하는 거 가지고 살림 잘한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들어가서 봤을 때 제일 눈에 띄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뭐 그렇게 살림살림 하나 싶기도 한게, 돈이 있으면 저도 맛있는거 많이 만들고 집도 예쁘게 꾸밀 자신 있거든요.
      결국 집에 돈이 얼마나 여유로운가 하는 것이고 호텔에 살 게 아니면 비슷비슷한데, 그럼 엄마는 사람들 정신적으로 잘 지지해 주고
      우리들 아껴 주면 되지요 뭐....(이러면서 저는 지금 미래의 살림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 이러고 있는 저는! 살림 그런거 안하고! 정말 설거지라고는 4년에 한번씩 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이런 말 하면 '얘 니가 해 다 늙은 엄마가 해야겠니'하시던데 우리 엄만 나한테...설거지하라고 말 안해서...진짜루다가;ㅅ;
    • 전 잘하는 건 모르겠고 어떤 게 살림 못하는 건 줄은 알겠어요. 소득이 낮은 것도 아니고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집이 지나치게 좁거나 넓은 것도 아닌데 겉은 멀쩡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짱구집의 실사 버전인 집을 하나 알고 있거든요. 난 저꼴만 면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희 엄마는 옛날엔 하루 두 번 걸레질을 하셨어요. 바닥엔 먼지가 없어야 했고 개수대는 늘 깨끗했고 가스렌지는 항상 반짝반짝했죠. 옷가지와 이불에선 피죤냄새가 나야했고 수건은 보송보송해야 했어요. 전 좀 되는 대로 살자며 버둥거렸습니다. 늘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하는 게 귀찮고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저희 엄마는 약골이셨고... 절대 쉽고 빠르게 일을 해치우는 타입이 못 되셨고... 결과적으로 이른 나이에 손가락 관절 이상이 오게 되었습니다. 흑흑흑.
      그래서 제가 하게 되면 영 못 참겠는 부분만(쌓여있는 설거지라던가 가스렌지 청결이라던가 화장실 청결이라던가) 집중마크하고 나머지는 대충대충 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너무 살림 잘하면 불편할지도 몰라요. 적당히 더럽고 그래야 면역력도 생기고 마음도 여유롭게 아 양말 아무데나 던지고 그러죠.
    • 저희 시어머니가 생각나요.. 저희 엄마는 살림을 잘 한다기보다는 해치우고 다른 '가치'(봉사나 글쓰기 등?)를 찾는 분이신데 비해 시어머니는 그야말로 살림을 '프로'의 마음가짐으로 하시는 분이세요. 화장실이나 싱크에 물방울 하나가 없을 정도의 청결함과 레스토랑을 찾은 기분이 드는 세팅과 맛의 요리, 하룻밤 묵는 자식 내외를 위해 모든 이불 빨래를 새로 하시는 정성 등.. 존경스러운 정도죠. 요즘도 EBS 요리프로 보시면서 메모 하시고, 조카가 태어났을 땐 그 아이를 위해 풍선아트 수업까지 받으셨다는.. 뭘 하나를 해도 완벽하게 하시는 분이시죠.. 그 덕분에 남편이 종종 어머니와 저를 비교하면 괴롭습니다.. 며느리 입장에선 쓸고 닦으시는데 쉴수도 없고 피곤하죠 ㅜ 전 적당히 더럽게 살아야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해요. 청결주의 어머니 여러 알러지 있으셔서 주방에서 키친타올, 크린랩 그만 쓰시라고 제가 잔소리.. ㅎㅎ 그치만 어머니 마인드와 요리 실력 등등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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