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대화 많이 하시나요?


어머니께서 여행을 가셨어요. 짧게 사박 오일 정도. 어머니가 참여하시던 모임에서 가는 거라 아버지와 함께 가시지 못했어요.

제 동생은 약간 느즈막한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끝나는 일을 하고, 그나마도 놀다가 새벽 두 세시에나 들어와요.

자연히 저녁 무렵 집에는 저와 아버지밖에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여행 가시기 전에 저에게 부탁하신 게, 집에 일찍 들어와라. 이거였어요.

대화를 하지 않을 지라도 집에 사람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다르다며. 전 그러겠다고 했죠.

약속은 잘 지키고 있는데 서로 대화가 없어요.


저와 아버지는 사이가 좋은 것 같아요. 아마도.

아버지는 항상 자식들을 묵묵히 챙기시고, 저도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아요. 지나가면서 몇 마디씩은 해도 깊은 대화를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약간은 남자다운 성격이시고 저도 그렇게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의 딸이거든요.

저희 집이 가족 단위로 뭘 해본 일이 거의 없어서 더 그런 걸수도 있어요.


저녁때 아버지와 저는 각자의 방에 앉아 각자 티비를 보고 책을 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안방에 가기도 좀 머쓱한 그런 상태? 라고 할까...


유일하게 같이 하는 저녁식사는 제가 지난 며칠 간 체하고 아파서 같이 하지도 못하고ㅠㅠ...

생각할수록 저희가 정말로 대화가 없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어머니는 원래 소소한거 이야기하기 좋아하셔서 그냥 들어드리기만 하면 되는데 아버지는 저에게는 말을 안하세요.

...아니 생각해보면 어머니 앞에선 수다쟁이신데!


다른 분들은 아버지와 대화ㅠㅠ..란걸 하신다면 대체 무슨 주제로, 어떻게 이야기들 하시나요?

뭔가 소재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어렵네요 새삼.

    • 대게의 아버지들이 그러시죠. 저도 아버지랑 사이가 좋은데 딱히 대화는 많이 하지 않아요..;;
      그나마 말 붙일 수 있는 방법은 TV보실 때 옆에서 맞장구 치는 정도예요. 골프를 비롯한 스포츠를 많이 보시는데 그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아빠의 흥을 돋는 거랄까요. 당신께서 관심있는 분야는 또 신나서 말씀하시는 게 아버님들의 특징 중 하나 아닐까 싶어요. ㅋ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화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이죠...;; 너무 강박을 가지진 마세요. 어쩌면 혼자인 이 시간을 즐기고 계실지 모릅니다...라고..애써 위로.. ㅠㅠ
    • 과연 가능한 것이긴 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 저는 아빠는 사이가 나빠요. 우리는 서로 말을 안 해요. 사실 아빠가 말을 거는 건 우리 집에서 엄마밖에 없어요.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라 세입자들이 건물주(아빠;)한테 인사하면 도망을 다니고, 나중에 엄마편에다가 '인사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메세지 보냄ㅜㅜ
      쓰고 있으니까 우리 아빠 정말 굉장히 이상한 사람인 거 같은데 극도로 비사교적인 거 빼면 그렇게까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요ㅠㅠ

      뭔가 저에 대해 의견이 있을 때(진학이나 진로 취업 기타 등등)은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들은 다음 밤에 둘이 누워있을때 서로 이야기하면서 표명하나봐요.
      나중에 아빠 스테이트먼트를 엄마가 지나가듯 이야기해주는데 저는 그럴 때마다 '음 아빠도 나에 대해 의견이 있단 말인가-.-;'하고 새삼 놀람.
      엄마랑 애들이 무슨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참을 수 없는 부분이 나오면 '어! 어!'하면서 끼여들어서 한문장 말하고 다시 신문 봅니다;;
      가장 최근에 이야기했던건, 무슨 의사가 15살 차이나는 신붓감을 찾으니 내가 찾아봐야겠단 엄마 말에
      '아니! 그렇게 어린 여자가 좋으면! 남들 장가 다 갈 때 가지! 지금까지 뭐 하고 있다가!' 라고 말하고는 수줍은지 얼른 다시 신문 보는 척을....
    • 여러가지 이야길 하는데 보통은 딸이니 애써서 하는 경우지만 간혹 제가 딱 필요로 하는 온도의 위로를 주셔서 좋아요. 엄마는 저보다 과열되시거나 온도가 좀 다르고 성미도 달라요. 아빠는 딱 필요한 위로를 주지요. 그리고 저를 아주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는 정치이야긴 안하지만 네가 전적으로 틀렸다, 거나 내가 아빠고 나는 옳다라거나 내 말대로 해라 식이 제 진로 등에서 없었어요. 평소엔 아빠 취미, 아빠 건강, 엄마 흉, 엄마랑 등산 다니는 이야기, 하시는 일 등등을 아는체 합니다. 적당히 놀리거나 아빠도 저 약올리고요. 집에선 아빠가 아프시니까 온갖 음식으로 비위 맞추려 합니다만...그래서 간혹 버릇이 나쁜 아이(실례지만) 같을 때가 있지만 또 같이 안 사니 애틋해서요. 저랑 아빠랑은 저 어릴 때부터 서로 가까워서 기본적으로 다정해요.
    • 이 부분에선 제가 자신있는데요. 전 한달에 180-250분 가량 아빠랑 통화하구요. 주말엔 부녀가 아무것도 안하고 너댓시간동안 수다만 떨기도 해요. 주소재는 대부분 개님;
    • 날씨, 커다란 이슈, 상대방의 관심사에 관한 점, 잘 안 이어지면 쿨하게 끗하고 각자 방으로 가는거죠. 부럽습니다. 무심한 듯 챙겨주는 사이.
    • 정치 얘기, 사는 얘기, 직장 문제 상담, 가족 얘기, 등산 얘기 등 이것저것 해요. 그리고 엄마 얘기를 많이 합니다. 아빠는 마음이 약한 편이시고 엄마는 성격이 강하신데, 엄마가 상처주는 말 하시면 아빠가 그걸 마음에 담아놨다가 저한테 털어놓으세요. 주로 사소한 일들이지만. 그러면 제가 엄마 너무했다고 아빠 편 들어드리죠. 제가 엄마 흉을 보면 '그래도 니네 엄마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혼자 결론 내리시고 저만 나쁜뇬 되는데 이런 식으로 마음을 푸시는 것 같아요.ㅎㅎㅎ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불효자식이라 통화 자주 하려고 노력하는데, 통화할 때마다 아빠가 '우리딸 사랑해'하고 끊으세요. 저도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고요. 이게 처음이 어색하지 계속 해버릇하면 괜찮음. 아빠와 사이가 안좋고 말 한 마디 안한 적도 있었는데, 어색해도 자식이 먼저 다가가서 말 걸고 애정을 표현하고 이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 아버지와 전화 내용이 주로

      "집에 들어올 때 생맥주 한 병 사오너라. 뭐?(배경으로 들리는 어머니와의 대화) 개 먹게 소세지도 하나 사와. 뚝"

      "언제 들어오냐. 빨리 들어와서 그때 먹었던 치킨 시켜라. 뭐?(어머니와 대화) 개가 오매불망 치킨을 기다린다니 빨리 들어와라 뚝."

      이렇습니다. 대답은 듣고 끊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그리고 토요일-일요일 새벽에 절 조용히 깨우셔서

      "엄마 안 깨게 조심해서 국수 한 그릇 말아봐라. 엄마 깨면 과식한다고 난리나니까. 장국에 버섯도 듬뿍 넣고"

      그렇습니다. 전 아버지 전용 간식셔틀이죠.

      아버지의 까다로운 주문을 처리하고 나면 개씨가 이제 자기 간식 달라고 난리부르스를 치는 건 덤;
    • 전 주로 그때그때 주변 일을 주제로 수다를 떱니다

      어젯밤엔 가요대축제를 보면서 아빠랑 아이돌 얘기를 불태웠어요 너무 떠들어서 엄마가 노래좀 듣게 두사람 그만좀 말하라!고 야단쳤을 정도로요ㅎㅎ

      진지한 대화도 좋지만 처음엔 가벼운 얘기부터 시작해서 부모님과 어색한 기류를 녹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9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6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1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7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