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잘 하셨나요

몇년만에 군대 동기한테 전화가 왔는데 안받아버렸습니다. 별로 좋은 기억은 없어서요(어디 만화에선가 뜬금없이 전화와서 만났더니 다단계 소개하더라는 에피소드도 생각나고;)

 

듀게 연령대로 보아(?) 남성 회원중에는 군필자가 많을거 같은데 군생활 잘하셨나요. 저는 못했거든요. 쫄병때는 '내가 왜 이런 부대에서 이런 일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못버려서 항상 불만에 가득차있고 조금씩 티나게 고참들한테 개기는 골치아픈 놈이었고, 정작 내가 고참이 된 후에는 '규정대로 해'라는 식으로 후임들 갈구는 악당이었구요.

 

지금은 더 달라졌겠지만 그때도 이미 구타같은건 엄두를 못내는 시기였기 때문에 주로 이런식으로 갈궜죠. 주로 교범에 나온 요령같은걸 제대로 할때까지 연습시키는거. 주말에 분대원들 집합시켜서 방독면 시간내에 착용하기, 총검술 연습 같은걸 시켰는데 물론 지나가는 소대장이나 중대장은 훌륭한 분대장이다 칭찬해주고 뭔가 껀수 생기면 포상휴가라도 챙겨줄 정도로 신임을 했지만 후임들에겐 정말 X같은 새X였을거에요. 근데 저는 그때 후임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자각이 전혀 없었다는게 흠좀무. 워낙 제 아버지군번이나 선임들이 후방의 당나라부대 병사들답게 헐렁헐렁 대충대충 개판이었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대신 내무부조리랄만한 짓은 좀 오버다 싶을 정도로 꺼렸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면 애들 삥뜯고 짖궃게 괴롭히고 수틀리면 인격살인 수준으로 모욕주고 했던 부조리고참들이 오히려 후임들하고 좀 끈끈하게 지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 짓을 옹호하는건 아닌데, 제 방식에도 좀 문제가 있었던 거겠죠. 규칙대로 하자, 난 정당하고 수칙이 나의 정당성을 입증한다!(ㅋㅋ)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좁은데서 부때끼며 지내는 생활인데 인간적 유대같은 부분에는 전혀 신경을 안썼으니까요. 넌 니가 할걸 해라, 난 내가 할걸 하겠다, 확실히 지나친 감이 있었던거 같아요. 딱히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닌데, 처음 주특기 받고 자대배치 되고 보직을 받는 과정에서 느꼈던 참담함이 어떤 원한?같은게 되서 스스로를 경직시켰던게 아닌지... 유치한 얘기지만 나름 인텔리 대접(?)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영락없는 말단 땅개가 되서 공구리와 삽질만 2년내내 했거든요. 근데 그 원한을 엉뚱하게 후임들에게 풀었으니...ㅎ

 

동기들하고도 별로 사이가 좋진 않았던거 같네요. 제가 짬을 먹고 나서는 포상휴가에 또 목을 맸거든요. 부대에서 무슨 날 맞으면 연례행사로 하는 공모같은거, 혹은 분교대 파견... 그때는 은근히 백안시하는 동기들에게 오히려 화가 났었죠 '아니 내가 남에게 피해주는것도 아니고 내가 노력하는건데 왜 흘겨봐?'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군바리가 군바리다워야지 더럽게 꼴깝떠네, 라든지 휴가좀 나가보려고 쇼하네 지만 재미보면 그만인가, 이런 생각 할법 했을거 같네요.

 

그러니까 결론은 진짜 군생활 못한것 같아요. 의외로 전역 후에도 동기나 후임들 고참들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그런거 보면 딴 세상 얘기같고 막 그래요

    • 저도 군생활을 그닥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신병때는 고문관 + 무개념으로 손가락질 많이 받았고 짬 찼을때는 가능한 최대한 개인주의.
      분대장을 상병 3호봉때 달았는데(소위 풀린 군번)분대원들 관리 못한다고 행보관, 고참들한테 잔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근데 관리한답시고 후임들 터치하는게 저로서는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제대하고 연락하는 사람은 동기 하나뿐이네요.
    • 전 선임한테도 후임한테도 모두 잊혀진(?) 존재로 지냈어요.
      선임이든 후임이든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말 걸고... 솔직히 말 섞기 싫었어요 (응?)
      처음엔 좀 피곤했는데, 제 하나의 캐릭터로 고착화되면서 그냥 '저 사람은 그냥 냅둬'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아요.
      대신 맘에 맞는 후임 하나랑 맨날 컴퓨터 게임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휴우, 걔 없었으면 어떻게 지냈을까 싶어요.
      군대 이후에도 걔랑은 같은 게임 길드에서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발전을 했답니다.
      • 뻘 댓글 죄송합니다만 아무 이유없이 머루다래님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충격 받고 갑니다.
    • 부대 자체가 별로 힘든 곳이 아니었기에 빡세게 굴리고 그럴 일은 없었던 거 같아요.
      군대를 다소 늦게 가서 내무생활이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들 얘기 들어보고 돌이켜보면 괜찮은 분위기의 부대였던 거 같아서 군생활 잘 마치고 온 듯 합니다.
      전역한지 8년 되어가는데 군대 동기랑 아직 연락하고 지내고, 가끔씩 후임들이 술먹고 전화올 때가 있는데 고마웠다고, 잘해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해줄 때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그래도 그놈의 썩을 군생활을 하면서도 못되게 지낸 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곤 하죠.
    • 신병에서 말년병장까지 급진보에서 수구로 변하는 과정을 체화했습니다 신병때 뭐 저런 군인이 다 있나 할 정도로 한심한 간부가 있었는데 말년병장때는 그 간부랑 가장 죽이 잘 맞아서 놀고 있더라구요 평소 온갖 정의로운척 다 했지만 나란 인간도 이 정도구나 라는 걸 느낀 기간이었습니다
    • 야근하느라 내무반에서 지낸 시간이 별로 없네요. 말뚝 박으란 소리는 참 많이 들었습니다.
    • 어린시절 지나간일 들춰내서 뭐 좋을게 있겠어요. 그냥 '그랬었지'하고 다시 덮어버림 그만인 시절입니다.
    • 1년은 비파로 작전병 생활하느라 내무생활 자체가 없었고 복귀하고는 매복다니면서 짬짬히 작전병 생활하느라 끈끈한걸 만들 껀수가 없더군요.. 짬딸릴때도 짬 찰때도 저사람은 다르다라는 인식이 소대내에 있었던지라... 군생활 2년2개월 돌아보면 그냥 일해주다 온것 같아요...

      부대내에 동기도 적었고 군대를 늦게가 다들 어려서 제대하고 연락하고 지내고 뭐 그런건 전혀... ㅎ.. 제대하고 고참들 길에서 마주친적이 몇번 있었는데 저보다 다들 어렸기에 그냥 서로 말까고 인사하고 지나치는 정도의 에피소드 뿐이네요.
      • 작전병.. ㅠ.ㅠ 저는 제대전날 새벽 2시까지 야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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