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hazel님의 글에 붙여

1. 레미제라블이 힐링무비라고 경향신문 김민아 주필이 썼군요. 그런데 레미제라블이 어떻게 힐링무비가 될까요. 주인공 장발장은 기독교적 - 프랑스이니, 카톨릭적 - 가치에 인생을 헌신한 사람입니다. 이 영화를 힐링무비로 받아들이려면 기독교 신자로서, 인생 손해보면서 살아도, 그러니까 시장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할 때에라도 양심의 가책 때문에 시장직을 던질 수 있고, 또한 인생의 고비마다 기독교적 가치를 선택한 것 때문에 손해볼 태세가 되어있는 인간이어야, 레미제라블의 결론에 힐링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네 인생은 고달팠으나 결국 너의 선택은 옳았으니 천국에 들어가리라는 게 이 영화의 결론이니까요. 


2. hazel이 자산가가 계급투표하는 건 민주당 지지자들이 싫어하면서,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새누리당 지지하면 국개론 이야기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모든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대해서 hubris님(@hubris)이 트윗을 날린 적이 있기에 옮깁니다. 


"나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녀가 당선되면 더 좋아질 거라 믿는 부자와 강자들의 결정은 존중한다. 문제는 그녀가 박정희 딸이라서, 여자라서, TK라서, 이정희에게 발리니 불쌍해서, 말실수 할 수록 똑똑해보여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집단이성의 노이즈들." Dec 11.


hubris님은 트레이더이고, 시장의 기능을 믿고, 선거도 하나의 시장처럼 보는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부자와 강자가 빈자와 약자보다 쪽수 면에서 더 많다면, 그리고 양쪽 다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박근혜 당선자가 뽑힌 것은 시장의 합리적인 결정이고 우리나라는 살만한 나라라는 뜻이 됩니다. 부자와 강자가 빈자와 약자보다 더 많은 나라에서, 부자와 강자가 그들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결정을 내린 것이니니까요. 1%의 빈자를 위해서 99%의 부자가 희생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겠지요. 하지만 hubris님은 마켓에 노이즈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향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0대의 42.7%, 50대의 38%, 즉 50, 50대 중에서 열명 중 네 명이, 이정희 TV토론을 박근혜 당선자에게 표를 준 이유로 꼽았습니다. 진짜 기저에 깔린 이유가 뭐든간에, 적어도 이 분들은 표면적으로는 투표의 이유로,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한 이유로 비이성적인 이유를 꼽았습니다. 이는  hubris님 표현에 따르면 집단이성의 노이즈죠. 


P.S.1: (데메킨님은 이정희를 마녀사냥하지 말자고 말씀하셨지만, 이것은 이정희 후보를 매장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총선 패배의 원인을 찾고 반복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데메킨님은 이정희후보가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당선자 지지층들이 이정희라는 좋은 핑계를 만나서 이정희 후보의 토론태도로 지지이유를 삼았다고 주장하십니다. )


P.S.2: 다만 한 가지 더 외부효과를 찾자면, 지난 5년간 이명박 정권 하에 언론이 자유롭지 않았다고 프리덤하우스는 보더군요






    • 감사히 읽었습니다.
      1.시장을 보는 입장에서의 분석이라는 시선이 제게 나름의 신선한 자극이네요.

      2.이정희에 대해서는
      첫째. 이정희의 그 속시원한 토론 당시에는 왜 그 어떤 우려나 비판이 없었는지, 이제와서 돌아보며 비판하는 부분의 아쉬움은 있습니다. 둘째. 친구분의 부모님들이 바로 그 토론을 보고 강하게 박근혜로 돌아선 표본 2명의 통계자료가 있기에 분석결과에 동의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셋째. 하지만 결국 박근혜를 찍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핑계를 대어준 수준이 아닌가합니다. 마치 정동영의 (제 생각에는 논리적으로, 상황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노인비하 사건처럼 말이지요.
      넷째. 둘째에서 지적했던 부분을 실시간으로 표본조사해서 분석하고 대응하는 과학적인 프로세스와 능력을 가진 민주당의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제가 얼마전 링크가져온 부정변증법님의 이야기입니다.

      3.언론이 자유롭지 않았다는 부분은 김어준도 지적했던듯 해요. 외신기자들이 독재자 딸이라고 다들 놀리니깐 한국의 언론지형을 잘 몰라서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거라고 그랬다더군요.
    • 휴브리스님은 돈이 관련되지 않은 선택은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하고 우월하지 않은 판단으로 보시는 경향이 있는 분이더군요. 무슨 말을 하시던 간에 결국 또 돈 이야기군(그리고 가끔 섹스 이야기), 싶습니다. 물론 돈돈돈돈 하는 것도 본인 자유고, 그가치를 끝까지 추구하는 것도 본인 자유이시지만요.
      • 하하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 말고 미래에 대해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인간은 어떤 때 비로소 학습하는가 그런 이야기도 있어요.
        • 저도 그분 블로그를 몇달 들어갔었는데, 사람은 예쁜 얼굴의 이성과 시간을 보내던가 동성과 지적인 토론을 하며 보내야 한다는 둥,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한 것을 두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섹스한 경험이 많을 것이다'는 둥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좀 영특하지 못해보여서 이런 사람의 이야기는 뭘 더 들을게 있겠어 하고--;;
          • 아니 뭐 그런 ... 허허.
    • 오맹달님/

      1. 제 의견은 아니고 hubris의 의견을 요약한 것이니깐요. 사실 반대로 뒤집어 말하면 모든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성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고 말할 수는 없죠.
      2. 이 부분은 제 의견입니다만, threadhold (문지방)이란 개념이 이정희 후보의 토론이 대선투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저런 요인이 쌓여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 좋은 상태가 되었지만, 일어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어떤 결정적인 요건이 방아쇠를 당기면 그 일이 벌어지지요. 이미 열성적으로 투표장에 나가서 박후보를 찍을 사람이었는데 이정희 후보 때문에 투표 핑계만 바꾼 것인지 (이게 데메켄님 입장입니다), 아니면 박후보를 더 지지는 했지만 굳이 찍지는 않거나 다른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정희 후보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 것인지 (이게 제 입장입니다)는 사실 모를 일이죠.
      • 1.hubris님의 입장에 반대하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공감한다고나 할까요?
        모두 성인군자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인간의 당연하고 흔한 본성인 이기심을 인정하며서도 이를 사회 공동체 모두의 이익과 충돌이 적게 시스템화 하는 윈윈이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계급투표 한다고 하는 잘사는 사람들의 삶도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걸 보면 그 분들도 자신의 계급투표의 이성적 근거를 좀더 고민해보실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모두가 이성적이었을까? 하는 물음에는 저도 돌아보게 되네요. 항상 자신을 복기해야겠습니다.

        2.제가 쓴 글에 제가 반론을 하는 셈이지만 제 지인분은 저때문에 문재인 편이 되었고 문재인을 찍기까지 했지만 그 토론을 본 직후 전화통화에서는 매우 분개(?)하더군요. 그리고 그 부모님 두 분이 바로 위에 예를 들었던 박근혜로 돌아서셨던 분이셨어요. 글을 써가며 정리해보면 데메켄님의 입장과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정희의 토론태도가 악영향을 준 거라는 겨자님의 생각이 진실이 더 가까울거라고 봐집니다.

        다만 한마디 보태고 싶은건 토론 당시에는 다까끼 마사오라며 신나하던 모두가 대선이 끝난 이제와서 이정희가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려면 최소한의 겸연쩍어하는 몸짓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전 이정희의 토론이 부정적 역할을 했다기보다 이후 거기에 대한 각종 언론들의 논평에 더 영향을 받았을거라 생각했어요. 토론의 승리자는 박근혜고 이정희는 싹퉁바가지 먹튀녀며 문재인은 이정희 뒤에 숨어서 조종했다고 이놈저놈 반복적으로 떠들면 그게 사실이 되는 거죠.
      • 토론 후의 언론 반응에 대해서는 저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정희 후보의 토론 중에서 어떤 부분은 분명 어르신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지금 60대 분들이 김대중 때 기업이나 정리해고라고 해서 (호봉제에 따라) 고액 연봉을 받는 연차높은 분들은 사회 중책에서 많이들 물러나셨단 말이죠. 그때는 김영삼 정권이 불러일으킨 IMF 경제위기를 겪는 중이라서, 어르신들이 '그래 다같이 고통분담하자' 하고 참는 분위기였지만요. 어르신들 중에선 그때 중책으로 치고 들어간 뒷 세대들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을 저는 많이 느꼈습니다. 이때 어르신들이 IT에 대해서 위협도 많이 느끼신 것 같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야후 코리아 염진섭 사장이 강연을 오셨는데, "이메일을 쓰지 않거나 비서가 프린트해 결재판에 가져오면 읽는 경영자는 즉시 사표를 내야한다"고 하셔서, 청중들 분위기가 묘해졌던 기억도 나구요. 젊은 세대들은 '아니 이 사람들은 그것도 못해?'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이후에 IT붐이 일어나면서 갑자기 젊은 세대 중에서 억대 연봉자가 생기고 IT 부자들이 생기고 했지요. 그때 제조업에 종사하시던 어르신들 중에선 저 사람들은 저 나이에 활짝 피는데 내 인생은 이게 뭐냐 하고 힘들어하시던 분들이 있었죠. 아마 딴지일보가 한참 뜨고 SK가 거액을 주고 딴지 인수한다고 했던 그 때지요. 그 어르신들 중에서는 나도 한 번 IT기업차린다고 뛰어들려고 했지만, 컴퓨터를 이해 못하니 결국 PC방으로 빠진 분들도 계시고 그렇습니다. 당시에 나온 소설만 보아도 IT충격을 이기지 못한 어르신들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어려워하는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노무현 정권 들어와서, 대기업 학계 정계 세대교체가 일어났죠. 이때도 어르신들이 굉장히 소외감을 느끼는 걸 봤습니다. 이 분들이 젊은 세대들이 못마땅할 때마다 '이게 다 전교조 교육때문이다' -> '전교조는 종북이다' -> '싸가지 없는 종북들이 젊은 것들 버르장머리 다 망쳤다' (???) 라고 분에 차서 말씀하시는 걸 저는 봤거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 김훈기자가 쓴 칼럼 "늙음이 낡음인가"을 읽어봐도 어르신들이 후세대에 느끼는 위기감을 찾아볼 수 있어요. 링크한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나옵니다만 이명박 정부에서 역 세대교체가 일어났다고 한국일보는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평균연령만 봐도 5060세대들이 다시 정계로 돌아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또박또박 콩이야 팥이야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고 배운 세대이지요. 이번 투표에서 특히 50대 이상 여성 투표율이 높았고 이들이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했다고 하지요. 저는 이게 제가 마이클럽이나 네이트 판 같은 데에서 본 사연들과 일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요새는 시부모가 잘못하면 엎어라 배째라 따져라 댓글에서 응원을 합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뭐가 합리적인 선택인지 알고 뭐가 경제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인지 잘 알지요. 제 생각에는 특히 (시아버지 보다도) 시어머니들이 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은 윗세대는 섬겼으면서 아랫세대에게는 멱살 잡히는 일이 종종 보이거든요. 제 주변에도 며느리에게 제대로 당하신 분이 있구요. 이런 경향은 외려 아들 며느리에게 줄 돈이 없는, 중산층 이하 어르신들일 수록 강한 것 같습니다. 이정희후보의 첫번째 토론을 저는 단편적으로 유투브에서만 봤지만, 제가 아는 어르신들이 이정희 후보 1차 토론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흘겨보시는데 (아니 도대체 왜 저에게), 눈에서 시퍼런 불이 튀더군요.

        http://ir.xonda.net/Company/Notice_Read_ir.asp?pType=&pPage=74&lType=NEWS&lNum=129
        http://weekly.donga.com/docs/magazine/weekly/2003/01/10/200301100500006/200301100500006_1.html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1/h2008010417504024380.htm
        http://djuna.cine21.com/xe/?mid=board&search_keyword=%EA%B9%80%ED%9B%88&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5267805
    • 데메킨님 의견에 동의해요. 이 문제를 설명할 심리학 연구도 충분하고요.
      • 어떤 연구를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인지부조화나 귀인오류는 흔하죠.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 원인을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어요.
          • 박근혜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든 애초부터 박근혜를 찍기 위해 투표날만 기다리면서 결집해 있었는데, 대답할 수 없었던 박근혜 지지의 이유로 이정희 후보와의 첫번째 토론을 댔단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hazel님의 말씀을 거꾸로 돌리면, hazel님이나 데메킨님이, 지금 이정희 후보때문에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설문이 객관적이 아니라며 부정하는 것도, 인지부조화이며 귀인오류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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