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초등학교 학생들의 시

<어떤 할아버지> 

           부산 동항초 5 정지성

형님과 내가 집에 가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느그는 손을 안잡고 가노"
하며 야단 치셨다

할아버지는 
자기 형님이 있었는데
손도 못 잡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릴때 손을 못 잡으면
커서도 못 잡는다고
우리에게 
손을 잡고 다니라고 하셨다



 


<군것질>

      부산 동백초 5 한경민


엄마가 밥먹고
공부하라고 한다
나는 군것질을 하러 가다가
걸렸다.
"공부 하랬는데 어디 갔었노?"
나는 군것질 하러 갔다고
당당히 말했다
나만의 시간도 좀 있는거지
엄마의 말만 따를순 없다.







<애벌레> 

      부산 반어초 4장무옥

우리집 화분에는 
애벌레가 많다
그 애벌레는 잘살기 위해
꽃잎을 갉아 먹는다
우리 식구들은
꽃을 살린다고
애벌레를 잡아죽인다



 


<회관문>

     강원 삼척 고천분교 3 고현우

아침에 밖에 나가보니
회관 문이 깨져 있다
우리들은 바람이 깼다 생각하고
어른들은 우리가 깼다 생각한다







<싸움>

      강원 속초 교동초 6 이정선

비디오 빌리고 오는데
아저씨 둘이서 싸운다
"니 나이가 몇 살이야?"
"알아서 뭐해!"
욕까지 한다
젊은 아저씨가 대머리 아저씨를
확 집어 던진다
"하고.허리 뿌려지네!그래 이눔아
나 죽여라 죽여!"
왜 싸우냐고 형한테 물어보니
택시를 잡았는데
자기가 먼저 잡았다고 우기다
싸우는 거란다
그동안 택시는
일곱 대가 지나갔다




한국글쓰기 교육연구회 엮음
  <<새들은 시험 안봐서 좋겠구나>> 중에서


불펜에서 보고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회관문이 가장 좋네요.

    • 저는 애벌레가 좋아요.
    • 저는 '어떤 할아버지' 요!
    • 애들의 솔직함이 어른들의 허를 찌르는군요^^ 특히 회관문 쓴 고현우군은 나중에 작가 해도 되겠어요.
    • 아이고 귀엽고도 예리하게 잘 쓰네요.

      나만의 시간도 좀 있는거지 ㅋㅋㅋㅋㅋ
      • '나만의 시간도 좀 있는거지' 진짜 귀여워요. ㅋㅋㅋ
    • 어떤 할아버지 정말 좋네요ㅠㅠ 회관문이랑 싸움도ㅠㅠ 우와...
    • 좋아서..옮겨가요~~!!
    • 80년대 초 이오덕 선생님이 문집으로 엮은 아이들 시집 생각이 납니다.
    • 회관문이 갑이네요. 애벌레도 좋아요. 싸움도.
    • 회관문은 마치 오규원 시인이 어렸을적 썼을법 한 시네요. 전 싸움의 마지막 두 줄이 가장 좋네요. 그 동안 택시는 일곱 대가 지나갔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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