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그림이 안 그려져요

대선 이후 며칠간 듀게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요. 앞으로 5년 후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은 새누리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희망의 그림이 안 그려져요. 그려질 듯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서 다 지워지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노빠이면서 노빠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표를 던졌고 인간 노무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친노 정치인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면에서 보면 저는 노빠입니다. 탄핵시국에 거리로 뛰쳐 나왔고 국보법 폐지 법안이 난항일 때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벌벌 떨면서 농성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대 장례행렬에 껴 있었다는 점에서 노빠입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한미FTA를 추진했을 때 거리 시위에 동참했고 2007년 대선 때 아무 망설임 없이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김근태 님 팬까페 GT에 눈팅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순혈 노빠 대열에 들어가기는 많이 부족합니다. 전 정치인 누구의 빠라기 보다는 한나라당-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세력에 일관되게 지지를 보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뽑을 때도 그 사람이 어느 계파에 속해있느냐 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도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진보신당에 표를 던질 수가 있었어요. 당시 후보가 친노였는지, 비노였는지, 반노였는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노빠 맞잖아라고 한다면 더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할 수 없죠. 아무튼 아래 저의 생각은 저의 이런 성향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19일 저녁 이후 쭈욱 극심한 멘붕을 겪으면서 그래도 2017년에는 희망이라도 있어야 5년을 견딜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마음에 야권이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생각을 정리해 봤어요.

 

1. 친노정치인들은 퇴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2선 후퇴가 아니라 아예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가 어제 저녁에 민주당 국회의원 명단을 나열하고 이 중에서

    친노를 솎아내자고 한 것은 진심이었습니다. 더 밑에 행인1님이 올린 글에서 티격 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고 격해져서 과격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일부 억울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야권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과 친노 그룹을 싫어한다면 그래서 분란의 불씨가 된다면 이 사람들이 깨끗히 물러나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5년 후 승리를 위해서라면 읍참마속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2. 야권에서 더 이상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 나가면 안된다는 생각이에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새누리를 반민주라고 생각하지 않지요. 그런 상황에서 8-90년대 처럼 독재타도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유권자들에게 혐오감만 심어줄 것입니다. 새틀을 짜서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꾀해야 할 것입니다. 안철수 씨의 새정치 프레임도 좋고 또 다른 것을 5년간

    차근 차근 준비하는 것이 좋겠죠.

 

3. 진보의 가치는 진짜 진보진영에게 맡기고 민주당 또는 신당은 보수 쪽으로 확실하게 포지셔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 보수와 리버럴을 아우르는 가치를 선두에

    내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자들도 자신들이 진보가 아니고 보수임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4. 민주당의 공약집을 보면 너무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저소득의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게 쉽게 와 닿지 않습니다.

    의료비 상한선 100만원이란 공약보다 노인 임플란트 무료라는 공약이 훨씬 이해하기 쉽고 피부에 와 닿지요. 순환출자 폐지 같은 것은 아예 나한테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수 있죠. 더 쉽고, 더 피부에 와닿게 공약설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별, 계층별로 세분화해서 정교하게 공약이 만들어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일들을 누가하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제가 막힌 부분은 이 지점입니다. 야권에 구심점이 없어요. 진보진영은 각자의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세누리당에 대항할 야당 세력을 하나로 묶을

강력한 구심점이 존재하느냐인데 현 시점에서는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면 야권은 어떤 형태든지 지각변동이 불가피한데 제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4가지 정도로

정리됩니다.

 

1. 먼저 민주당이 해체되고 안철수를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야당이 구성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이고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인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제가 제안한대로 친노 정치인이 모두 퇴진한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비노, 반노 계열 민주당 정치인들이

    과연 기득권을 놓겠느냐는 거죠.

 

2. 미국에서 돌아온 안철수 씨가 민주당에 입당해서 당권을 장악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일단 안철수 씨가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 같고

    그렇게 하더라도 안철수 씨가 민주당 내에서 당권을 장악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3. 민주당이 친노그룹을 정리하고 잔류인사들이 뉴 민주당을 재창당, 그리고 안철수 씨가 미국에서 돌아와 지지그룹과 신선한 뉴페이스를 합류하여 신 보수정당 창당.

    그래서 야권에서 투탑 체계로 간다는 시나리오인데요 이럴 경우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제가 되지 않는한 새누리당을 절대로 꺽을 수 없을것입니다.

    새누리당이 바보가 아닌데 결선투표제를 통과시켜줄 리도 없고요.

 

4. 민주당이 친노 진영과 비노+반노 진영으로 분열되서 열린우리당 비슷한 정당이 만들어지고 민주당은 현재의 비주류를 중심으로 개편,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온 안철수 씨가

    신당을 창당해서 야권 보수진영이 삼분되는 케이스가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죠. 이렇게 된다면 2017년 대패는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이 보장된다는데 500원 겁니다.

 

위 네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정권교체를 가장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점,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최악의 상황이

야권의 영구 패망이라는 점에서 저는 좌절을 했습니다.  예 한마디로 말해서 희망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 친노는 성공했고, 주도권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데로 5월에 전당대회 열어서 가카 레임덕 2개월과 공주등극 3개월 동안 친노 민주당이 필요합니다.
    • 트윗의 강물에 떠다니는 기사 쪼가리 하나
      http://www.pressby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96
      김한길 "문재인 뻔뻔하고, 조국은 정신병자"
      진위여부가 불확실한 기사지만, 김씨라면 저러거도 남을 인사라는게 함정이죠. 제 가 생각하는 친노책임론이라는 프레임이 민주당에서 사라지려면, 저 김씨나 그 비슷한 사람들이 완전장악하는 그런 정당일거 같아요. 대중적인 얼굴마담으로 안철수나 손학규 정도를 생각하는 그런 정당이자 개혁보다는 중도보수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그런 정당이죠.
    • 친노에 대한 공격은 매카시즘과 같습니다. 모두 근거가 없어요. 게다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할 뿐이죠.
    • 많이 배우고 갑니다. 희망은 안 보이지만 글 자체를 읽는 건 즐겁네요. 왜 큰 집단들이 어떤 현명한 개인의 시나리오보다도 못 되게 결국은 움직이게 되는 지를 몇 번 안되는 선거캠프들 경험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기시감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있는 느낌예요.



      실상은 보수적인 성향이지만 친구들은 좌빨이라고 놀리는 저는 역시 '철인'이나 '초인'이 야권 쪽에서 나타나서 카리스마로 휘어잡고 좀 새누리에 잘 대항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네요. 건국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라라는 걸 감안해서 어쩌면 지식인들의 역할은 일부러라도 자신의 이상과 거리멀고 저급해 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나 인물에게 적극힘을 실어주는 것이다라는 생각도 요즘 들고ㅠ 아무튼 이래저래 멘붕이에요...
      • 그 사람이 안철수가 되어도 별 불만은 없지만... 문재인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지 못한 거 정말 비참한 심정이 드네요...
    • 3.
      민주당 또는 신당이 보수 쪽으로 확실하게 포지셔닝을 해도 조중동과 방송사가 그렇게 이름 불러주지 않으면 그냥 좌빨이예요.

      그들은 계속 그렇게 부르겠죠.
    • 안철수는 최소한 지방선거전까지는 특유의 모호한 자세를 유지하며 민주당과는 거리를 둘 거 같은데요. 말씀대로 새누리-민주 사이에 또 하나의 보수 정당을 창당해 정치판을 3분할 가능성도 있고요. 근데 민주당이 더 보수적으로 흐르면 새누리당과의 변별력이 사라질 가능성도 높지요. 좌우지간 어느쪽으로건 '확실한'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완전히 안철수 당이 되거나 민주당-진정당 모두 해체 후 통합재창당 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겠죠. 전 후자쪽이 민주당의 장기적인 발전, 한국 정치 전반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전달이 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민주당의 실질적인 모습이 지금보다 더 보수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민주당은 충분히 보수적이죠. 제 얘기는 구호로써 진보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 민주당의 우클릭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보수 개념이 불분명한 한국 사회에서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면서 식물 정당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습니다. 18대 국회에서의 민주당이 딱 그 꼴이었죠.
    • 개인적으로 다음 대선이 힘들다고 생각하는이유는 이번 정권의 안하무인을 겪고도 사람들은 총선에서도 대선에서도 새누리당을 지지했다는 점이죠.

      물론 보수의 아이콘 박근혜라는 존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대했던 것같습니다.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파이를 좀 나눠 먹은 다음 야권 단일화를 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안철수로...

      혹시라도 안철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은 역시 보장할 수 없겠네요.



      노무현의 이름을 걸고 하는 선거는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으로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지않을까싶네요.

      새삼스럽게 정리하고 나가자는건 시끄럽기만하고 성과는 없을 것같습니다. 지지지들의 선택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그들이 스스로 물러난다는 것도 어떻게보면 웃기지는 않는 코메디같을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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